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를 시작으로 외식 업계에서는 ‘수작요리’라는 표현을 남용하며, 우후죽순 ‘수작요리 전문점’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최인 한국조리사 협회 일식분과위 부회장은 “수작요리는 요리의 핵심인 육수부터 드레싱까지 모두 직접 조리사가 만들어 선보이는 것”으로 “그 가게만의 특별한 요리인 창작요리가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수작요리”라고 정의한다.
실력과 정성이 필요해 고급 요리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작요리가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를 중심으로 잘못된 의미로 표현되고 남발되고 있다는 것.
최인 부회장은 “장인정신을 갖고 진정한 의미의 수작요리를 선보여야 하지만 일부 업체는 사기에 가까운 표현과 마케팅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요주간>은 최인 부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작요리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프랜차이즈 요리점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작요리의 정확한 개념이 궁금하다.
▲ 소스부터 드레싱까지 모든 다시(육수)류를 직접 만들어서 요리하는 것이다. 고급요리점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우후죽순 생기는 프랜차이즈 가게들의 ‘수작요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소위 프랜차이즈에서 수작요리라고 부르는 것은 모순이 있다. 한 프랜차이즈점의 매운탕 요리는 1인분 팩에 들어있는 것을 해동해 끓여주고 있는 수준이다. OEM으로 만든 소스로 맛을 낸다. 수작요리하고는 거리가 있음에도 수작요리라는 표현을 남발하고 있다. 일종의 사기라고도 볼 수 있다.
-일본에서의 수작요리는 어떻게 형성돼 있나.
▲사실 일본에서는 수작요리라는 표현을 특별히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일식에서는 ‘갑보’라는 게 있다. 일식기술이 뛰어나 자신만의 창작요리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을 ‘갑보’라고 한다. 또 수작요리 안에 창작요리가 포함돼 있다. 창작요리는 그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유한 음식을 말한다. 그런 음식을 선보이는 곳을 ‘갑보야’라고 부르며 직접 조리사가 자신만의 음식을 선보이다 보니 큰 규모가 아닌 작은 규모로 운영된다.
-국내 수작요리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냉동제품을 해동해서 만드는 수준의 음식점인데 뭣도 모르고 조리사의 꿈을 갖고 들어간 이들은 이 같은 프랜차이즈에 대한 실망만 안고 나오게 된다. 월급 또한 큰 문제다. 점장의 월급은 일식집에 처음 입문한 사람의 수준이고, 매출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한다. 기술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야간근무에 대한 스트레스, 매출 압박까지 받고 있다. 결국 조리사들의 양성과 업계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의 횡포와도 같다.
-일본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외식시장과 조리사들의 수준은 어떠한가.
▲ 일본은 밥 짓는 것만 배우는데 5년이 걸린다. 그렇게 천천히 한 단계 한 단계 거쳐 장인정신을 가지고 배우고 일한다. 경력이 많고 적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 밑에서 어떤 자세로 배웠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돈에 움직이고 요리에 대한 공부도 게으른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식 수준도 아직 높지 않아 MSG를 이용한 국물과 정성을 다해 끓인 육수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일본의 프랜차이즈 요리점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 일본은 프랜차이즈가 다양하다. 가격대부터 음식수준까지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 예를 들어 동경 신주쿠에는 쓰나하찌라는 유명한 튀김집이 있다. 주로 중산층의 샐러리맨이 주로 즐겨 찾는 곳이다. 이곳이 유명 호텔 식당가에 입점했는데 신주쿠 점과 다르게 기물부터 인테리어, 요리까지 초일류로 선보이고 있다. 프랜차이즈라도 로케이션이나 특성에 따라 개발하고 있다. 호텔에서 직영을 하게 되면 전문성이 떨어지게 되니 직접 유명한 식당을 입점시켜 호텔과 프렌차이즈 요리점 모두 윈윈(win-win)하는 형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점들은 명동에 있건 봉천동에 있건 같은 가격에 같은 인테리어이다. 경영마인드에서도 차이점이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본사는 살아남아도 체인점들은 망해가고 있지 않는가. 이득만을 추구하는 국내와 달리 일본은 서로 상생의 개념이 뚜렷하다.
-이자카야라는 선술집도 국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 국내에서 로바다야키를 시작으로 이자카야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면류도 칼국수집 냉면집이 있듯이 이자카야와 로바다아키도 선술집 중의 하나다. 요리도 트렌드가 있는데 지금 국내에선 현재 이자카야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포화상태라 하향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이자카야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이자카야는 지하 100~200평 되는 규모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안주를 파는 곳이었다. 1천엔이 넘는 안주는 극히 드물고 거의 500엔 정도 한다. 시장바닥처럼 왁자지껄한 분위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고급화됐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장인정신을 갖고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문제는 장인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 크게 성공을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음식점의 생명력이 길어지기 위해 이러한 장인정신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트렌드에 편승해 얄팍한 상술로 수작요리를 선보이다 결국 고객들의 외면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본래적인 의미의 수작요리와 음식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조리사들의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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