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휴가 승인 번복→내용증명 발송…뒤끝 있는 ‘유통 공룡’

제보추적 / 성지온 기자 / 2022-02-17 15:45:26
  • 카카오톡 보내기
-롯데白, 천막 아닌 자택에 내용증명 발송…노동조합 “악의적 의도”
-지난 주 근로감독관 “근로자의 휴가 사용권 제한, 부당” 지도有
▲ 지난 16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롯데백화점지회 조합원에 롯데백화점 기업문화팀이 등기로 발송한 내용 증명(왼), 내용 증명을 받은 후 가족들로부터 받은 메시지(오). <사진=롯데백화점지회>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이미 사용 승인된 연차 휴가를 제재해 노동청으로부터 지도 개선을 받은 롯데백화점이 이번에는 노동자의 자택으로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1차 공문과 유사하게 ‘장기간의 휴가는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게 골자이나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 추가됐다. 노동자들은 “가족을 불안하게 만듦으로써 노동쟁의 활동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17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롯데백화점지회(이하 롯데백화점지회)제보에 의하면 전날(16일) 롯데백화점 기업문화팀은 각각 최 지회장, 이 수석부지회장 자택 주소 앞으로 내용증명서 한 통을 보냈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귀하는 22년 1월부터 2월까지 회사에서 보장하고 있는 연차 및 휴가를 합쳐 총 35일간 장기간의 휴무를 신청하였습니다.


2. 장기간의 연차 및 휴가의 사용은 이례가 없는 일이고, 귀하의 업무 공백으로 인해 동료들이 귀하의 업무를 수행해야하는 바 업무의 지장이 막대하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하가 35일의 업무 공백에 대해 ‘업무에 막대한 지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귀하가 업무가 적어서 업무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라 인식되어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4. 따라서 향후 연차 및 휴가 신청은 타 직원과의 형평성 및 업무의 지장 여부를 고려하여 사용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와 관련해 최영철 롯데백화점지회장은 “아이들이 내용증명을 읽고 ‘아빠 회사 잘리면 어떡하냐’고 불안해한다”면서 “1차 공문 때처럼 천막 앞으로 보내면 되는데 일부로 가족들 보여주려고 집으로 보낸 것 같다. 우리(노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닌데 괴롭히는 수준이 너무하다”고 말했다.

현재 노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이성훈 롯데백화점지회 수석부지회장도 부모님이 먼저 내용증명을 받은 뒤 아내에게 연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수석부회장은 “나이 드신 부모님에 근심을 끼치게 만들어서 노동 쟁의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면서 “사측 규정대로, 정당한 절차를 밟아 사용한 연차 휴가임에도 공문, 내용 증명 등으로 압박하는 건 노동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롯데백화점지회가 사측에게 공문 형식의 문서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일 롯데백화점 노원점·청량리점장은 각자 소속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제 60조 5항을 근거로 휴가 일수를 35 일에서 15 일로 축소하고 이를 어길 시 무단결근 처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들은 ▲신연봉제 폐지 ▲인사제도 파기 ▲동일 직급 장기 체류자 철폐 ▲전문직 직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농성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 1월 25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총 35일 휴가를 쓴 상황이었다. 롯데백화점지회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의해 교섭 및 쟁의권이 없기 때문이다. 최 지회장은 “회사 규정에 따라 부여된 연차를 전부 사용하고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1개월 전 미리 희망 일자, 일수 정한 뒤 신청하여 최종 승인 받았다. 전산에도 정상 반영된 정당한 휴가다”라면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이 ‘지장 없다’라고 하는데 회사만 근거도 내놓지 않고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주장으로 노동 탄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은 9일 롯데백화점 측에 ‘이미 사용 승인 된 휴가를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근로자의 휴가 사용권을 부당 제한하는 것’이라는 판단 하에 구두로 지도 개선을 명령한 바 있다.

 

평화노무법인 현능섭 노무사는 “회사가 충분히 검토한 후 승인한 휴가에 대해 특별히 급한 사정이 있지 않은데도 단순히 번복한다면 이는 상호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면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설득과 대화를 이용해야지 내용 증명을 보내 압박하는 식으로 해결하는 건 바람직한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용 증명은 기업 스스로 (번복한 것에 대해)합리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또한 근로자에 모욕이나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도 있다”라면서 “이 같은 내용이 2~3번 더 반복된다면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근로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 되므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요주간>은 내용증명 발송과 관련한 롯데백화점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했으나 답변을 회신 받지 못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롯데백화점 동탄점 오픈 '삐걱'...코로나19 방역 허술에 구조조정 속 사업확장 잡음
롯데백화점 노조 최영철 “기본급 삭감하는 新연봉제, 사실상 간접 구조조정” [인터뷰]
롯데백화점, 휴가 승인 번복→내용증명 발송…뒤끝 있는 ‘유통 공룡’
'실적 부진' 롯데쇼핑, 신용등급 AA- 하향..."롯데ON·GMV 성장 시장 평균↓"
“롯대백화점, 노조 간부 탄압 중단하고 신연봉제·인사평가제도 폐지해야”
조직 탈바꿈 중인 롯데백화점, 열정 과했나? 주말 반납·복장 규제 '잡음'
동아제약,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오쏘몰' 국내 첫 플래그십스토어 개장
시몬스 침대, 롯데백화점 '웨딩페어' 참가...예비 신혼부부 풍성한 혜택
'메르세데스-벤츠' 한성자동차, 롯데백화점서 'The new E-Class' 팝업스토어 운영
롯데홈쇼핑, 유통기한 임박·리퍼·전시 상품 판매숍 '창고털이' 인기
롯데온, 러닝 열풍 타고 '러닝 스테이션' 전면 리뉴얼 오픈
신동빈 회장, 5년 만에 롯데쇼핑 사내이사 복귀…유통 재건 박차
롯데호텔 서울,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혼수졸업 패키지' 선보여…예비부부 위한 호캉스+쇼핑 혜택
신한카드 '더프리뷰서울 2025' 개막…오뚜기·롯데백화점 등과 컬래버, 아트페어 새 모델 제시
고양시–롯데쇼핑, AI 기반 스마트 유통 생태계 조성 협약 체결
'아름아리' 돌풍…롯데홈쇼핑, 못난이 사과로 농가 상생 모델 구축
롯데면세점, 中 CDFG와 면세산업 협력 논의…관광 전반으로 확대
롯데백화점, 업계 최초 생성형 BI 플랫폼 도입…AI로 데이터 분석 혁신 가속화
롯데백화점 본점, 크록스×헬로키티 팝업 행사 단독 개최...최대 20% 할인까지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