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이 원 기자] 현대자동차 SUV(Sport Utility Vehicle) 차량 뉴산타페 2006년식을 보유한 A씨는 자신의 차량에서 자동차 부식(녹)을 발견하고 이를 YMCA자동차안전센터 홈페이지에 올렸다. A씨는 “차 뒷좌석 양쪽도어 위쪽 고무패킹 안쪽이 심하게 부식돼 녹이 발생했다. 부식(녹)된 부분이 들떠있어 비오는 날 물이 쓰며든다”며 불편 사항을 접수했다.
지난 5일부터 YMCA자동차안전센터는 2개월 간 무려 190건의 동일 피해사례가 접수되자 ‘차체 녹(부식)발생 피해사례 집중제보 창구’를 개설해 오는 30일까지 사례를 접수, 집중 차종에 대한 집단 손해·배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자동차회사가 녹(부식)과 관련한 보증 내용이 전무한 실정을 고려해 부식(녹)이 발생한 차량을 제조 및 판매한 업계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취지에서다. YMCA자동차안전센터는 녹(부식)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와 안내를 제공해 소비자들이 차량구입 후 보다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차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YMCA자동차안전센터의 집중제보 창구가 개설되기까지 지난달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끊임없이 제기된 자동차 부식(녹) 피해 사례가 유독 국내 완성차 업계의 70~80%를 장악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에서 내수용과 수출용에 각각 다른 강판을 사용했다는 것.
현대기아차가 내수용 강판과 수출용 강판에 사용한 아연도금강판 함량이 다르다?
이에 자동차업계가 부식(녹) 피해 사례로 잔뜩 긴장한 가운데 지난주 현대·기아자동차(이하 현대기아차)가 이례적인 반박자료를 내놨다. 이는 자동차 부식(녹) 피해가 유달리 현대기아차에 집중되면서 언론의 초점이 국내자동차업계에서 한 곳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가 언론에 뭇매를 맞은 것은 부식(녹)을 방지하는 기능인 방청(防靑)기능이 있는 아연도금 강판을 내수용·수출용을 각각 구분지어 사용해 내수용 제품에는 일반강판의 함량을 낮췄다는 부분이다. ‘아연도금 강판’은 일반 강판에 아연도금을 입혀 차체 부식 방지효과가 탁월한 효과가 있다. 내수용에는 일반 강판을, 유럽·북미 수출용 차에는 아연도금 강판을 70% 이상 사용했다는 부분이다. 일반 강판에 비해 가격이 15~20% 가량 비싼 아연도금 강판 사용비율을 내수용과 수출용에 차등적용하며 비용을 줄이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2006년 말부터 중형급 이상 차량 아연도금강판 비율 70%이상”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011년부터 전 차종에 아연도금강판 비율을 70% 이상 적용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문제시 된 2006년을 기준으로 이전에는 내수용 차량에 일반강판을 사용한 것이 맞다. 하지만 내수용에 일반강판을 사용한 것은 전 세계 부식지도기준으로미국부식공업협회(NACE National Association Corrosion Engineers)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유럽·북미 지역은 ‘방청지역’으로, 우리나라는 방청 무관지역으로 분류되어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현대기아차는 우리나라가 방청무관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 겨울철 폭설 등 이상기온 현상으로 염화칼슘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방청 지역과 동일한 수준인 70% 이상의 아연도금강판을 적용하고 있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특히 여러 차종을 한 라인에서 동시 생산하는 혼류(混流)생산 방식의 구조적 특성상 여러 강판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여기에 수출용과 내수용, 두 종류의 강판을 만들어 생산라인에 구분해 적용 시 오히려 생산비가 높아지기 때문에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설명에 따르면 아연도금 강판 비율을 낮추는 것보다 수출용과 내수용을 구분해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든다는 것.
또한 일부 자동차 동호회 등이 제기한 현대기아차의 내수용과 수출용 아연도금 강판 비율 및 강판의 두께, 강성(剛性)의 차등적용 논란은 해당 동호회 회원들을 현대기아차 충남 아산 공장으로 초청, 직접 가공과정을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소보원 차체 부식(녹)관련 불만 접수 1위..."국내 자동차업계 1위 현대기아차"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만 접수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모양세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설명대로라면 국내 자동차업계 중 현대기아차의 아연도금 강판 비율은 가장 높은 수준이다. 르노 삼성자동차의 경우 평균 40% 이상 아연도금 강판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GM과 쌍용자동차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차체 부식(녹) 관련 불만 접수 사례는 총123건으로 이중 현대기아차가 98건으로 전체 건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또한 지난 2006~2011년 차체부식 관련 소비자 불만을 토대로 자료를 조사한 결과 이중 무상 수리를 권고한 118만2,664대 중 84%인 99만6,319대가 현대기아차로 드러났다.

YMCA 자동차안전센터 부식(녹)접수 현대기아차 차종에 집중돼
타사에 비해 아연도금 강판비율이 높다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지난 5일부터 피해차량 집중제보창구를 개설한 YMCA자동차안전센터에는 불과 일주일만에 현대기아차종에 대한 부식(녹)차량 접수가 쇄도했다. 지금껏 접수된 현황을 살펴봐도 타사 제품의 부식(녹) 접수는 현대기아차에 비해 미미한 실정이다.
YMCA자동차안전센터 관계자는 “차량 부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범위도 커지고 수리비용도 증가한다”며, “특히 자동차 사고 시 차체는 운전자와 탑승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부식 관련 품질보증 항목이 미미하다는 것은 소비자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식 문제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구제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도 부식과 관련된 품질보증 관련법 제정과 부위별 피해 보상 규정 등을 달리한 품질보증서 명문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6월 말까지 접수된 소비자 피해 사례를 토대로 소비자피해에 대한 집단손해배상 청구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번 자동차 부식(녹) 논란에 대한 현대기아차의 대응과 피해사례는 단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들(현대기아자동차)이 2011년 부터 방청 무관지역인 국내에서도 아연도금 강판의 기준을 70% 까지 상승시키며 수출용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지만 그간 끊임없이 언급된 수출용 차량에 대한 차별 대우에 내수용 자동차를 사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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