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제도의 구조적 모순과 우리 사회

칼럼 / 최철원 논설위원 / 2026-03-30 10: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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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얼마 전 신문 전면 톱 기사는 온통 여당의 '입법독주'로 장식되었다. 여당이 발의한 각종 '개혁 입법'을 두고 주요 신문과 공영방송, 케이블 티브이의 패널과 심지어 진보ㆍ보수로 갈린 유튜버들이 논쟁과 논쟁으로 백병전을 치르며 정국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며 침묵하던 많은 지식인은 성명을 발표하며 연일 민주당을 향해 입법독주에 관한 문제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국회가 여대 야소로 구성되어 구조적으로 잘못된 상황에서는 상식과 언어 소통 기능은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다.

소통이 단절된 일방적 정치를 지켜보며, 내가 이른바 주장하고 싶은 것은 먼저 서로 다른 논리를 가진 집단의 문제 인식과 해결의 방식, 쉽게 말해 세상 읽기와 차이에 대한 의견이다.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여당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현 상황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동의하리라 믿지만, 야당의 세상 읽기 방식은 여당과는 달리 구조적(構造的)인 접근과 연역적인 해석, 그리고 상대주의적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러한 흐름의 필요성과 때에 따라서는 유효성도 용인하면서도 그 지나친 일방성에는 동의할 수 없다.

야당의 무기력 속에 폭주하는 각종 입법은 여ㆍ야 비대칭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구조적 부조리의 반영이다. 이 구조적이라는 단어는 지금 우리 사회의 모든 병리와 부조리를 진단하는 데 거의 만병통치약 같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현실 문제를 분석하고 비판할 때 구조적인 접근법은 분명히 유력하고 능률적인 방식이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들 때는 또한 그만큼 부정확하고 위험한 접근 방식이 될 수도 있다.

'구조'라는 말은 그 자체 종합적ㆍ집단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그것을 통해 파악된 문제의 해결은 반드시 체제와 제도 같은 사회 구조의 변경에만 떠맡겨지게 되는 까닭이다. 거기에 소수란 전혀 무력하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한 구성단위로서 문제 해결의 간헐적 역할밖에는 수행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소수는 어디까지나 구조를 통하여서만이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자체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수당이 힘의 우위와 그에 따른 현실 인식은 얼핏 보면 몹시 유리해 보인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 갖가지 부조리는 흔히 구조 탓으로 돌아가고 그 제거나 해소도 구조에만 의지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사회 구조의 변혁을 위한 정치적인 사안에 상대방에게 지지나 협조를 보태는 척하다 의견이 다를 땐 일방통행을 하면 현안의 문제는 절로 해결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각들의 편의성보다 무책임성ㆍ위험성이 더 크다. 그것은 결국 소수를 집단 속에 매몰시켜 가는 길이며, 에릭 프롬이 말한 그 '자유로부터의 도피'로 진행해 갈 수도 있다. 어지러운 시대일수록 집단주의에는 파쇼를 느끼며, 무기력한 소수에게 강요하는 결정론과 그 결정론은 현실적으로 국민에게 미치는 해악과 손실이 크다.

요란하게 진행된 각종 개혁을 지켜보는 국민의 기분은 찜찜하다. 그 개혁 법들은 좀 심하게 표현하면 파쇼주의 전초로 파렴치한 이기주의의 희비 극장이다. 힘없어 입 다문 야당은 그렇다고 치자, 위계질서에 눌려 말없이 순응해야만 했던 여당 속 바른 소리를 하던 사람들의 소리도 입안에서 웅얼거릴 뿐 그 속 깊은 쓴소리는 드러내지 못했다. 출세에 눈이 멀어 아부하기를 좋아하는 일부 관료들은 기다렸다는 듯 달려가 온갖 이데올로기 정책을 생산하고, 혹은 그렇게라도 끼지 못해 안달을 부리는 일부 식자층과 돈벌이에 눈먼 유튜버들의 행태는 절로 눈살 찌푸려진다.

사회가 시끄러운 원인 중 하나는 지나친 아집에 박제된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조적 시스템도 일조하고 있다. 지금이 독재 정부 시대인가. 지나친 소신으로 박제된 생각에 집착한다면 그 자체가 개혁의 대상인 걸 왜 모르는가. 입법의 당위가 백번 옳아도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제한할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역사 앞에 주어진 개혁 과제는 겸손하면서 비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집권 세력의 독주와 횡포에 "국민의 힘은 왜 정부ㆍ여당과 싸우지 않느냐?" 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현 정권이 대한민국 시스템을 통 채 바꾸려 하기 때문이다. 집권한 지 9개월이 지나도록 특검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개혁 입법이 헌법에 보장된 3권분립의 침해 여지가 있는 4심제 도입, 법 왜곡죄 등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그뿐만 아니다. 경제에 큰 영향을 가져올 노란 봉투법과 방미통위법을 만들어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방통위원장을 쫓아냈다. 국민의 힘은 이 중 어느 하나도 바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무기력과 무능, 구조적 시스템의 제도가 소수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도록 짜여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일방통행 구조가 일상화된 지금, 사상 최대 예산 잉크도 안 말랐는데, 조기 추경 소리가 들린다. 민생 때문인지 선거를 앞두고 돈 풀긴지 기준이 모호하다. 이래서 일방통행이 문제다. 개혁법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곳곳에서 삐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국민이 염려하던 파쇼의 조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ch258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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