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천혜의 자연사 박물관’으로 불려온 인천시 옹진군 덕전면에 위치한 굴업도 전경. CJ계열사인 씨앤아이레져산업의 무분별한 개발을 놓고 환경단체 및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인천환경운동연합 |
‘천혜의 자연사 박물관’으로 불려온 서해안 굴업도(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전면)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수년 째 이어온 가운데 굴업도 토지의 소유주인 CJ그룹 계열사인 C&I 레저산업(주)(이하 씨앤아이) 이 지난 달 15일, 이와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굴업도 사업부지 내 휀스설치에 관한 건’이라는 내용의 ‘일방적인 공문’을 덕전면 굴업리 이장 앞으로 발송했다.
씨앤아이는 이후 21일부터 공사를 시작해 해당 휀스(울타리)의 설치 목적에 '안전사고와 산불예방 및 쓰레기 적치 우려' 등을 들어 굴업도 등산로인 개머리 능선과 송신탑 주변에 50~70m 높이의 가시철망과 울타리 설치를 끝마친 상황이다.
여기서 더욱 문제시 된 부분은 울타리 설치 전 씨앤아이가 지역주민들에게 “불가피한 사유로 출입할 때는 명단과 출입목적, 시기를 통보해 사전 승인을 받고, 사진 촬영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공문의 내용이었다.
굴업도의 소유주인 씨앤아이는 굴업도로 진입하는 출구인 선착장 4곳에 ‘외부인 출입통제’를 내걸어 무단출입 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씨앤아이측은 “사유지인 굴업도 개발권은 우리에게 있으니 이는 불법과 합법을 논의할 대상이 될 수 없다” 며 “굴업도 전체를 통제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을 지정해 울타리를 설치한 것 뿐”이라며 울타리 설치에 대한 문제가 전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씨앤아이는 현재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사업’을 내걸어 골프장과 요트장을 포함한 대규모 레져사업을 진행 중에 있으며 특히 씨앤아이의 최대 주주는 CJ그룹 이재현 회장(53)으로 사업의 주도권은 이 회장이 쥐고 있다.
![]() | ||
▲ 굴업도 토끼섬의 신기한 지형ⓒ인천환경운동연합 |
그렇다면 사유지인 굴업도 개발을 놓고 안팎으로 시끄러운 이유는 무엇인가.
인천 옹진군 덕적면에 위치한 굴업도는 지난 1.7㎢(52만평) 면적에 16가구가 살고 있다. 특히 굴업도는 지난 1990년 핵폐기물 처리장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바닷물의 침식으로 해안 절벽에 조성된 통로 모양새의 해식와(海蝕窪)가 대규모로 발달(길이 약 120m, 깊이 3m~5m)해 있는 토끼섬을 비롯해 개머리 능선, 연평산, 덕물산 등 천혜의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우수한 생태계가 조성된 곳이다.
특히 중생대 백악기 말 화산활동으로 형성돼 화산쇄설암 등의 중생기화산활동의 자취를 비롯해 침식의 역사가 그대로 전해진 문화유산 같은 곳으로 한 주간 평균 100~120명의 관광객이 굴업도를 찾고 있다. 이에 옹진군은 오는 6월 30일까지 배 삯 할인 및 굴업도 입항 배의 규모를 늘려 관광객 유치에 매진해왔다. 이에 외부에서 굴업도 관광에 대한 이목이 집중돼왔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초부터 5년 간 굴업도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한 씨앤아이는 현재 98.2%의 토지 매입을 끝내며 '굴업도'의 대부분을 소유하기에 이른다. 이후 지난해 11월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지정을 신청해 골프장과 요트장을 비롯한 레져타운 건설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환경파괴' 문제를 놓고 더욱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후 굴업도를 골프장 등 관광단지로 지정하여 개발하려는 CJ 씨앤아이의 계획은 환경부로부터 절차의 위법성이 제기되면서 현재 사전환경성검토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등 사업이 표류된 상태였고 덕적군도 본섬인 덕적도 어촌계 등지에서도 골프장 개발 계획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대기업 CJ에 현 섬 관광계획을 초기화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한다고 요구했다.
![]() | ||
▲ 굴업도 개발로 인한 산지훼손 예상도 ⓒ한국녹색회 |
인천시 "환경성 검토, 재검 요구" ,환경단체 등 "CJ는 대기업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악덕업주"
관할시인 인천시 역시 "사전환경성검토서' 절차에 위법성 등이 있다"며 절차와 과정 등을 보완토록 통보했다. 인천환경단체와 굴업도를 지키는 시민단체 연석회의 등 시민 단체들은 사업 철퇴 및 천혜 자연보고를 대기업 개발의 무력을 앞세워 무너뜨리고 있는 씨앤아이에 울타리 제거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사유재산임을 앞세운 대기업의 만행이 이제 시민을 상대로 출입로를 통제하는 등의 제재를 가한 것은 ‘협박’이나 다름없다”며 “굴업도 소유주인 대기업 CJ의 이러한 행태는 앞으로는 ‘사회공헌’을 내세워 기업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악덕업주와 다를게 없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특히 “CJ 계열사인 씨앤아이는 굴업도 출입을 차단해 섬을 보호해야한다는 여론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용의주도함까지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관할 시인 인천시와 옹진군 역시 CJ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 행정조치를 통해 관광객을 내쫓으려하고 있다”며 대기업 앞에서 무력한 관할 행정관청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CJ 씨앤아이 "울타리 친 목적 와해하지 말아야"
인천시 "엄연한 사유지, 강제적 철거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하지만 사업 주체인 CJ계열 씨앤아이는 이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씨앤아이 관계자는 “울타리(휀스)를 친 목적이 와해되고 있다”고 운을 띄우며 “환경·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관광객을 차단하거나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목적은 애초에 없었다”며 반박했다.
이어 그는 “그들(환경·시민단체)이 요구하는 대로 울타리를 철회할 수 없다. 지난 굴업도를 지키는 시민단체 연석회의 이승기 실장의 실족사 이후 굴업도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했고 이에 위험지역에 울타리를 친 것" 이라며 "최근 늘어난 관광객들이 무단야영으로 인해 쓰레기 무단 방출 등으로 오히려 굴업도 환경이 오염되고 있다. 이를 방지하려는 목적을 그들이 말하는 대기업 횡포로 몰아서는 안된다”고 일축했다. 특히 그는 지역 주민 역시 대다수가 찬성한 굴업도 개발 및 이번 울타리 철회 가능성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여기에 환경단체 편이 섰던 관할시인 인천시 역시 씨앤아이의 손을 들어주며 상황을 역전시켰다.시 관계자는 “굴업도는 엄연한 사유지”라며 “안전을 내세워 울타리를 친 씨앤아이에 강제적 철거를 요구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사전환경성 검토에 문제가 있다고 재검을 요구해놓고 오히려 개발은 소유주인 CJ의 몫이니 관할시청은 발을 빼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개발에 관한 중심을 잡아야하는 인천시가 골프장 등 관광단지 개발에 재고하라고 씨앤아이측에 경고해놓고도 이들(씨앤아이)의 무단 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결국 지역 주민의 피해를 야기시킨다는 비난은 고스란히 인천시 몫으로 남았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