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진은영
밖에선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화분이
다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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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화 작가 |
여러분의 집 분위기는 어떠세요. 집이란 자기 결정체와 같은 가족이 머무는 곳, 외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지요. 곧 불안과 그리움을 잠재울 수 있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누구에겐가 집이란 답답함과 무심함의 공간이자, 일상적 공격성이 만연한 곳일 수도 있겠지요. 이에 따라 불을 끄고 몸을 뉘지만 마음이 불면을 앓는다면 하루하루가 고단할 거예요.
혈연 사이에도 가족 윤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 역시 또 다른 타자이기에 바깥에서 타인을 대하는 것처럼 가족에게도 친절해야 할 것 같아요. 이어 사소한 잘못에도 미안하다는 말은 중요합니다. 진심이 담긴 사과는 미움을 가라앉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개성이 다른 구성원이 모인 집, 모두 결이 다를 거예요. 그 결들에는 여러 겹의 층위가 형성되어 있어 섬세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지요.
몸이 쉬는 공간이 집이라면 가족은 마음을 치유하고 힘을 얻는 관계이지 않을까요. 부모가 자녀를 지키기 위해 헌신 하듯 가족은 집을 지키기 위해 협심하며 살아가지요. 집을 잃는다는 것은 안식처를 잃은 난민과 같으니까요. 그런데 집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의 집을 지키는 일이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정약용의 수오재기守吾齋記에서 '나吾'는 그 어떤 것보다 잃기 쉬우므로 잘 지켜야 한다고 말하지요. 나의 바른 성품을 지키지 못하면 자신이 지키려는 모든 것들을 잃게 된다는 본질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이렇듯 공간적인 집도 중요하지만, 우리 마음의 집을 지키는 일도 중요한 것 같아요. 집, 참 따뜻한 어휘네요. 금방이라도 창문에 노란불이 켜질 것 같은 집, 우리에게 집과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가족들의 이름은 따뜻하게 부르고 있을까요. 현관문을 열고 집을 들어서는 표정은 어떤가요. 익숙한 공간의 물음과 함께 가족의 관계성에 대하여 되돌아보게 되네요.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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