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신현호 기자]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라면 값싸고 안전한 차를 구매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미국의 공신력 있는 평가기관에서 안전성 우수등급을 받은 차라면 더욱 신뢰가기 마련이다. 현대 쏘나타, 기아의 쏘울, 포르테는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차로 선정되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와 광고를 하고 있다. 이를 접한 국내 소비자들은 국산 자동차의 우수성에 또 한 번 놀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자동차 업체의 홍보와 광고가 부당광고 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3월 24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회장 이정주, 이하 자동차소비자연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부당광고 행위에 대한 시정 요청’을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자동차연맹은 마치 현대ㆍ기아차가 단독 선정된 듯 사실을 왜곡했고 <수출용>과 <내수용>의 품질자체가 다른 것을 표시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나라마다 자동차안전기준이 다르다며 지난 4월 3일 무혐의 처분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일요주간>은 지난 1일 자동차소비자연맹 이정주 회장을 만나 공정위의 결정에 대한 심경과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과장ㆍ허위 광고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최고등급을 마치 단독 수상한 것처럼 왜곡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는 ‘Top Safety Picks 2010’에 31개 차종을 꼽았다. ‘Top Safety Picks 2010’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전면ㆍ측면ㆍ후방ㆍ지붕 충돌 4가지 모두 테스트에서 Good 등급을 받아야 하며 차량자세 제어장치인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가 장착된 모델이어야 한다.
현대ㆍ기아차는 5개 부문 31개 차종이 선정된 최고 안정한 차량들(Top Safety Picks) 중 하나로 선정됐다. 즉 공동 수상인 셈이다. 하지만 현대ㆍ기아차는 ‘최고 안전한 차(Top Safety Pick)에 선정됐다’고 국내 신문 및 방송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Top Safety Picks'는 고유명사이므로 음절하나라도 바꾸면 안 된다며 현대ㆍ기아차가 복수형인 S를 빼고서 마치 단독 선정된 것처럼 'Top Safety Pick' 이라고 쓴 것은 엄연히 사실과 다른 허위 과장 광고에 해당하고, 소비자를 오인시켜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으며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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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나라마다 안전기준 달라'
이에 대해 공정위가 이 회장에게 보내온 답변은 이렇다. “나라마다 자동차의 안전에 대하여 관련 법규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준이 각각 다르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조사인이 에어백의 종류나 장착위치에 대한 정보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국내 소비자가 내수용 차량과 미국 내 판매차량의 안전기준이 모두 같기 때문에 동일한 안전기준에 따라 자동차 안전사양이 장착되었다고 인식하기는 어렵다. 또 광고는 구체적인 제품사양과 관련된 정보라 보기 어렵고 기업이 자기의 영업활동을 이해관계인에게 정보를 단순하게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공정위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이 회장은 39쪽짜리 이의 신청서를 제출, 공정위의 재심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현대ㆍ기아자동차 홍보실 한 관계자는 “처음 듣는 소리다. 만약 국가기관인 공정위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면 끝난 것 아니냐”며 “똑같은 사건으로 재심을 청구한다고 해서 뭐가 크게 달라지겠냐?”고 반문했다.
미국서 기본 장착하는 에어백 한국에선 돈 받고 판매
이 회장은 “미국에서는 1만 불도 채 안 되는 가장 저렴한 가격의 베르나에도 에어백 6개를 기본 장착 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운전석과 조수석 에어백 뿐이냐는 내용의 ‘부당광고 행위에 대한 시정요청’을 공정위에 제기한 이후에 그 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현대ㆍ기아차가 슬그머니 선심을 쓰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현대 YF쏘나타는 안전성 강화모델이라는 명분으로 그동안 60만원에 판매하던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을 반값인 30만원에 기본 장착하고, 30만원 추가 할인까지 해 주었다. 결과적으로 60만원을 할인 해 준 셈이라는 것. 기아도 마찬가지다. 소울과 포르테가 미국에서 최고 안전한 차로 선정된 기념이라며 대대적인 홍보효과와 함께 50만원 상당의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을 무상으로 장착해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 같은 현대ㆍ기아차의 행보에 대해 이 회장은 “없어서 못 팔고 있는 신차를 누가 할인 해주냐면서 사실상 기본으로 장착해주었어야 될 몫을 생색내기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시정명령 회피에만 급급하고 시정명령과 무관한 ‘Top Safety Picks’ 비선정 차량에 대해서는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 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현대의 투싼 ix와 i30은 각각 60만원과 61만원에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을 판매하고 있고 기아의 K7의 경우는 기본으로 장착하는 대신 40만원을 오히려 인상했다"며 현대ㆍ기아차의 이중행보를 질타했다.
수출용과 내수용 다른 이유
해외로 수출되는 차량과 내수용 차량이 여러 면에서 확연히 다르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수출용 차량의 사양을 내수용 차량에도 적용시켜야 한다며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내수용 차량은 제2세대 에어백인 디파워드 에어백을 운전석과 동승석에 2개만 기본 장착하고 있으나 미국 내 판매차량은 제3세대 에어백인 어드밴스트 에어백을 장착하면서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까지 기본으로 장착한다. 만일 내수용 차량으로 테스트 했다면 Top Safety Picks에 절대로 선정될 수가 없다.”
그는 또 "A/S 정책도 천양지차"라며 "현대차의 경우 미국은 10년/16만km, 영국과 호주는 5년/거리 무제한의 품질보증을 해 주지만 한국은 5년/10만km의 품질보증이 고작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나마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자동차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라며 전 차종에 대해 5년/10만km 품질보증을 제공하니까 현대자동차도 SM5와 SM3의 경쟁 차종이라고 생각하는 EF 쏘나타(2002년 4월 이후 출고)와 아반테(2002년 7월 이후 출고)에 대해 5년/10만km 품질보증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국내 소비자는 무보수 ‘테스트 드라이버’?
이 회장은 “도요타가 현대차보다 기술력이 부족해서 리콜사태가 일어난 것이 아니다. 현대차도 그런 대규모 리콜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며 리콜 문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과거엔 (국내)자동차 회사들이 리콜을 해 주면서 캠페인이라고 부르는 일이 많았는데, 자기들이 잘못 만든 것을 수리해 주면서 왜 캠페인이라고 부르냐"고 지적하자 슬그머니 무상 수리로 명칭을 바꾸었다. 그는 "새 차를 무상수리 해 준다는 것도 우스운 일 아니냐"고 반문하고, "차라리 자발적 리콜이라고 부르면 되는데 어떻게든 리콜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보기 안스러울 정도다. 건교부의 예비 리콜 조사까지 유야무야 넘어 간 일도 있다. 현재 가장 심각하게 발생하는 결함으로 시동 꺼짐 현상과 급발진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스스로 현명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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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2001년부터 국내 자동차들의 차체 결함과 과장 광고 등의 문제점들을 제기하며, 현대차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수차례에 걸쳐 경찰에 연행도 당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누가 현대라는 대기업을 상대로 싸울 수 있을 것이며, 누가 감히 현대차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만둘 수가 없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소비자 스스로 현명해지는 방법밖에는 없다. 예전보다 소비자들이 많이 똑똑해졌다.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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