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경팬 “문광부 산하 ‘경륜’ 인터넷 베팅 중단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마사회’ 폐지지시 외면”
20년간 농협중앙회의 모 지점에서 과장까지 지내며 성실히 근무하던 A(53세)씨는 경마로 인한 도박 빚을 갚기 위해 31억을 횡령했다. 사채업자의 빚 독촉에 시달리던 씨는 과천경마장에서 알게 된 대포통장업자로부터 타인의 인적사항을 사들인 후, 신용도가 높은 9명을 택해 토지분양 중도금 담보대출을 신청한 것처럼 꾸며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경찰에 체포될 당시 경마와 도박 등으로 이미 5억여 원을 탕진한 상태였다. 경마장이나 카지노 주변에는 A씨처럼 전 재산을 도박으로 탕진하고 패가망신 한 사람들이 즐비하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 새만금, 인천 영종도, 전남 담양 등 국내 유명 관광지에서도 경마장 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전경마 팬 모임(이하 건경팬)의 강경탁 실장은 현재 한국경마가 선진국수준의 레포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일요주간>은 지난 5월 24일 강 실장을 만나 '건경팬'을 결성하게 된 배경과 국내 사행성산업의 실태에 대해 들어봤다. [일요주간= 이광명 기자]
마사회 온라인 발매 전용 휴대 단말기(PDA 방식)를 구입해 이용하던 3000여 명의 회원들이 갑작스럽게 서비스 중단 통보를 받는 일이 발생한 적이 있다. 2004년 10월 29일에 시판된 이 단말기는 무선 데이터 전송 방식으로 경마장이나 장외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부과세를 포함해 월정액 2만 2000원을 내면 마권을 살 수 있는 휴대용 온라인 발매수단이다. 소비자들은 기계사용이 금지되자 판매자인 (주)에어미디어에 13만 2000원의 기계값을 변상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주)OO미디어 측은 마사회와의 계약조건에서 제 3자 손해 발생시는 양측 합의하에 손해금을 부담하기로 한 약정이 있다며 협의 후 배상하겠다는 답변만 한 채 해결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에 단말기 사용자들이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지법 민사 32부는 불법은 인정하지만 장관 승인으로 시행했고, 손실에 대한 인과 관계가 없다며 원고 소송을 기각했다(2009.12.11). 이 과정에서 함께 소송을 진행하던 회원 중 일부가 건전경마 팬 모임을 결성하게 됐고, 15명으로 시작된 회원이 현재는 60여명 정도가 됐으며 2~3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있다.
강 실장은 “2006년 3월 9일, 이미 Mobile, 인터넷 발권사업은 장관승인 이전에 당시 마사회 전, 현직 회장이 Mobile, PC 사업자에게 뇌물을 수수하고 독점 사업권을 제공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사업이 진행됐다”고 지적하며, “문화관광부 산하 경륜 사업은 2007년 2월 26일 감사원의 인터넷 베팅 중단지시에 따라 사업을 중지하였으나 농림수산식품부 산하의 마사회에는 폐지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마사회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덧붙여 강실장은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출범(2007년 2월 8일)한 사행산업 통합관리감독위원회의 ‘사행산업 건전발전종합계획 시행계획’ 보고문건을 보면 인터넷 베팅 즉시폐지보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사회가 OO미디어와의 사업 계약서 내용을 근거로 2009년 7월 19일까지 연장 발표를 했다”며 “OO미디어가 2009년 1월 29일 법률근거 없는 사업은 불법이므로 업무제휴를 인정할 수 없고 즉시 폐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사회가) 계속해서 발매를 시행한 것은 불법적으로 이득을 편취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강 실장은 특히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무인발매기”라고 밝히고, “무인발매기란 현금으로 마권구매권을 구입한 후 베팅금액을 정한 마권 투표용지와 함께 무인자동발매기에 넣으면 마권을 구매할 수 있는 기계다??며??한 장에 최대 10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지만 이용횟수에 제한이 없어 원하는 만큼 베팅을 할 수 있고, 본인인증 기능이 없어 미성년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본인임이 인증되는 전자카드제 도입을 통해 구매상한액을 초과하여 마권을 발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발매한 경우 형사적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마사회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경마 경기 조작 의혹 제기
강 실장은 또 경마 운영의 투명성이 제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경마에서 문제가 불거진 예주거리제 및 부정경마의 사례들을 열거하며 현재 경마의 순위가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 사례로 최근 열린 부산의 한 경주에서 인기마의 출발문이 늦게 열리는 모습이 동영상에 확실히 찍혔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성립시켰고, 지난 5월 서울의 한 경주에서도 말이 출발 후 낙마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예로 들었다.
예주거리제란, 예주거리(10~20m) 내에서 고착, 늦발주, 기수낙마, 주행거부, 급사행 등이 발생할 경우 발주 불성립(환불)을 하는 규정을 말한다. 그러나 1992년 7월 폐지되면서 부정경마의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강 실장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마사회 측은 “이러한 사고는 대부분이 말의 악벽과 기수의 부주의로 인하여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이다??며 ??만약 이를 발주불성립으로 처리할 경우, 정상적으로 출발한 다른 말의 마권을 구매한 경마팬과 마필관계자들이 불만을 가지는 점들을 고려해 공정하고 원활한 경마시행을 위해 불가피하게 행하는 제도”라고 답했다.
그러나 강 실장은 “부정경마로 적발돼 처벌을 받은 관련자들, 부정행위에 관한 정확한 정보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부정경마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에 대한 법령이 명문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실장은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8조 정도의 추정액으로 운영되는 불법사설경마로부터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마사회가 27%의 세금을 공제하는 반면 불법 사설경마의 경우 5%의 이득금만을 받고 운영되며, 배팅액수의 제한이 없어 한 번에 큰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지 쉽다고 했다.
“이들은 일명 ‘맞대기’라는 거래를 통해 1:1~3명의 형식으로 배팅을 한다. 현직 기수들에게 얼마간의 사례금을 지불하고 경마가 진행되는 화면을 전송받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등의 수법으로 경마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욱이 경마장 내에서 음성 휴대폰 송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단속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강 실장은 설명했다. 그는 건경팬의 회원 중 실제 사설경마로 인해 패가망신을 한 예를 들며 그 위험성에 심각한 우려를 내비췄다.
“아파트 건축업을 하던 재력가였던 C씨는 경마로 200억을 잃었다. 결국 부인과도 이혼했고, 지금은 부동산 소개업을 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여러 사람과 동시 계약을 한 후 계약금을 받아 사설 경마를 하다 돈을 모두 잃어 사기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도 있었다.”
강 실장은 “90년대에는 모든 재산을 잃고 자신의 신세를 비관한 나머지 온 몸에 휘발유를 붓고 경주로에 뛰어들어 분신자살한 사람도 있다”며 경마 도박으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나라에 건전한 경마 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되기 위해서는 세수를 위해 사행성 도박을 조장하는 현재의 마사회 운영 방침을 시정하고, 투명한 경기 진행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소액 배팅만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제는 시스템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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