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입들이 벌어졌다
얼마나 뜨거웠길래
하트 모양이며 날개 모양인가
죽어도 사랑하며 날고 싶었나
다물고 있던 사연은 무엇이었을까
국물로 우려져 사람들의 속을 풀어주기까지
썰물이 철썩, 밀물도 조개들을 후려쳤다
바지락바지락 뒤척이는 소리
바지락바지락 나비로 환생하고픈 영혼
미처 해감하지 못한 말의 무덤이 쌓인다
갯벌 기던 생이
어둠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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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화 작가 |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감상 ) 입이 벌어진 바지락은 나비의 형상을 닮았다. 갯벌에서 평생을 보낸 뒤 죽어서야 드러내는 날개라니. 바지락은 모래 속에서 “바지락바지락” 몸 뒤척이며 자신의 이름처럼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바지락 소리가 단지 모래만을 부딪치는 소리였을까. 그것은 갯벌이라는 어둠에서 새가 되려던 날갯짓 소리였는지도 모른다. “하트 모양”이거나 때로는 “날개 모양”으로 썰물과 밀물, 그 쓸림 속에서 자신의 꿈을 지켜왔을 조개들. 어쩌면 바지락이 품고 있는 것은 바닷물이 아니라 날지 못한 꿈의 염도가 아니었을까. 비록 날개가 끓는 냄비에서 펼쳐질지라도 언젠가는 날아오를 그날을 기다리는 바람처럼.
우리는 모두 각자의 갯벌을 갖고 있다. 밟히거나 빠지거나 드러났다 다시 덮이는 자리, 그 안에는 날지 못한 꿈들이 젖어 있다. 바지락처럼 입을 다문 채. 우리 또한 어떤 꿈들은 펼쳐보지도 못한 채 마음 깊이 묻고 살아간다. 그러나 이 시는 말하지 못한 꿈들이 헛되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바지락바지락” 뒤척이는 삶이라도 언젠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날아오를 수 있다고. 그러니 자신만 갯벌에 묻혀 사는 건 아니라며, 이 시는 바지락의 생사를 통해 억눌림의 욕망을 그려놓는다.
해감과 마음의 맺힘을 풀어내는 해감解憾의 중의성을 통해 “미처 해감하지 못한 말의 무덤이” 쌓이는 형상을 보여주는 시.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생명에는 "어둠의 속내"가 있다는 시인의 통찰은 존재에 대한 경외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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