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 전망, 전북 주요 계통 상당수 ‘발전 연계 곤란’…중장기 계통 제약도 변수
정부 합동점검서 전력산업기반기금 5,359건·5,824억원 위법·부적정 적발
새만금에선 태양광 공사수주 알선 브로커 항소심도 실형
주민참여형 확대 시대…‘누가 수익 얻고 누가 위험 부담하는가’가 핵심

태양광 발전사업을 소개하는 사업계획서의 첫 장에는 대개 발전용량이 적혀 있다. 500kW, 1MW, 2.5MW. 이어 ‘발전사업허가 완료’라는 설명이 붙는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의 관점에서 보면 사업가치를 판단하기 위한 질문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땅은 누구의 것인가. 발전사업허가 명의자는 누구인가. 해당 토지에서 실제 개발이 가능한가. 주민협동조합과 시행사는 어떤 계약으로 연결돼 있는가. 생산한 전기를 받아줄 전력망은 확보돼 있는가. 사업비는 누가 조달하고 공사는 누가 수주하는가. 그리고 발전소가 장기간 만들어낼 현금흐름은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태양광은 패널을 설치하는 단순한 건설사업이 아니다. 토지와 발전사업허가, 개발인허가, 전력계통, 금융, 시공, 장기 전력판매가 결합돼야 비로소 하나의 발전자산이 완성되는 복합 개발사업이다. 전북에서 태양광 사업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허가증 한 장과 ‘가동하는 발전소’ 사이
현행 전기사업법령상 발전사업허가는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핵심 행정절차다. 그러나 발전사업허가와 실제 발전소의 준공·가동은 같은 단계가 아니다. 실제 발전소가 만들어지려면 사업부지에 대한 소유권·임차권 등 적정한 권원을 갖춰야 하고, 사업지와 사업형태에 따라 필요한 개발·토지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발전소 건설을 위한 자금과 EPC가 결합하고 사용전검사 등을 거쳐야 실제 전력생산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한 전기를 보낼 길이다. 따라서 발전사업은 ‘토지권원 → 발전사업허가 → 개발 관련 인허가 → 계통연계 → 금융조달 → EPC → 준공·검사 → 상업운전’이라는 일련의 단계로 볼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똑같은 ‘2.5MW 태양광 사업’이라도 발전사업허가만 확보한 사업과 토지·개발인허가·계통·금융까지 상당 부분 확정된 사업을 같은 가치로 평가하기 어렵다. 부동산의 개발가능성이 토지가격을 바꾸듯 태양광에서는 ‘사업권의 완성도’가 자산가치를 좌우하는 변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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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전사업허가를 받았다고 곧바로 태양광 발전소가 가동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계통 제약이 주요 변수로 떠오른 전북에서는 허가 이후 실제 착공과 준공, 전력망 연결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사업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사진=챗GPT) |
● 전북에서 땅보다 먼저 봐야 할 ‘전기의 길’
이 문제는 전북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력거래소가 공개한 계통 수용여유량 전망에서는 전북의 주요 계통 가운데 발전 연계가 곤란한 ‘부족’ 구간이 다수 확인된다. 중장기 전망에서도 계통 제약은 전북 태양광 사업의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이 자료가 모든 개별 태양광 사업의 접속 불가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접속 여부는 개별 사업의 접속조건과 계통검토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다만 발전사업허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발전소 건설과 상업운전 가능성까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부동산에서 도로가 중요하다면 발전사업에서는 전력망이 또 하나의 기반시설이다. 사업계획서에 ‘계통연계 가능’이라고 적혀 있다는 사실보다 어느 계통에 언제 접속할 수 있는지, 접속을 위해 어떤 공사가 필요하고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지를 관련 문서로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 ‘주민참여형’이라면 주민은 무엇에 참여하는가
태양광 사업에 주민협동조합이 결합하면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주민참여’라는 이름 자체보다 주민이 사업의 어느 단계에서 어떤 권리를 가지고 참여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민이 출자만 하는 것인지, 사업 의사결정권도 갖는지, 시행사와 EPC 업체 선정에 관여할 수 있는지, 차입조건과 총사업비를 확인할 수 있는지, 발전수익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받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특히 확인해야 할 것은 조합과 시행사의 관계다. 주민들이 먼저 협동조합을 조직하고 시행사를 선정했는지, 개발사업자가 먼저 토지와 사업을 발굴한 뒤 주민참여 구조를 결합했는지에 따라 사업의 경제적 실질은 달라질 수 있다. 어느 방식이 곧바로 문제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계약이다.
