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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선 칼럼니스트 |
[일요주간 = 서정선 칼럼니스트]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통상 권력의 축이 이동했다면 이제 질문은 하나로 압축된다. 한국은 이 구조 속에서 어떤 위치를 선점할 것인가. 관세를 피하는 전략의 시대는 끝났다. 관세와 무관하게 선택되는 산업 플랫폼이 되는가가 핵심이 됐다.
앞으로의 통상 환경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역할은 협상 창구를 넘어서야 한다. 관세율을 낮추는 교섭만으로는 자본의 이동을 붙잡을 수 없다. 글로벌 자본은 세율이 아니라 산업 인프라의 완성도를 보고 움직인다. 전력망, 반도체 생산 능력, 데이터 인프라, 핵심 소재 공급망을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하는 국가에 장기 투자가 들어온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은 통상 정책과 산업 정책의 분리 구조를 끝내는 것이다. 반도체, 배터리, 미래차, 방산, 조선으로 나뉘어 있는 개별 지원 체계를 공급망 단위로 재구성해야 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법이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세제 혜택이 아니라 산업 인프라 투자와 금융 지원이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정책금융, 전력 인프라 확충, 규제 정비를 하나의 로드맵으로 묶어야 한다.
대기업의 대응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생산 거점을 분산해 관세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국가 단위 산업 클러스터를 선택하는 전략으로 이동해야 한다. 단순히 해외 공장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없다. 전력 확보가 가능한 지역, 데이터센터와 연계된 반도체 생산 거점, 소재 기업과 연결된 배터리 밸류체인을 동시에 구축하는 방식으로 투자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또 하나의 변화는 금융과의 결합이다. 글로벌 경쟁 기업들은 이미 설비 투자를 산업 프로젝트 금융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단순한 기업 자금 조달이 아니라 연기금과 국부펀드, 정책금융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 투자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 기업도 개별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 단위의 공동 투자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 자본을 붙잡을 수 있다.
중국은 이 구조를 가장 먼저 완성했다. 제조는 본토에 두고 금융은 외부와 연결하는 이중 구조를 통해 정책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했다. 산업은 이동하지 않고 자본만 순환하는 구조다. 반도체에서 제약을 받으면서도 전기차와 배터리, 첨단 소재 분야에서 공급망을 장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의 강점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이다. 그러나 개별 산업의 경쟁력만으로는 자본을 묶어 둘 수 없다. 반도체와 전력, 데이터, 소재, 물류가 연결된 국가 단위 산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통상 정책은 그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이번 판결 이후 한국이 선택해야 할 전략은 분명하다. 관세 협상에 집중하는 국가가 아니라 산업 인프라를 설계하는 국가로 이동하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통상 교섭 부처가 아니라 공급망 설계 부처로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대기업은 개별 투자자가 아니라 산업 플랫폼 구축의 핵심 참여자로 움직여야 한다.
관세의 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라 관세의 의미가 바뀌었다. 지금의 경쟁은 세율이 아니라 위치다. 자본은 이미 이동을 시작했다. 남는 것은 준비된 산업 구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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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공급망 안정화 특별법을 기반으로 핵심 품목의 국내 생산과 해외 자원 개발을 연계한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은 정책금융기관과 공동으로 산업 프로젝트 단위 투자 구조를 설계할 경우 전력 인프라 확보, 세제 지원, 규제 특례를 동시에 적용받을 수 있어 장기 투자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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