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朴 정부, MB정부때 ‘대북붕괴론’ 전철 밟지 않아야”

Interview / 김진영 / 2013-08-27 10: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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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외대 이장희 교수가 말하는 대북정책 ‘허와 실’
▲ ⓒ일요주간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남북한 당국이 3년 만에 이산가족상봉에 합의하면서 천안함, 연평도 등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경색됐던 한반도에도 평화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일관된 대북정책을 견지하며 개성공단 정상화에 이어 북한의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정전 60주년,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한반도. <일요주간>에서는 향후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현 정부가 나아가야 할 대북정책의 방향성과 과제 대해 한국외대 법학과 이장희 교수(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취임 6개월을 맞은 박근혜 정부의 국민 지지율 조사에서 외교와 대북정책이 높은 성적을 받았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
▲ 보수언론이 앞장서 원칙이 있고 일관된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사실 그 원칙 때문에 많은 부분을 놓쳤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의 경직된 형식주의는 남북한 관계발전에 상당부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당국회담만 중시하고 비당국, 민간인 교류협력은 등한시하는 등 현 정권의 대북정책은 형식과 의제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6.15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데 대해서도 아쉬운 점이 많다.

개성공단문제 역시 책임문제와 재발방지가 초점이 됐지만 모든 책임을 북한에 떠넘기는 것도 잘못된 자세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가 분명 MB정권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번 이산가족상봉 제안 역시도 일방적으로 날짜를 정하고 최후 통첩하는 것처럼 이미 수순을 정하고 난 뒤 몰아붙이고 있는 식이다. 그건 굉장히 잘못된 정책이다.

또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 남북관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나는 사실 박근혜 정부보다 북측이 오히려 주도하고 있는 인상을 받았다. 북측이 먼저 이끌고 허둥지둥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문제들과 확연히 절연되는 모습을 보일 때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신뢰프로세스’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북한은 어떤 상태인가.
▲ 북한은 정치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 이 세 가지를 말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 들어서 핵실험 면에서 군사강국을 이루고 개성공단 등으로 경제강국을 말하는 등 사실상 거의 다 이뤘다고 본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남한과 경제규모가 38:1까지 벌어지는 등 내부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자존심밖에 남지 않았다고 본다. 즉 수령체제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모습들을 보이는데 우리 정부가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을 삼가고 상호존중해야 평화적인 남북관계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미국이나 일본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한 것을 놓고 현 정권이 친중국파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우호적으로 돌아선 것도 이런 관점에서 중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할지.
▲ 결과적으로 보자. 우리나라가 비핵화를 우선으로 내세우니 북한은 중국과 경제교류를 대폭 늘렸다. 초기에는 49~50% 정도였던 것을 지금은 90% 이상 중국과 하고 있다. 이건 앞으로 통일하는데 있어 대단히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에 어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는 것은 비약적인 해석으로 봐야한다. 중국입장에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문제만 안 일으키고 안정되기만을 바란다. 왜냐하면 중국은 G2 국가로써 유엔안보리이사회에도 가입된 국가이기 때문에 국제규범을 지켜야 하는데 북한으로 인해 경제, 외교적 타격을 받게 되고 국격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그 부분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박 대통령이 친중국파라고 하는데 그런 문제를 떠나서 사실 외교에 있어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친구도 없는 것이다. 균형외교를 해야 한다. 우리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게 되면 우리의 자주성이 없어진다.

-과거 노무현, 이명박 정권과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교한다면.
▲ MB 정권에서 대북정책의 기본은 ‘붕괴론’으로, 기다리면 망하게 돼 있다는 식이었다. 또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을 많이 했다. 지나치게 한미동맹에 치우쳤던 부분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를 지나면서 그동안에 쌓아왔던 신뢰가 다 깨지면서 남북관계가 상당히 경색됐었다. 이런 대북정책은 한반도의 평화구축에 장애물이 됐다고 생각한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남북문제에 한해서는 아마추어였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대북송금특검법이고 또 하나는 기획탈북 문제가 있었다. 이 2가지 사건은 2년 여간 남북관계 단절을 가져왔었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는 그런 점에서는 균형외교를 하려는 모습이 드러나긴 하는데, 진정성이 어디 있느냐는 두고 봐야 한다.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나는 현 정부가 무엇보다 대북인식이 올바로 정비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처럼 대북붕괴론으로 신뢰를 잃는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또 역사성, 특수성, 일관성을 지켜줬으면 한다. 6.15 공동선언이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등 과거 정부가 한 일들에 대해서 MB 정부 때처럼 모두 부인하지 않아야 한다. 현 정권은 ‘신뢰 프로세스’를 내세운다. 하지만 신뢰프로세스가 뭔지를 모르겠다. 대북정책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 국민들이 쉽게 납득이 가도록, 이해가 가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대북정책의 방향성을 지시한다면.
▲ 남북교류에 대해 북측은 이 문제를 어디까지나 정치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정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산가족상봉 등 인도주의적 문제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면 안된다. 즉 남북교류에 있어서만큼은 이념을 벗어나 탈정치화를 해야 한다. 국가라 함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민의 복지와 안녕을 위해 존재한다. 독일의 경우를 보면, 동독과 서독은 민족개념에 대한 의견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인간적 고통의 경감을 위해서 협력의 원칙에 합의한다고 했다. 즉 순수하게 인도주의적 관점으로 봐야한다.

