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소 값은 폭락하고 사료값은 폭등, 한우가 굶고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

현장+ / 박지영 / 2012-01-16 10: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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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한우 사육한 한 농민의 절규, 1억에 구입한 소 100마리, 2000만원대로 폭락

[일요주간 = 박지영 기자] "한 마리에 250만원을 주고 1억원어치를 샀던 소가 한 마리에 50만원이 됐다.
자산이 2000만원이 된 것이다. 이러한 자산 감소로 엄청난 부담감을 가지고 살아야한다"


전국한우협회 경기도 광주시 지부장 임종선씨


지난 5일 한우 2,000여 두를 청와대에 반납하는 시위를 결행하려던 농민들의 계획이 무산됐다. 전국한우협회 소속 10개 시도지회와 136개 지부 소속 회원 등은 한미 FTA 등의 여파로 소 값이 1년 사이 절반이상 폭락한 것에 분개해 한우 2,000여 두를 싣고와 청와대에서 반납시위를 하려 했으나 대규모 병력이 투입된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서울로 향하던 농민들은 주요 고속도로 나들목과 예상출발지에서 각각 경찰과 대응하는 등 FTA를 저지하는 플랜카드를 부착한 차량 60여 대는 국회 앞에서 경찰에 저지당하기도 했다.


이날 농민들은 각 지역에서 집회를 열고“이대론 못 살겠다”며 정부를 향해 거칠게 항의했다. 지난 13일 <일요주간>은 경기도 이천에서100여 두의 한우를 키우고 있는 임종선(50)씨를 만났다. 임씨는 전국한우협회 경기도 광주시 지부장을 맡고 있다.



▲FTA비준안 통과, 농민들의 분노


임씨는 축산업을 시작한지 올해로 25년째이다. 100여 두의 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달에 약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의 사료비가 들어간다고 했다.


한 마리의 송아지를 30개월을 키워 출하를 시키는데 약300만 원의 사료비가 드는 셈이다. 만약 송아지를 사서 비육해 출하를 한다면 약 250만원의 송아지 값에 사료비가 포함되어 생산가가 500만 원이넘는다.


하지만 현실은 생산가보다 못한 값을 받는다는 것. 또한 어미소를 1년 관리하는 비용이 100만 원이 넘는데 송아지를 100만 원 받는다면 소를 키울 이유가 없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구제역으로 인해 많은 소들이 살처분됐다. 소뿐 만이 아니다.


양돈의 피해가 가장 컸고, 다음으로 낙농, 한우는 규모에 비해 피해는 적었다. 하지만 구제역으로 인한 이동제한과 구제역 살처분으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급감됐다.


백신접종이 시작되고 이동제한도 풀리면서 유통이 되지 않았던 묶여있던 소들이 몰려 나왔지만 소비시장은 아직도 얼음처럼 차갑기만 했다. 공급은 많아졌는데 소비는 안 되고 한우 값은 떨어지기만 했다.


구제역으로 소비가 둔화되어 급감하고 이렇다 할 대책도 없이 FTA비준안이 통과 된 것이다. 송아지 값이 절반이상 폭락했다.


임씨는“이것은 폭락이 아니라 무너진 것이다”고 분개하며“농업을 희생산업으로 몰아세운 것”이라며 씁쓸함을 토로했다. FTA비준안 통과가 이러한 농민들의 불안심리에 작용해 분노가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임씨는“대통령이 FTA에 대한 강한의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국가적 큰 이득만 생각했지 피해를 보는 농업에 대한대책과 방안이 안 됐기 때문에 청와대에 반납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로 인해 1월 5일 반납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난 것이다”고 말했다.



▲IMF이후 폭락한 한우


임씨는“축산농가들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FTA가 무조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며“하지만 농업의 고령화로 70이 넘은 노인들도 농촌에서 소를 키우며 생계를 이어가는데 한 마리에 250만 원을 주고 1억 원어치를 샀던 소가 한 마리에 50만 원이 됐다. 자산이 2,000만 원이 된 것이다.


이러한 자산 감소로 엄청난 부담감을 가지고 살아야한다. 다시 직장을 다닐 수 있는 여건도 안 된다”며 암담한 현실을 토로했다.


“우리나라 농업소득의 40%가 한우산업이 지탱을 하고 있다. 한우산업이 무너졌을 때 우리 농촌의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반도체, 자동차 등의 부분에서 얼마만큼의 수익이 창출되는지 농업은 얼마만큼의 피해가 발생하는지 정확히 알아야한다. 한쪽이 흥하고 한쪽이 망하면 국가적으로는 이득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IMF이후 300만 두가 넘던 한우산업이 140만 두까지 급감했다.