누가 토지를 확보했는가. 누가 발전사업허가를 보유하는가. 시행사는 어떤 개발수수료를 받는가. EPC는 누가 선정하는가. 시행사와 EPC 사이에 이해관계가 있는가. 사업이 중단될 경우 이미 지급된 개발비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수익은 누가 먼저 가져가고 위험은 누가 마지막까지 부담하는가.
● 시행사·EPC·금융기관·조합원, 돈을 받는 시점이 다르다
태양광 발전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같은 시점에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토지주는 매매대금이나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개발사는 계약에 따라 개발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EPC 업체는 발전소 건설과정에서 공사대금을 받는다. 금융기관은 약정된 원리금을 회수하고 운영관리 업체는 가동기간 동안 관리비를 받는다.
반면 사업주체와 지분투자자,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성과는 실제 발전량과 판매수입, 금융비용, 운영비 등 사업구조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주민에게 발전수익을 나눠준다’는 설명만으로 사업구조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총매출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것인지, 각종 비용과 금융비용을 차감한 뒤 배당하는 것인지, 정액 지급인지 출자지분에 따른 배당인지에 따라 경제적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태양광 사업에서는 결국 누가 수익을 얻는가와 동시에 누가 위험을 부담하는가를 봐야 한다.
● 정부가 확인한 5,359건·5,824억원
이 같은 검증 필요성은 막연한 의혹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2023년 전력산업기반조성사업 2차 점검 결과 총 5,359건, 5,824억원 규모의 위법·부적정 집행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태양광발전 등을 포함한 대출사업에서 확인된 위법·부적정 사항은 3,010건, 4,898억원이었다. 보조금 사업에서도 1,791건, 574억원의 위법·부실 사항이 확인됐다. 중요한 것은 이 숫자를 현재 태양광 산업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석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 역시 당시 위법·부적정 집행은 근절하되 신재생에너지 지원방침은 지속한다는 입장을 함께 밝혔다.
오히려 당시 적발된 문제는 지금의 발전사업을 검증하는 실사 항목을 보여준다. 사업비는 실제 공사비와 일치하는가. 금융을 받기 위해 비용을 부풀리지는 않았는가. 제출된 토지·시설 관련 서류와 현장이 일치하는가. 시행·시공 계약의 상대방과 금액은 적정한가. 과거의 문제를 현재 사업의 유죄추정 근거가 아니라 검증 기준으로 사용하는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 새만금에서 확인된 ‘공사 수주 알선’
전북에서는 형사재판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일부의 공사 수주를 알선해주겠다며 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에게 법원은 실형과 추징을 선고했고,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유지됐다. 별도의 새만금 수상태양광 관련 사건과 전직 보좌관 사건에서도 공사수주 또는 청탁을 둘러싼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이 내려진 사례가 있다. 이 사건들을 전북의 다른 태양광 사업이나 주민협동조합 사업에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대규모 발전사업을 둘러싼 공사수주와 사업참여권 자체가 상당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 총사업비보다 ‘MW당 사업비’를 보라
그렇다면 새로운 태양광 사업을 어떻게 검증해야 할까. 2.5MW 사업을 예로 들면 우선 총사업비를 발전용량으로 나눠 MW당 사업비를 산출할 수 있다. 그리고 총사업비를 다시 토지비 또는 임대료, 인허가·개발비, 모듈·인버터·구조물과 시공비 등 EPC 비용, 계통연계 비용, 금융비용, 각종 용역비, 시행수수료와 예비비로 분해한다.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을 추가해야 한다. 각각의 돈을 누가 받는가.