한반도는 60년 동안 분단국가인 유례없는 경우에 해당하며 향후 10년 안에 현재 생존하고 계신 이산가족의 상당수가 유명을 달리할 가능성이 크다. 현 남한의 이산가족들도 굉장히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우리는 더 이상 과거를 얘기해선 안되며 미래를 바라봐야 하고 갈등보다는 평화를 얘기해야 한다. 그래야 남북관계가 발전된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우리 정부는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하나.
▲ 이명부 정부의 가장 잘못된 정책이 비핵화에 있다고 본다. 핵문제와 남북교류를 서로 연계시켜, 핵문제 해결되면 남북 교류하겠다는 식이었다. 이렇게 경직된 생각은 대단히 잘못된 정책이다. 왜냐하면 핵문제라는 것은 국제사회와 결부된 문제이기 때문에 남한만 노력해서는 풀 수 없다. 북한의 핵은 관리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앞장서서 북한에 비핵화를 주문할 수는 없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할 일이다. 즉 우리 정부는 투 트랙으로 나가야 한다. 핵은 남북관계와는 별개로 인식해야 한다.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체제구축이다. 군사적 신뢰구축과 인도적 문제, 교류협력문제, 남북관계 발전 등을 핵과는 별개로 병행 추진해야 한다.

-한반도의 발전을 위해 통일을 빼놓지 않을 수 없다. 이상적인 통일시점과 평화 통일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 나는 통일 대장정의 로드맵을 4단계로 본다. 1단계는 화해협력단계, 2단계는 평화체제구축단계, 3단계는 남북연합단계, 4단계는 1민족1국가이다. 화해협력단계는 남북기본합의서 실천으로 봐야한다. 교류협력은 크게 3가지로, 경제·사회문화·인도주의적 교류가 있는데 이산가족상봉은 인도주의적 교류에 해당한다. 2단계 평화의 문제는 정전체제에서 종전으로, 남북한의 신뢰 있는 합의가 필요하다. 국제법적 측면으로 전시를 평시로 바꾸고 군사신뢰구축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군사정전연합이나 비무장지대평화체제관리기구 등 서로 우발적인 충돌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대북정책의 기본은 접촉을 통한 변화를 지향해야 한다. 즉 남북한 대화채널이 끊어지면 안된다. 나는 사실 이명박 정부 전까지만 해도 남북기본합의서가 거의 실행됐다고 보고 평화체제구축단계로 나아가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남북관계는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한다. 한반도 평화통일 시계가 현재 몇시냐고 묻는다면 I'm not sure.(잘 모르겠다)

-지난 대선 당시 한 후보의 ‘남쪽 정부’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정치권을 비롯해 온라인상에도 ‘종북’이나 ‘빨갱이’ 등 이념과 색깔론이 심화되고 있다.
▲ 국제사회에서 1980년 이후 이념적인 갈등문제는 이미 종결됐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 낡은 이념을 가지고 소모적으로 낭비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이걸 이용한다. 북한에 대해 얘기하면 모두 종북좌파다, 과거정부에 퍼주기론이다란 식으로. 그렇다면 종북이 뭔지에 대해 논쟁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진보주의, 보수주의가 없다고 본다. 진보주의는 현재 있는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미래에 대한 개혁을 하는 것이고 보수주의는 현 체제에 안주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진보주의라 하면 종북좌파로 보고 보수주의는 기득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천민자본주의로 전락했다.

올바른 대북인식을 위해서는 평화교육, 통일교육, 인권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책임이다. 김대중 정부 때 통일교육지원법을 만들었는데 그 당시에도 이념 교육한다는 식으로 말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본다. 하지만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이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트레이닝을 통해 이 사고와 인식을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넓게 봐서는 Peace Education(평화교육)이다. 민주주의국가의 시민으로써 최소한 자유에 대해, 평화에 대해, 인권에 대해 정치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평화통일문제, 교육문제, 우리사회가 나가야 될 문제, 이런 정치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정부차원에서 민주시민교육센터를 만들어 민주시민교육과 평화통일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분단체제의 극복 없이는 한반도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자유주의, 평등, 복지 모두 조금만 나가도 여기에 막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교류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념적인 논쟁은 하루빨리 떨쳐내야 한다. 남한, 북한이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여야 대미, 대소, 대일관계도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독도 문제나 신무기 도입도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약 365조 예산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이 국방예산으로, 약 10%, 36조에 달한다. 우리가 평화통일을 구축하면 이 예산의 상당부분은 복지와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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