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뱀 꼬리에서 묻는다 살림살이 좀 나아졌느냐

칼럼 / 최철원 논설위원 / 2025-12-30 12:30:38
  • 카카오톡 보내기
▲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한 해가 서산에 노을지 듯 저물어 간다. 세상은 사건 사고로 숨돌림 틈 없는 격랑 속에 우리는 또 한 해를 건넜다. 세밑에 돌이켜 보니 세상은 항상 힘들었고, 어렵고, 무언가가 잘못되어 있다. 그래서 연말연시가 되면 주변과 인정을 나누고, 따뜻한 한마디를 던지며 덕담을 나누는 기회를 가진다.

2025년 우리가 마주친 고약한 정치 상황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인간관계를 단절시켰다. 정치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 현실은 생각보다 더 끔찍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뭔가 더 좋아질 것 같은 상상은 몽상이었고 현실이 버거웠다. 끝나지 않은 고통이 새해에는 더 크게 입을 벌리는 해가 될까 걱정부터 앞선다. 정치의 생존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하여 지금까지 관심 있는 사람만이 대답했다면, 이번에는 모든 정치가 그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야 한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걸쳐 계속 적으로 끌어온 내란 몰이 정치와 다수의 힘으로 뭐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여당 독재에 국민은 피로하다. 당장 해결해야 할 민생의 현안은 둿 전이다. 금쪽같은 시간을 힘 빠진 지난 권력을 상대로 내란 몰이를 하다 초가삼간을 죄다 태울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권은 국민의 마음이야 찢어지든 말든 마이웨이이다. 누가 말려야 들을까? 고삐 풀린 일방통행은 자기 확신에 도취해 역사를 퇴행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푸른 뱀의 해, 희망찬 출발이라 떠들었지만 막상 꼬리에 서서 지난 시절을 돌이켜 보니 뱀처럼 땅바닥에 엎드려 긴 해였다. 참으로 부끄러운 한 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 부끄러움은 여ㆍ야당 정치인, 특검 검사뿐만 아니라 전직 영부인도 별반 다를 게 없이 오염되었다.

누구나 부끄러울 짓을 안 하고 살면 좋으련만, 오욕칠정을 가진 인간이 사는 세상사는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래서 맹자는 본성 4 덕인 '인ㆍ의ㆍ지ㆍ예' 중 의(義)의 단서를 수오지심(羞惡之心), 즉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 했으며 그 마음은 짐승과 구별되는 사람다움이라고도 했다.

인간의 심정 상 부끄러움은 숨기고 싶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부끄러움도 종류와 사안 따라 다르다. 첫사랑,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며 부끄러워하는 것, 가난 때문에, 열등감 때문에 부끄러워진 것 등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모범이 되어야 할 인사들의 떳떳하지 못하고 잘못된 사항으로 지탄을 받을 때 부끄러운 짓거리, 언론 보도로 세상에 문제가 드러나도 부끄러움을 못 느끼는 당사자들은 불쌍한 인간들이다.

올해만 해도 유명 인사들의 부끄러운 짓이 언론에 연일 보도 되었지만, 고개 숙임보다 당당하게 플래시를 받는 군상들이 많았다. 참으로 그 짓거리를 바라보는 내가 더 부끄러웠다. 어쩌면 얼굴이 저렇게 두꺼울 수 있을까? 후대들이 따라 배울까 걱정이 앞선다. 맹자의 처지에서 보자면, 인간도 아닌 자들이다.

우리 사회에 공부를 가르치는 학원은 즐비한데 어디 부끄러움 뭔지를 가르치는 곳은 없을까? 그런 학원이 있다면 얼굴 두꺼운 군상들 모조리 배움의 기회를 주고 싶다. 아무리 어려워도 학원비쯤은 내가 내어 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자식에 쓴 글이다. "남이 알지 못하도록 하려면 그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고, 남이 듣지 못하도록 하려면 그 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온 세상의 재앙이나 우환, 하늘과 땅을 흔들고 한 집안을 뒤엎는 죄악은 모두가 비밀리에 하는 일에서 생겨나게 마련이다. 일에 임하거나 말할 때는 부디 깊이 살피도록 하여라."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도록 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2025년 끝자락에서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는 누구라고 가릴 것 없이 성찰이 필요하다.

한 해 동안 글쓰기는 결국 하나의 화두로 수렴된다. 새 정부 들어서 국가가 얼마나 안정되었느냐가 아니라 서민들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느냐?'이다. 다가오는 병오년에는 서민들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라는 대답을 국정에 책임이 있는 여당인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은 부끄러움 없이 대답해야 한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철원 논설위원

최철원 논설위원 / 칼럼니스트

ch2585@hanmail.net 다른기사 보기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