[서정선의 경제프리즘] 관세가 아니라 권력이 이동한 날

칼럼 / 서정선 칼럼니스트 / 2026-02-21 07: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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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선 칼럼니스트

 

[일요주간 = 서정선 칼럼니스트] 트럼프의 상호관세 정책이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았다. 표면적으로 보면 하나의 정책이 법적으로 제동이 걸린 사건이다. 그러나 이 판결의 본질은 관세의 존폐가 아니라 통상 권력의 이동에 있다. 그동안 미국의 관세는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빠르게 작동해 왔다. 이제 관세는 의회의 승인이라는 제도적 과정을 거쳐야 하는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속도의 문제였던 통상이 구조의 문제로 바뀐 것이다.


이 변화는 글로벌 자본의 투자 판단 기준을 바꾼다. 자본은 언제나 정책의 방향보다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먼저 본다.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움직이던 관세는 정치 일정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변수였다. 그러나 의회 중심 구조로 이동하면 정책의 속도는 느려지지만 예측 가능성은 높아진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세율이 아니라 구조의 안정성이다.


문제는 한국의 대응 방식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 거점을 이동시키는 전략에 집중해 왔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강화될 때마다 현지 투자 확대와 공급망 재편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관세 자체보다 관세 정책의 법적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관세 회피형 투자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산업의 위치를 지킬 수 없다는 의미다.


중국은 이미 다른 구조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관세가 올라가도 산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조 기반을 본토에 유지하고 자본은 홍콩과 싱가포르를 통해 순환시키는 이중 구조를 완성했다. 이는 관세 대응 전략이 아니라 산업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설계다. 정책이 변해도 산업이 움직이지 않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반면 한국은 기업 단위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국가 단위의 산업 포트폴리오 전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관세가 올라가면 투자하고 관세가 내려가면 생산을 유지하는 방식으로는 공급망 재편의 시대에 중심에 설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세 대응이 아니라 산업 위치 전략이다.


이번 판결 이후에도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품목별 관세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통상 조치는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 계속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관세의 강도보다 중요한 것은 관세 정책의 작동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정치의 영역에 있던 통상이 제도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는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공급망의 안정성과 산업 인프라를 갖춘 국가로 자본이 이동한다. 반도체 생산 능력, 전력 인프라, 첨단 제조 클러스터, 핵심 소재 확보 능력을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한국은 관세의 영향을 받는 국가가 아니라 관세와 무관하게 선택되는 국가로 올라설 수 있다.


지금은 관세 인상 여부를 논쟁할 시점이 아니다. 통상의 권력이 이동하고 있는 흐름 속에서 한국 산업의 위치를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관세를 따라 움직이는 국가와 공급망을 설계하는 국가는 전혀 다른 미래를 가지게 된다. 이번 판결은 미국의 패소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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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 정책은 이번 판결 이후에도 무역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은 단기적인 관세율 변화보다 미국 의회의 통상 권한 강화가 가져올 정책 예측 가능성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현지 투자 전략과 공급망 설계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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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선 칼럼니스트

서정선 칼럼니스트 / 중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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