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키오스크’ 쇼핑의 편리함 추구?...노조 “고객 대기·勞苦 증대” [무인계산대의 그늘②]

현장+ / 성지온 기자 / 2022-07-14 09: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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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노조 ‘21세기 러다이트 운동’…무인 계산대 확대 두고 갈등 빚어
-일반 계산대 의도적으로 축소 후 무인 계산대 유도했나? 사측 “탄력 운영”
-“정의로운 산업 전환 고려 없이 고객·노동자 상처만 남아…정의 생각할 때”
▲ 대형 유통브랜드 이마트는 쉽고 빠른 스피드 계산대라며 무인 계산대를 운용 중이다. 그러나 마트 노조는 무인 계산대는 물건 여러 개를 구매하는 고객, 전자 기기 사용이 익숙치 않은 고령층에게는 쉽고 빠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무인 계산대 도입을 확대하려는 이마트와 이를 저지하려는 계산원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마치 과거 산업혁명 시기 실업자들이 기계를 부순 ‘러다이트 운동’을 보는 듯하다. 회사는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반면, 노동조합은 인건비 절감이 목표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양상이다. 


◆ 무인 계산대에 가려진 진실? 의도적인 고객 줄 세우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이마트 성수점 앞에서 ‘무인 계산대의 진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이마트가 무인 계산대 이용률을 높이려고 일부러 ‘고객 불편’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산원이 결제해주는 일반 계산대 운영 수를 줄여 대기 줄을 길게 만들고 지친 고객들이 하는 수 없이 무인 계산대를 이용하게끔 조정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들은 “일반 계산대를 고의로 닫아서라도 고객들을 줄 세우고 무인 계산대로 가서 직접 계산하도록 만들겠다는 파렴치하고 기만적인 지침을 내렸다”라면서 “이마트는 고객이 받아왔고 받아온 서비스를 마치 4차 산업혁명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이는 고객들에게 무임금 노동을 전가한 행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마트는 시범점포 무인계산기 객수 처리율을 50%까지 끌어 올리라 지시했다. 50%까지 올라온 것이 확인되면 전 점포로 확대할 것이고 계산원들은 더 많이 쫓겨나게 될 것”이며 “고객들은 계산을 위해 더욱 기다려야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계산해도 아무런 이익도 없이 직접 계산하는 게 당연한 날이 곧 오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이마트 성수점 앞에서 ‘무인 계산대의 진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성지온 기자>

◆ “제 살 깎아 먹기라 푸념…회사 두려워 일반 계산대 닫았다”
21년째 이마트 은평점에서 캐셔(계산원)로 근무 중인 이명순 씨(이마트지부 은평지회 지회장)는 무인 계산대 도입 후 노고(勞苦)가 해방되기는커녕 증대시켰다고 증언했다.
 

무인 계산대는 말이 ‘셀프(self)’지 캐셔 2명 이상이 늘 상주하면서 고객들의 계산을 도와줘야 한다. 기계가 제품 중량과 개수를 잘못 인식하거나 성인 인증을 해야 하는 주류에는 고객이 반드시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평점을 이용하는 고객 중에는 고령층이 많다 보니 계산원들이 일일이 포인트 적립을 도와드린다. 현금영수증 번호도 펜 패드 글씨가 작아 직접 챙겨드리고 있다. 이를 일반 계산대와 병행하고 있어 어렵다.

이 씨는 이마트가 무인 계산대 이용률을 높이려고 일부러 고객의 대기 시간을 늘렸다고 얘기했다. 서비스업인 관계로 내부에선 ‘제 살 깎아 먹기’란 사실을 알면서도 회사 지침이니 거부할 수 없다고도 전했다.

   

은평점 1층 일반 계산대는 12대가 있다. 지침이 내려온 이후 무인 계산대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일반 계산대를 3대만 열기도 한다. 제 살 깎아 먹기라는 사실을 모두가 안다. 그런데도 회사는 최대한 계산대를 밀리게끔 한다. 대기 고객이 많아야 무인 계산대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물건 한두 개 사는 고객들에게 무인 계산대는 편할지 몰라도 주말에 물건을 대량으로 사가는 고객들에겐 대단히 불편하다. 무인 계산대에서 한참을 계산하고 자꾸 오류가 발생해 계산원들이 호출된다. 쇼핑의 편리함을 추구한다던 이마트가 불편함을 강제로 발생시켜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셈
.

 

◆ 사라지는 오프라인 계산원

무인 계산대 도입 이후 계산원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포함한 이마트 점포 수는 2015년 156개에서 2021년 상반기 159개로 늘었다. 반면, 2015년 3만 85명이던 직원 수는 2020년 2만 5214명으로 축소됐고 2021년 상반기에도 251명 더 줄었다.

다른 대형 유통브랜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쇼핑은 2015년 2만 6030명이던 직원 수가 2020년 말 기준 2만 2791명으로 5년 새 3566명 줄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대형마트 감소분이다. 롯데마트의 직원 수는 1만 3611명에서 1만 2102명으로 1509명이 사라졌다.

홈플러스는 2016년 2월 기준 임직원 수가 2만 4,952명이었으나 2021년 2월 2만 1,045명으로 3,907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점포 수는 142개에서 138개로 4개 감소했다. 이처럼 지난 5년 간 점포 수 감소 수가 크지 않음에도 일자리가 대폭 줄어든 배경에는 ‘무인 계산대’ 도입이 있다.

지난해 기준,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이마트가 운영 중인 무인 계산대 수는 각각 390개, 592개, 730개다. 이마트는 3사 중 무인 계산대 도입을 가장 늦게 했으나 가장 빠르게 설치율을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마트는 전국 19개점을 샘플로 선정하여 무인 계산대 처리율을 34%에서 16%P 올린 50%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처리율 상승 방식으로 일반 계산대를 열지 않는 것을 제시했고 이는 지난 5월30일부터 시행 중이라고 전해진다.

 

▲ 이마트 성수점 내 일반 계산대 모습.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무인 계산대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반 계산대 운영을 적게 해 고객의 대기 시간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 자연스러운 전환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상 변화는 일개 개인이 거스를 순 없다. 노조도 이를 부인하진 않는다. 다만, 작위적이고 고의적인 전환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전환을 회사 측에 주문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4차 산업 시대이기 때문에 무인기를 활성화했다고 합시다. 그렇지만 우리들이 얘기하는 것들은 4차 산업 시대를 맞이한 정의로운 산업 전환”이라며 “여기에는 근무하는 노동자들과의 공존과 고객들과의 좀 더 나은 관계가 있다. 그런데 이들은 어떠한가. 멀쩡히 있는 계산대를 줄여서 강제로 무인기를 쓰게끔 고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인 계산대 취지는 물건 한두 개 산 고객들이 빠르게 계산하고 비대면이 익숙한 고객을 대상으로 나온 것이다. 주말에 수십 개 물건들을 고객들이 직접 찍고 정보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까지 무인 계산대에 몰아넣으려고 도입된 게 아니지 않느냐”라면서 “신세계그룹은 SNS 활동 등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빨아 먹는 나쁜 기업의 전형”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마트 노조는 이마트가 무인 계산대 객수 처리율 50% 지침을 철회할 때까지 쟁의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무인 계산대의 효율성을 검증하는 자체 조사도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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