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은 결혼의 첫째 조건은 경제적인 능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선배들을 보니, 뭐니 뭐니 해도 우선 돈이 있어야 결혼을 잘 할 수 있겠더군요.” 그런 생각에 M은 월화수목금금금, 여러 해 동안 쉬는 날도 없이 열심히 일 해왔으며, 그 결과, 이제는 어느 정도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소개팅도 하는 등, 열심히 결혼할 여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하는데,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결혼정보업체에까지 들락대는 것을 보니 쉽게 그 마음에 맞는 여자를 만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상하게 주로 제 경제적인 능력에만 관심이 있는 여자들과 만나게 되더군요.” 무슨 말일까?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끼리 만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왜 이상하게 여기지? 하지만 M은 그런 여자들에게 적지 않은 불만이 있는 듯하다. “저는 직장생활 등, 바깥 활동을 많이 하는 여자보다는 가정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여자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꾸어 가정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여자를 만나려고 노력해야할 듯싶건만, 그는 계속해서 결혼의 첫째 조건은 ‘경제력’이라고만 말한다.
‘도대체 왜 이 사람은 과거의, 결혼을 준비할 때의 생각을 아직 고집하는 것일까? 스스로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능력을 갖추었다면 이제는 그런 생각에서 점점 벗어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형편이라면 어떻게 그 마음에 맞는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그러나 M은 자기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오히려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대학생이 되었다면 고등학생 때의 생각에서 그만큼 벗어나야하지 않을까요? 또, 직장인이 되었다면 학창시절의 생각에서는 그만큼 벗어나야하지 않을까요? 이와 같이, 어느 정도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면, 결혼을 준비할 때의 생각에서는 그만큼 벗어나야하지 않을까요?”
그때서야 그는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그런데도 계속해서 결혼의 첫째 조건은 경제력이라고 말한다. “결혼 뒤에도 돈은 계속해서 벌어야 하잖아요?” 때에 따라서, 형편에 따라서 생각은 계속해서 변해야하건만, 조금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결혼하겠다는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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