임씨는“그때 소비자들은우가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고 하더라”며 농민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소비자에게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급이 과잉되면 폭락하고 공급이 모자라면 폭등한다. 수요와 공급의비율이 일정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 임씨는“이러한 폭등과 폭락은 소비자가 결정해주는 것”이라며“소비자들이 한우에 대해 정확히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현재 소 값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2등급, 1등급 한우가 중간유통과정에서 많이 비싸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 공급받는 가격 또한 비싸진다. 일반 판매장에서는 100g에 약 8,000원 정도이며 직판장에서는 조금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임씨는“1등급, 1+등급, 1++등급의 경우 가격이 비싼 것은 사실이다”며“그만큼 생산가도 높다. 또 식당이나 판매장에서 파는 가격은 자유화되어 있어 상인들이 폭리를 취해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않는다”면서“2년 동안 키운 소를 유통시키는 사람은 한 달도 안 돼 판매를 한다. 유통업자들의 수익이 더 높다. 왜 한쪽만을 위한 제도를 방치하는 것인지, 생산자의 판매가는 저렴한데 소비자의 유통가가 아직도 비싸다면 우리나라의 유통구조 또한 개선돼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선심 쓰는 듯한 정부의 대책


사료 값 폭등으로 인해 굶어 죽는 소들도 생겼다. 4Kg씩 먹던 사료를 1Kg씩만 먹다보니 소들은 병이 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임씨는“물만 먹는 소들도 있다”며“폭등하고 있는 사료 값을 감당하기 위해 땅이며 집이며 보험이며 모두 처분하고 빚더미에 앉은 사람들도 많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평생을 함께 살아왔고 분신이며 자식 같은 소들이 굶어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농민들의 현실에 정부는 동물보호법 위반이니, 동물학대라며 범법자로 몰고 있다.”임씨는“자신 또한 100여두나 되는 소를 키우고 있지만 소의 얼굴만 봐도 이놈은 어떻고, 저놈은 어떤지 후대가 어떨지 까지 다 알 수 있다”며 애정을 가지고 키운 소를 ‘굶겨 죽인 범법자’로 만들려는 정부에 분노하고 있었다. 농민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실망감만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임씨는 자신이 농업을 하며 가장 힘든 것이“농업에 대한정부의 무관심”이라고 했다. 이어“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국민 중에서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무도 없다”며“우리나라 농업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희생산업, 하향산업으로 몰아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덧붙여“피해농가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데 선심 쓰는 듯 하는 대책은 소모전이고 시간낭비”라고 강조했다. 또한“우리 농업에 대한 현재 경쟁력의 위치는 어디이며, 앞으로의 경쟁력은 어떠한 방향으로 갈 것이며, 농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어디까지인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쟁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지, 농민들이 정부를 믿고 정책을 제시했을 때 믿을 수 있게끔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농민들의 공감대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에 있다. FTA협상에서 보여준 것 처럼 정부는 대안이 없는 문을 활짝 열어 둔 것이다.


임씨는“미국은 우리나라에 수출을 하기위해 물류비와 비싼 인권비를 투자해도 그만큼의 경쟁력이 있고 정부에서 정책을 세워 놓았기 때문에 FTA협상을 제시한 것”이라며“우리나라는 그에 걸 맞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유럽의 국가들은 대규모영농을 할 수 있도록 기계화돼 있고 많은 사람이 많은 농지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농지의 관수시설 또한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넘쳐나는 생산물을 태평양에 매장하기도 했다”며“우리나라 정부도 선심성 대책, 문제 해결을 위한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기 전 미리 대책을 세워 농민이 정부를 믿을 수 있게 돼야한다”고 토로했다.


▲농민의 바람


마지막으로 임씨는 한우에 대해 소비자들이 잘 못 알고 있는 것, 소비자에게 바라는 것 등을 이야기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6년 7월부터 한우등급제가 시행됐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한우라는 이유만으로도 소비자들은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그 한우는 3등급의 한우였다.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수입육과의 차별화, 즉 고급화가 이루어 져야했다. 이로 인해 한우등급제가 시행이 되고 등급에 의해 소를 생산하다보니 사양기술이 많이 발전되었다며 구제역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우리 한우가 4,000년 동안 길러오면서 품질은 세계 최고다” 라고 자신했다. 이어 “소비자가 신뢰 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최선을 다해 안전하고 맛있는 쇠고기를 생산하겠다.”고 전했다.


그는“시간을 빼앗기는 것 같아 인터뷰를 안 하려고 했지만 소비자들에게 한우산업의 현실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고 밝히고“우리나라 한우산업이 4,000년 동안 꾸준히 이어져 온 것처럼 후대에 물려 줄 수 있는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도록 소비자들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면 한우산업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각계각국 모든 사람들의 꾸준한 사랑과 신뢰로 이어지면 나아가 세계에서 최고로 사랑을 받고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며 한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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