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이은화 작가 시 읽기㊹] AI-플랫폼 1

문화 / 이은화 작가 / 2025-07-21 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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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플랫폼 1

이인철


양자컴퓨터에 내 뇌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달리는 말에도
기계인간에도
미루나무에도
행성을 날아가는 새에도

내 뇌는 통합된 분리다

듣고 느끼고 달리고
같은 순간에도 다분화된 오감으로 절정을
느끼는 나
같은 시간에 여러 가지를 판단하고
여러 나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

나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또 다른 나들을



▲ 이은화 작가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평론 ) 우리는 가끔 자신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분명 한 사람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나뉘고 뒤섞이는 감정들 때문이죠. 같은 순간에 웃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하며, 무언가를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여러 겹의 감정이 겹쳐 버거워질 때가 있어요. 만약 우리 머릿속이 양자컴퓨터와 연결되어 동시에 여러 생각을 처리할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같은 시간에 여러 가지를 판단하고/ 여러 나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 시인의 ‘달리는 말’은 우리 안의 욕망이나 통제하기 힘든 에너지를 닮았어요. ‘기계인간’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무감각해진 감정을 보여주죠. ‘미루나무’는 변함없는 기다림이거나 시간의 흐름을, ‘날아가는 새’는 자유에 대한 갈망을 떠올리게 해요.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나의 일부이며 타인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요.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은 내 감정보다 더 빠르게 마음을 전송하고 손끝에 저장된 감각들은 기계의 맥박처럼 화면에 뜨고 지워지지요. 이런 순간 속에서 우리는 "통합된 분리"를 경험합니다. 하나의 중심 안에 여러 명의 내가 동시에 존재하는 일상 말이에요. 어떤 일에 집중하는 나에게는 고맙고, 근심 많은 나에게는 미안하며, 때로는 커피 한 잔에 웃는 나에게 위로받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들에서 깨닫게 되죠. 내가 꼭 하나로 정의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요. 이 모두가 나라는 존재와 다정하게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의 하루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늘 인터넷에 접속된 네트워크 사회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어요. 이런 이유로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방문을 닫으면 세상이 닫혔어요. 벽 너머에는 어둠과 고요와 나만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연결된 세상에서 가끔 불안하고 고독합니다. 이 가파른 변화 속에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쉴 수 있는 숲 한 채 지어야겠어요.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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