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곳은 시간 중심이 아닌
사건중심으로 일상이 흘러간다."
아프리카 중동부에 위치한 말라위 공화국. 이 곳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47살로 세계에서 수명이 가장 짧다고 알려져 있다.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IDS) 때문이다. 유아 사망률도 매우 높다.
말라위 28개의 현에서 매일 10여 명의 사람들이 죽어간다.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매일 죽어가는 것이다. 말라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기도 하다. 의료기관도, 학교도, 말라위에는 부족한 것들 뿐 이다.
도움이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이곳에 한국인 선교사들이 현지에 나가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일요주간이 말라위 호수 옆 ‘살리마 현’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을 사랑하는 한국인 선교사 ‘조선인’(44)씨를 만나 말라위의 생활을 직접 보고 들었다.

- 아프리카에서의 생활이 무섭고 겁이 나지는 않은가.
▲ 한 10년 사니까 지금은 별로 무섭지 않다. 얼마 전 남편이 일주일 정도 수단에 간적이 있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밤이면 깜깜하기만 한 이곳에서 혼자 있어야 했다. 그래도 개가 함께 있으니 꼭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옆에 사는 현지인들이 있으니까 더욱 안심이 된다. 또 함께 사는 현지인 식구들도 있고.. 만약을 대비해 뒤로 나갈 수 있도록 뒷문도 만들어놓았다.
- 살리마에 도자기 학교를 짓게 된 동기
▲ 10여년간 선교활동을 하며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다. 몇 해 전 휴식시간을 갖게 되어 미국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도자기 공부를 할 수 있다. 이후 말라위로 돌아와 은코타코타라는 곳에서 도자기를 굽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 가면 자기를 구울 줄 아는 말라위 아주머니 한분과 함께 일을 했는데, 그 당시 그 아주머니는 하루일당으로 200콰차를 받았다.
한국돈으로 환산해보면 천원도 되지 않는 돈이다. 주인은 몇 천 콰차씩 버는데, 그 아주머니는 하루종일 나무 줍고 나와 함께 그릇을 굽고 200콰차를 받고 끝이다. 이건 아니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은 단지 건물을 쓴다는 이유로 시간당 얼마씩 몇 천 콰차를 받는데,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게 해줄까?’고민을 많이 했다.

말라위 현지인이 아닌 제 3자가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말라위 사람들이 이익을 가져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기숙학교로 가면서 이 일을 실천할 수 있었다.
- 학교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 유약을 수입해 오는 것이 매우 힘들다. 그래서 여기(말라위)에서 나오는 재료들로 유약을 개발하려고 한다. 근데 제가 이 방면에 너무 문외한이다. 도자기에 대해서는...
지금 항아리 유약이라도 바르고 싶은 심정이다. 유약을 바르지 않으면 물이 센다. 흙으로 빚은 거라... 어떻게 해서든 물이 세지 않게 하고 싶다. 지금 여기엔 나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도자기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신분이 있다면 이곳에 와주셔서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 미술이나 예술에 관련된 공부는 미국에서 한 것이 전부인가.
▲ 원래 전공이 미술교육이다. 성균관대 사범대학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졸업하고 바로 결혼을 해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갖지는 못했다.

-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가.
▲ 대학교 입학할 당시에는 디자인과였다. 졸업은 한국화 전공으로 했다. 그런데 이곳은 한국화를 하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다. 화선지라던지 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다.
늦게 배웠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도자기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선교생활을 하는 동안 아이들도 어려 내 시간이 없었다. 지금의 시간들이 너무 늦게 찾아 온 것 같다.
- 이곳의 교육은 어떠한가. 케냐로 보내는 방법밖에는 없었나.
▲ 한국의 어떤 부모는 아이만 이곳에 보내 공부를 시켰다고 한다.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다. 이곳에서는 미국의 대학교 진학이 쉽다. 그 아이는 하버드가 목표였는데 옥스퍼드를 같다고 그러더라.
처음 이곳에 와서는 아이들을 릴롱웨의 국제학교에 보냈다. 큰아이는 먼저 케냐로 가고 작은아이와 함께 링롱웨에서 생활을 하다 작년에 케냐로 갔다. 아이들을 보내고 너무 힘들었다. 특히 막내를 보내고 나서는 너무 힘들었다, 선교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여기 있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금은 너무 바쁘니까 여기 집중을 하니까 아이들을 생각할 시간이 없다. 그릇도 구워야하고, 자급자족 생활을 하다 보니 밭일도 해야 하고 너무 바쁘다.
- 도자기 센터는 언제쯤 완공이 되나.
▲ 현재 물레도, 가마도 없다. 현재 바닥에 타일을 깔기 위해 작업 중이다. 후원받은 5,000만원으로 건물을 짓고, 현재는 후원받은 것이 없어 아직 내부가 미완성이다. 부족한 부분은... 도자기 강좌 같은 것을 열어 강습료을 받거나 가드닝을 해서 묘목같은 것을 판매하여 수익금이 생기면 센터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할 계획이다. 이곳 땅이 정말 좋다.

