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4.10 총선 이후에 과제

칼럼 / 최철원 논설위원 / 2024-05-14 11: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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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지난 4.10 총선은 우리에게 많은 걸 일깨웠다. 선거가 인물을 뽑는 것이 아닌, 내 편을 뽑는 일로 전락했다. 진보ㆍ보수의 극명한 대결과 망국의 지역 갈등, 각종 범법 혐의자들의 금의환향, 그리고 김준혁과 양문석류의 상식 이하 정치인 생환으로 상징되는 괴기한 선거였다. 정치 평론가들은 윤석열 정권의 실책이자 그간의 불통에 대한 심판이라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는 강한 의구심을 가진다. 아무리 뽑을 인물이 없다 한들 어떻게 범법 혐의자와 국민을 속이며 세상을 편법으로 사는 사람들을 뽑는가.


총선 결과론에서 많은 사람이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는데 그러면 그의 잘못이 범법자들과 아류를 같이 하거나 그들보다 더 심했단 말인가?

나는 윤석열 대통령 집권 초 여소야대 정국에서 혼미를 더해온 것은 우리 정치가 겪는 고질적 상황이지 대통령의 잘못이라 생각지 않는다. 물론 소통 부재라는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라 말할 수는 없다. 정치가 우리 사회의 당면한 문제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풀어가며, 또 나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대충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해주지 못했다는 것이 더 중요한 요인이다. 사회의 주요 과제가 지나치게 정치화된 것은 그 사회 정치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나 정치의 중요한 과제, 특히 우리 사회처럼 지향해 가야 할 곳이 많은 사회에서 정치의 제일 중요한 과제는 사회의 현재와 미래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일이다.

방향의 혼미는 민주화 이후 정치적 대과제가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정국이 안정되지 못한 것은 우리 정치의 중요한 실패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22대 국회에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설령 우리 사회에 대한 분명한 정치적 비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 정치의 불신 풍토에서 그것이 현실적인 의미를 갖기는 심히 어려운 현실이다. 보스 중심의 정당 운영 행태에서 국회의원 개개인이 그들의 소속 정당이 지고 있는 불신의 부채를 벗고, 국민의 마음에 나라의 일을 떠맡고 나갈 믿을 만한 국민의 대변자로 비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으로 하여금 우리의 정치 상황을 혼미할 것으로 느끼게 하는 또 다른 원인은 팬덤 정치로 패거리 정치가 일상화된 우리 정치에 설득력 있는 사회적 비전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 정치를 특정짓고 있는 것은 사고 빈곤과 빈약화라 할 수 있다. 정치적 사고의 빈약화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팬덤을 정치에 이용하는 나쁜 정치 때문이다. 정치를 합리적 설득이 아니라 적대적 논쟁을 즐겨 펼쳐 상대를 악마화한다는 이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의회 민주주의 제도화에서 정치가 갈등과 투쟁의 장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싸움판이 아니라 주어진 사회 현실에 대한 더 총체적이고 더 명징한 정의에 이르려고 하는 투쟁의 장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 투쟁은 더 높고 높은 차원에서 파악하려는 사회 전체의 노력의 표현일 수 있다. 더 정확한 사고와 언어를 위한 투쟁은 이 노력의 일부이다.

여소야대 정국의 정치판이 짜이면서 여야 협조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영수 회담 결과를 도출했지만, 각자의 입장 표명으로 끝났다. 우리 정치 환경에 갈등 요인이 많이 상존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갈등이 일시에 해소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싸워야 할 절대적인 이유가 부족함에도 싸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협조할 수 있는 일에서 협조하는 것은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여ㆍ야 모두가 승자가 되는 결과이다.

절대다수로 국회를 점거한 야당을 상대하는 정부 여당은 불편한 관계를 부정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것을 인정하고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주요 쟁점을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상대가 있는 세상에 공존의 문제를 한 번에 속 시원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없다. 대화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그러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끊임없는 되풀이를 필요하는 노력 그것을 일상화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 상황에서 유일한 해법이며 합리적인 대처 방법이다.

새로 구성되는 국회는 산재한 정치적 문제보다 근본적이면서도 정치 현실 이해를 담는 것이 되어야만 진정한 사회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입법권을 가진 다수 야당이 법을 주무르거나, 행정권을 가진 여당이 법대로 한다며 서로 힘을 과시하면 과연 그것이 올바른 것인가. 법과 제도는 구체적인 삶의 현실을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도처에 산적한 모든 문제를 법대로 일도양단의 단호함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정치 현실을 쉽게 왜곡할 수 있다. 문제의 총체를 이루는 많은 사항이 서로 모순의 관계에 있고 이 모순을 제거하면 정치 질서가 깨여질 수도 있다.

모든 사회에서 문제의 해결은 모순의 해소가 아니라 균형에서 찾아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총선 결과에 따른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소수 여당과 보스 중심의 정당 운영 방식과 줄 세우기 문화가 새로운 틀로 자리매김하는 거대 야당의 힘겨루기 정치에 국민은 불안하다. 특검의 파고가 한꺼번에 몰아칠 22대 국회는 제시되는 많은 문제의 해결 방안들이 좀 더 근본적이면서 정치한 생각을 거쳐 나와 실용적인 국회상이 자리매김되는 의회 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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