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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화 작가 |
5살 전후 아이들은 같은 내용의 만화를 수십 번을 돌려 보는 친구들이 있다. 웃긴 장면이 나올 때쯤이면 그 장면이 시작하기도 전 까르르 먼저 웃는다. 「소를 웃긴 꽃」이 그렇다. 열 번을 읽어도 웃음이 재생되는 시. 허구를 사실처럼 들려주는 이야기꾼의 시, 그러나 밉지 않다. 눈을 크게 뜨고 놀라며 웃을 뿐.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 거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쏟아내는 시인의 발상은 상상의 영역이 예술에서 얼마나 유의미한가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한 ‘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이 문장의 힘은 독자의 시름을 쫓고 마음을 즐겁게 한다. 오늘만큼은 삶에 지친 여러분들이 ‘나주 들판’에서 벌어지는 이 엉뚱한 시를 읽으며 많이 웃길 바란다. ‘소’가 어떻게 발의 간지러움을 참고 있는지, ‘꽃’이 어떻게 ‘소를 살짝 들어’ 올렸는지, 중심을 잃고 기우뚱대는 소를 보며 우리도 중심 잃을 듯이 웃는 하루가 되기를.
나주 들판, 어쩌면 이순구 작가의 웃는 얼굴들이 모여 있을지도 모르는 일.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이 문장의 다음 행은 우리가 이어 써 보면 어떨까. 엉뚱하고 발랄한 이야기들이 피어날 것 같다. 윤희상 시인의 「소를 웃긴 꽃」의 다음 시 편에서는 소와 꽃의 관계가 어떤 외연으로 펼쳐질지 궁금하다.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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