- 도자기 학교를 짓는 것 외에 어떠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가.
▲ 특별히 하는 것은 목사인 남편이 학교를 짓고 있는 것,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미국에서 선교목적으로 보내준 책들로 도서관 개관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학교와 유치원, 도서관 등 오픈 준비를 하고 있다.
- 다른나라의 선교활동은 어떠한가.
▲ 한국의 봉사단체는 코이카, 일본은 자이카, 미국은 피스코라고 한다. 일본의 경우엔 봉사활동을 오면 수도에서 생활을 못하게 한다고 한다. 미국은 수도뿐 아니라 타운에서도 생활을 못한다. 빌리지에서만 생활을 한다. 아주 작은 마을. 모기장 하나와 정수기 하나만 가지고 2년 동안 봉사활동을 한다.
사람도 별로 없는 외진 곳에서 배낭을 메고 차를 세우는 사람은 거의 미국 봉사단체사람이다. 에이즈 예방법, 피임법, 나무 심는 법 등 각자 하나의 미션을 가지고 혼자 마을을 돌아다니며 그곳에 방을 얻어 생활하며 현지인들에게 자신의 미션을 전파하고 알려주며 봉사활동을 한다.
- 말라위공화국의 사람들은 어떠한가.
▲ 최근에 신문을 보니 말라위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49세라고 나왔다. 실제로 50세가 넘은 사람들이 거의 없다. 이곳사람들은 정말 착하다.
옛날 우리의 두레나 품앗이처럼 말라위사람들도 결속이 잘된다.
여기는 28개도가 있는데 정부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도마다 있다. 한 병원에서 하루에 10명이 죽는다. 200명이 넘게 죽어나가는 것이다. 매일 장례가 있다. 장례식에 가보면 사람들이 만사를 제쳐두고 장례식에 참석해 함께 일을 하고 의식을 치른다. 그런 면들이 예날 우리의 시골모습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하다.
이 곳의 생활이 힘들면서도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현지인들의 그런 모습에 매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부모가 죽은 아이들은 친척이라면 누구든 아이들을 데려다 키운다. 노동력 착취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의 양면성일 것이다. 내 자식이 아닌 아이를 돌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니까...
이곳은 시간 중심이 아닌 사건 중심으로 일상이 흘러간다. 이 또한 이곳의 매력이다. 시간에 치이지 않고 내가 시간을 조절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잠비아에서 3년 살고 여기에서 7년을 살았는데 잠비아는 인제 산업이 밀려오면서 사람들이 도시물을 빨을 먹었다. 하지만 아직 말라위는 시골 마을 같다. 다르게 말하면 가난하고 못사는 나라이지만 아직 때가 묻지 않았다.
- 앞으로의 소망이 있다면.
▲ 현재로서는 도자기학교에 집중하고 싶다. 젊은 시절 많은 것을 해보았다. 잡지에도 관심이 많아 글도 써보았고,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았고,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림도 팔아보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했고, 의욕이 넘쳐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이제는 이 일에 집중할 것이다. 앞으로는 도자기 학교를 멤버쉽으로 운영하며 회원들이 낸 가입비로 유약이나 점토들을 함께 구입해 사용하고, 전기가 들어오면 물레, 전기가마 등을 설치하고 싶다.
대량생산이 목적이 아닌 예술적 가치를 두고 도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그릇을 굽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하고 싶다. 혼자하면 하기 싫은 일고 함께하면 시너지가 넘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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