시행사와 EPC 업체가 독립적인지, 토지소유자와 사업관계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있는지, 조합이 공사비를 비교·검토했는지, 사업비가 실제 계약서와 세금계산서·금융자료로 연결되는지를 확인하면 단순한 ‘총사업비 ○○억원’이라는 숫자에서는 보이지 않던 사업구조가 드러난다.
● ‘수익률 몇 %’보다 중요한 현금흐름
사업계획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예상수익률이다. 하지만 발전사업의 경제성을 판단하려면 예상 발전량과 판매조건을 통해 매출을 산출한 뒤 운영관리비, 보험료, 토지비, 세금, 금융비용과 원금상환 등을 차감해야 한다. 결국 투자자나 조합원에게 중요한 것은 발전소의 명목 매출이 아니라 모든 비용과 금융의무를 이행한 뒤 실제로 남는 현금흐름이다. 따라서 사업설명 과정에서 높은 수익률을 제시한다면 그 숫자 자체보다 어떤 발전량·판매단가·가동기간·금리·운영비를 전제로 계산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 이제 ‘허가 건수’보다 ‘사업화율’을 볼 때
전북 태양광 시장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발전사업허가가 몇 건인지를 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허가받은 사업 가운데 실제로 몇 건이 필요한 개발절차와 계통연계를 거쳐 착공하고, 준공 후 상업운전에 들어갔는지를 연결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를 분석적 개념으로 ‘사업화율’이라고 부를 수 있다. 허가연도별로 사업을 추적해 1년 이내, 1~3년, 3~5년, 5년 이상 미가동 사업을 구분하고 그 원인을 살펴본다면 태양광 시장의 또 다른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간 미착공 상태라고 해서 곧바로 투기나 이른바 ‘허가 장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토지 문제일 수도 있고 개발인허가, 주민수용성, 금융조달 또는 계통접속 때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미착공이라는 결과보다 사업이 어느 단계에서 멈췄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 태양광의 가치는 패널이 아니라 ‘권리의 완성도’에 있다
태양광 발전사업을 부동산의 시각으로 다시 보면 구조는 오히려 명확해진다. 땅이 있다고 발전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발전사업허가가 있다고 발전소가 되는 것도 아니다. 토지를 사용할 권리가 있어야 하고 실제 개발이 가능해야 한다.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어야 하고 발전소를 지을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공사를 마친 뒤 실제 전기를 생산하고 판매해야 비로소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자산이 된다. 따라서 태양광 발전사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패널의 숫자나 허가증 한 장이 아니다. 토지권원, 발전사업허가, 개발인허가, 계통연계, 금융조달, 시공과 장기 현금흐름이라는 여러 권리가 어느 단계까지 완성됐는가가 핵심이다.
주민참여형 사업이라면 한 가지 기준이 더 필요하다. 누가 토지를 제공했는가. 누가 사업을 개발했는가. 누가 돈을 빌렸는가. 누가 공사를 수주했는가.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누가 위험을 부담하는가. 그리고 발전소가 만들어낸 현금은 주민과 사업자에게 어떤 계약에 따라 배분되는가.
과거 정부 점검과 법원 판결은 태양광 산업 전체를 의심해야 한다는 근거가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무엇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다. 태양광 사업의 건전성은 ‘발전사업허가’나 ‘주민참여’라는 이름만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결국 토지에서 전력망까지 이어지는 권리와 돈의 흐름을 얼마나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느냐가 그 사업의 실질을 말해준다.
※ 자료 확인
전력거래소 ‘재생에너지 발전사업허가 및 계통 수용여유량 전망’ 공개자료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 ‘전력산업기반조성사업 2차 점검결과’(2023)
국가법령정보센터 전기사업법 및 관련 법령
새만금 태양광 관련 법원 판결·수사 보도(연합뉴스 등 공개자료)
일요주간 / 이누리 부동산 전문 기자 yinuri8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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