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내년 봄 방류 계획‘안전 문제 없다’최종 승인
-日, ALPS 통해 방사성 물질 제거 계획…단, 트리튬, 탄소14는 어려워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서울·경기 환경운동연합 등은 20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승인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와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는 인류를 향한 핵 테러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모인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최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결정을 이같이 판단했다. 이들은 성인 남성 키만 한 방사성 마크 팻말과 ‘우리의 바다를 구하라(SAVE OUR SEAS)’라는 메시지 앞에서 STOP 스펠링을 각자 들어 올리거나 앞으로 내세우는 퍼포먼스를 통해 일본 정부 규탄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 정부, 내년 4월 오염수 방류할 계획
앞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 18일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을 승인했다. 이날 원자력규제위는 정례 회의를 열고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을 심사한 결과 안전성에 ‘문제없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4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 설비(ALPS)로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쿄전력에 의하면 ALPS를 사용하면 세슘을 비롯한 62가지 방사성 물질을 제거할 수 있으나 삼중수소(트리튬)는 걸러지지 않는다.
‘트리튬’은 음식이나 공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되면 내부 피폭을 통해 암을 유발하는 대표적 방사성 물질이다.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는 “ALPS로도 제거되지 않는 트리튬은 국내(일본) 기준치의 40분의 1 미만이 될 때까지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면 문제가 없다”라면서 안전성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트리튬 외에도 방사성 동위 원소인 ‘탄소14’가 미량이긴 하나 희석한 오염수에 남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규제 당국이 해당 계획을 승인함에 따라 일본 정부는 내년 4월 중순까지 오염수 방출을 위한 설비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서울·경기 환경운동연합 등은 20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승인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와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
다핵종 제거설비(ALPS)로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물질
이날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경기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원자력규제위에 제출한 ‘보고서’에 결함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들은 “일본 원자력규제위가 심사한 도쿄전력의 ‘ALPS 처리수의 해양 방출과 관련된 사람과 환경에 대한 방사선 영향 평가 보고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생물에의 방사성 물질 농축으로 인한 피폭 영향도 평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도쿄 전력은 삼중수소를 제외한 62종의 방사성 물질은 모두 제거되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례로 K4 탱크군의 방사성 오염수를 1년간 방류하면 몇 가지 방사성 물질의 연간 방출 총량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삼중 수소의 경우 연간 22조 베크렐(Bp)로 제한한다지만, 스트론튬 90 2,500만 Bp, 세슘137 4,900만 Bp, 플루토늄 539만 Bp 등의 고독성 방사성 물질들이 바다에 버려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낮춰 방류한다고 했으나 최종적으로 바다에 버려지는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서울·경기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를 승인한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
이처럼 안정성 검증이 불완전한 상황임에도 외교 당국은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무능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4월29일 한국원자력기구(IAEA)의 1차 보고서가 발표된 후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은 원안위에 1차 보고서에 대한 번역 자료를 먼저 공개하고 추후 그 보고서의 문제점과 대책을 요구하는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했으나 20여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하며 오염수 안전성 검증을 위한 우리나라의 자체적이고 독립적인 조사를 시행하고 민관합동기구 마련 등을 공약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이후 한일관계 개선을 핑계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라면서 “이렇게 안일한 태도로 방사성 오염수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해양 생태계 파괴를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환경운동연합 등은 윤석열 정부에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 ▲자체적이고 독립적인 조사 시행계획 발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한 민관합동 기구 마련 등을 주문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20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승인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를 규탄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
이날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최종 승인했다. 일부 지자체의 의견 수렴 과정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일본 정부의 핵심적인 행정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기에 더는 일본 정부에 기대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을 승인한 것과 관련해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진행하는 모니터링에 참여하겠다고 말했으나 사실 의미 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외교 당국의 진정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비쳤다.
그러면서도 최 소장은 “한국 정부로서 당연히 우리 국민과 국토, 그리고 세계 인류 공동 자산인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분명한 입장을 표해주기를 요청한다”라면서 “내년 상반기쯤부터 방류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저희는 일본 정부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완전하고 안전한 처리는 없다
한편,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오염수’를 ‘처리수’라는 용어로 대신하고 있다. 다핵종 제거설비로 정화하면 삼중 수소 등을 제외한 방사성 물질은 제거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제 환경 단체는 각종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더라도 안전성 보장은 어렵다고 우려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년 전,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삼중 수소 말고도 오염수에 들어 있는 탄소 14, 스트론튬 90,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와 같은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라면서 “이 핵종들은 바다에 수만 년간 축적돼 먹거리부터 인간 DNA까지 심각한 방사능 피해를 입힐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공개된 여러 문서를 보면 도쿄 전력은 ALPS가 불검출 수준으로 오염수를 처리 및 정화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2013년에 이미 인지하고 있다”라면서 덧붙였다. 일본 정부 스스로도 안전성에 확신하지 못하고 있음을 꼬집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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