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생물 생태적 특성 고려한 서식 조건에 모두 미달…환경 개선 시급
-호반그룹 퍼시픽랜드 인수 후 돌고래·바다사자 쇼 동원 ‘시대착오적’
![]() |
▲제주 리조트시설 ‘퍼시픽 리솜’ 내 공연에 동원되는 일본 원숭이에게서 털 빠짐 현상이 관찰된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해당 원숭이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형 행동까지 보였다. <사진=동물자유연대 제공> |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호반그룹의 제주 퍼시픽리솜(前 퍼시픽랜드)이 ‘동물 학대’ 의혹을 받고 있다. 전시 동물들의 건강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고 정형 행동까지 관찰됐기 때문이다.
동물자유연대(이하 동자연)는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제주 퍼시픽리솜 내 원숭이들의 열악한 사육환경 규탄 및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퍼시픽리솜의 소유주는 호반그룹이다.
![]() |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동물자유연대는 호반그룹의 퍼시픽 리솜의 원숭이 방치 학대 규탄 및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성지온 기자) |
동자연에 따르면 호반그룹 퍼시픽리솜은 국제 멸종위기종인 ‘일본원숭이’ 5마리를 소유 중이다. 동자연은 지난 3일 퍼시픽리솜 내 전시 중인 원숭이들의 사육환경과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제보를 접수했다.
현장 조사 결과, 호반 측은 ‘야생생물 보호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3조의 7 관련 별표 5의 2’에 명시된 모든 항목에 미달했다. 해당 규칙은 야생생물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 깨끗한 물, 적정한 밥, 올라탈 나무, 환기 시설, 잠자리, 바닥, 아픈 곳 등 서식 조건의 적합성 판단 근거로 사용된다.
![]() |
이날 정재연 동물자유연대 전략사업국 사회변화2팀 활동가는 “다섯 마리. 원숭이들의 건강 상태는 심히 우려된다”라면서 “공간 외곽을 돌거나 사육사가 드나드는 문 근처를 맴돌며 문고리를 흔드는 등 ‘정형 행동’이 모든 개체에서 관찰됐다. 털은 윤기 없이 건조했고 듬성듬성 빠졌으며 다수가 매우 마르고 야윈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시 동물의 경우 좁은 사육장에서 어떠한 자극도 받지 못하는 관계로 목적 없는 몸짓을 반복하는 ‘정형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으로 치면 일종의 ‘자폐증’인 셈이다.
정 활동가는 “두 마리와 세 마리로 분리된 사육 공간은 두 곳 모두 열악했다. 물그릇이 없는 곳도 있었으며 음식물과 음식을 담는 그릇은 두 곳 모두 존재하지 않았다. 올라탈 나무 등 놀거리가 부족했고 잠자리와 바닥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등 쉴 공간도 확인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 |
▲동물자유연대 측은 제주 리조트시설 ‘퍼시픽 리솜’의 현장 조사 결과 야생생물 보호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3조의 7 관련 별표 5의 2 사육 시설 설치 기준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사진=동물자유연대 제공> |
또한 “시설 내 환기가 원활하지 않아 열린 창문 틈 사이로 악취가 새어 나왔다. 유리 아랫부분에 있는 창문의 잠금 장치는 전시장 주변에 떨어져 있었고 상당히 녹슨 상태였다”라면서 “창문 개방 시 방충망을 힘껏 민다면 언제든 탈출하거나 외부 침입이 가능한,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공간”이라고 했다.
호반그룹, 동물 학대 논란에도 모르쇠?
특히, 동물자유연대는 제주 퍼시픽리솜의 소유주인 호반그룹이 책임지고 전시 동물들의 복지, 사육환경을 책임지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 것 역시 ‘동물 학대’라고 규정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전략사업국 사회변화팀 팀장은 “소유주인 호반 측에 동물 복지 및 보호 규탄, 개선 촉구는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호반은 ‘쇼에 이용된 돌고래의 죽음’, ‘돌고래 무단 반출 행위’ 등으로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음에도 반생태적 행태를 지속하며 침묵하고 있다”라면서 “동물 학대와 다름없는 호반의 ‘행보’가 용인되거나 일련의 사건이 답습되지 않기 위해선 호반이 책임을 다하는 게 응당하다”라고 밝혔다.
![]() |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동물자유연대는 호반그룹의 퍼시픽 리솜의 원숭이 방치 학대 규탄 및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성지온 기자) |
이어 “호반이 이윤만 추구하며 동물의 복지와 건강 문제에 안일한 행태를 규탄한다. 기업 경영에 있어 최우선은 이윤만이 아니란 것을, 생명만큼 중요한 것은 없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라면서 “호반은 원숭이 방치 학대 행위를 인정하고 하루라도 빨리 사육환경 개선과 건강권 보장을 위해 나서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정 활동가는 “대기업인 호반의 윤리 경영 실천과 사회적 책임에 있어 최종적 권한과 책임을 져야 할 김선규 총괄회장에게 해당 사건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자 한다”라면서 “동물자유연대는 호반의 기업 경영 행보를 감시하며 더 나은 기업이 되기를 촉구하는 데 앞장설 것이며 이 사회에 반생명적이고 비윤리적인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일요주간>은 퍼시픽리솜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담당부서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호반그룹은 지난 2017년 1월 제주 퍼시픽랜드를 800억원에 인수한 뒤 ‘퍼시픽리솜’으로 개명했다. 퍼시픽리솜은 돌고래, 원숭이, 바다사자와 같은 동물을 ‘쇼’에 동원하고 있어 ‘시대착오적인 동물 학대 쇼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