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홍보자료 '일 매출 250만~400만 원' 연돈볼카츠, 2년 만에 70% 폐점
가맹점주 "개점 직후 잠깐 반짝했을 뿐 매출 급락에 대출 빚에 시달려" 증언
"성숙기 못 가고 쇠퇴기 직행"…더본코리아 25개 브랜드 중 72% 부진 단계
매출의 37%가 빽다방 저가커피…브랜드 수는 늘렸지만 무형가치는 쌓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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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중구 장충동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TBK(The Born Korea) 글로벌 B2B 소스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newsis) |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프랜차이즈 확장이 가맹점주들의 잇따른 폐업과 피해를 불러오면서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는 이례적인 자리가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위원장 민병덕), 이강일·김남근 의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사)대한가맹거래사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더본코리아 사례로 본 문어발식 다브랜드 프랜차이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려 주목을 받았다.
◇ 국회서 열린 피해사례 증언대회…“유명세가 곧 성공은 아니다”
이번 토론회는 더본코리아의 가맹사업이 연이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실제 피해 사례를 점주들이 직접 증언하고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연돈볼카츠 사태’, ‘빽햄 선물세트 논란’, ‘감귤맥주 허위표기’, ‘농약 분무기 소스 살포’ 등 각종 논란의 그림자가 국회로까지 번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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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사례로 본 문어발식 다브랜드 프랜차이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 (사진=참여연대 제공) |
현장에서는 ‘연돈볼카츠’ 점주들의 생생한 증언이 이어졌다.
2022년 초 본사가 내세운 홍보자료에는 ‘일 매출 250만~400만 원’이라는 숫자가 강조됐다. 창업 상담 시에는 월 순수익 600만~750만 원 가능이라는 구두 설명까지 뒤따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개점 직후 잠깐 반짝했을 뿐 매출은 급락했고 점주들은 곧 대출 빚에 시달리게 됐다.
◇ 점주들의 절규 “첫 달 이후 매출 곤두박질”
당곡역점 점주는 “첫 달 이후 매출이 곤두박질쳤고 간담회를 통해 본사에 수익성 개선을 요구했지만 ‘신제품 출시’ 외에는 실질적 대책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신길점 점주 역시 “본사가 점주 단체 활동에 개입하고 방해하면서 금전적·정신적 피해가 더 커졌다”고 호소했다.
결국 72개 매장 중 현재 남은 곳은 21곳뿐이다. 두 해 만에 70%가 폐점하거나 업종 전환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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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참여연대 제공) |
◇ 문어발식 확장, 절반은 이미 폐업
더본코리아는 업계에서 흔치 않은 ‘다브랜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브랜드 수만 50개. 그러나 이 중 절반이 폐업하며 현재는 25개만 남았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종열 정책자문위원장은 “백종원 대표는 ‘요리사’로서의 이미지를 활용했지만 실제 가맹사업은 저가커피 위주의 빽다방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며 “브랜드 수만 늘리고 실질적 성과는 따르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맹점 수가 늘수록 평균 매출이 오히려 줄어드는 비정상적 구조”라며 ‘문어발식 확장’의 폐해를 강조했다.
◇ 더본코리아 가맹사업 현황과 다브랜드 문제
더본코리아는 1994년 설립돼 음식점 체인사업, 창업컨설팅, 호텔업, 방송·문화기획, 농수산물 및 공산품 무역 등 88개 사업을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 가맹사업은 1993년 ‘원조쌈밥집’ 운영을 시작으로 본격화됐으며 2008년 가맹사업법상 정보공개서 제도 시행 이전부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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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참여연대 제공) |
2008년 8월 ‘원조쌈밥집’, ‘본가’, ‘새마을식당’, ‘알파갈매기살’ 등으로 최초 등록 이후 2023년 말까지 총 50개 브랜드의 정보공개서를 공정위에 등록했다. 이 중 절반인 25개 브랜드는 자진 취소됐고 현재는 ‘빽다방’, ‘홍콩반점’, ‘롤링파스타’, ‘고투웍’ 등 25개 브랜드가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 전체 가맹본부 평균 브랜드 수가 1.4개임을 감안하면 더본코리아는 이례적으로 많은 다브랜드 운영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Yum! Brands(KFC, 타코벨, 피자헛)처럼 무형가치 중심의 멀티브랜드 성공 사례와 달리, 국내 환경에서는 ‘문어발식 다브랜드화’가 가맹점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매출 구조와 무형가치 한계
더본코리아의 매출은 80~90%가 프랜차이즈에서 발생한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의 79.6%(1471억 원)가 프랜차이즈 부문에서 나왔다. 나머지는 호텔사업(2~4%)과 식재료 유통(7%)인데, 유통 역시 사실상 가맹점 매출과 연계돼 프랜차이즈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브랜드별로는 ‘빽다방(저가커피)’이 매출의 37.3%로 가장 크고 ‘홍콩반점(중식)’이 12.7%를 차지한다. 그러나 백종원 대표의 요리사 이미지와 달리, 실제 매출 기반은 저가커피 사업이라는 점에서 프랜차이즈의 핵심 가치가 방송을 통한 유명세에 기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브랜드 생애주기 분석…72%가 정리기·쇠퇴기
현재 운영 중인 25개 브랜드를 생애주기별로 분석한 결과 정리기(가맹점 0~10개 수준)와 쇠퇴기에 있는 브랜드가 전체의 72%에 달한다.
△정리기 브랜드: 백철판0410, 고속우동, 퀵반, 연돈볼카츠, 고투웍 등 9개(36%)
△쇠퇴기 브랜드: 본가, 원조쌈밥집,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백스비어 등 9개(36%)
성숙기에 안정적으로 안착한 브랜드는 없으며 빽다방·홍콩반점·역전우동·롤링파스타·빽보이피자 등이 성장기 단계로 분류된다. 대부분 브랜드가 성장기를 거치지 못하고 바로 쇠퇴기에 접어들어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점주들에게는 심각한 피해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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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적 허점…오너리스크는 왜 점주의 몫인가
법조계와 전문가들은 ‘오너리스크(Owner Risk)’가 가맹점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김재희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현행법상 오너리스크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가맹본부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소송 과정에서 인과관계와 손해액 입증이 점주들에게 과도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맹사업법에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을 신설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희철 대한가맹거래사협회 부회장 역시 “더본코리아는 매출 과장으로 점주를 모집한 뒤 인근에 경쟁 브랜드를 무분별하게 출점시켜 수익성을 떨어뜨렸다”며 구조적 문제를 꼬집었다.
◇ 정부·국회도 제도 개선 시사…남은 질문 “성공의 대가, 누가 치를 것인가”
공정거래위원회 김대간 과장은 “가맹점주들이 최신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정보공개공시제를 강화하고 협의 의무화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더본코리아에는 프랜차이즈 불공정의 전형이 종합적으로 나타난다”며 “국정감사에서 백종원 대표를 증인으로 반드시 세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강일 의원도 “불완전한 정보 제공과 중재 부재가 사태를 키웠다”며 “국회가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백종원 대표의 브랜드는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친숙해졌고 ‘성공한 셰프’라는 상징성이 두드러졌지만, 그 뒤편에서 무너져간 가맹점주들의 삶은 외면받아왔다는 게 이날 참석한 점주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유명세로 시작된 프랜차이즈, 그러나 실패의 책임은 점주가 진다’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제2·제3의 연돈볼카츠 사태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이날 토론회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의 구조적 불공정을 짚어내는 자리였다. 이제 공은 국회와 정부, 그리고 기업 스스로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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