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규 “한국형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시급”

Interview / 이희원 / 2013-09-10 10: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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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회 김낭규 변호사
▲ 환경단체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기자회견 당시 모습, 이들은 징벌적손해배상제도의 필요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Newsis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지난 10년 간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을 위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은 시민단체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집단소송제란 회사나 어떤 특정인의 잘못된 행동에 의해 다수인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피해자 중의 한 사람 또는 일부가 다른 피해자들을 대표해서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이는 개별적 피해의 규모는 작지만 피해자의 수가 많은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피해구제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소송방식이다. 또한 소액피해자들에게 재판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행 한국 법안에서는 2005년 증권관련 소주주의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소송제 이외에는 뚜렷한 법안이 제시되지 않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가해자의 비도덕적·반사회적인 행위에 대해 일반적 손해배상을 넘어선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징벌적손해배상 역시 도입의 논의가 뜨겁다.

이에 정치권에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위한 입법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일요주간>은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회 김낭규 변호사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관련 법안에 대한 추진 배경과 사례 등을 들어보았다.

-집단소송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해 달라.

▲최근 금융사의 양도성 예금증서 금리조작사건 및 KT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집단적인 피해를 수반하면서도 피해에 대한 입증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 민사소송법의 권리구제방법 및 소송실무의 한계 등으로 인해 권리구제를 받기 어려운 사건들이 발생했다. 현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선 만큼 재벌의 가격 담합 등 부당한 공동행위 등을 강력하게 규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규제의 실효성 확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공정거래법 개정과 함께 해당 피해가 발생한 경우 신속하고 적절하게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다수의 중복 소송에 따른 소송불경제가 야기되지 않도록 구성원이 다수이고 구성원의 각 청구가 법률상 또는 사실상 주요한 쟁점을 공통으로 하는 사건에 대해서 대표 당사자에 의한 집단소송을 허용하도록 하자는 게 목표다.

-집단소송법 제정과 관련한 주요쟁점들을 나열한다면.

▲일단 집단소송제는 집단소송법이라는 단일한 민사소송법의 특별법으로 제정할 것인지 혹은 소비자기본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조물 책임법 등에 규정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둘 다 논쟁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앞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의 전례가 있고 해당 소송으로 기존의 민사소송절차와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단일한 특별법안으로 제정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게 주된 입장이다.

-집단소송제에 대한 명칭과 소송대상의 포괄적인 범위가 불분명하다.

▲최근에 이와 관련하여 많은 제정 및 개정안이 나오면서 그 명칭과 대상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것은 사실이다. 가습기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이에 대비하여 소비자의 피해에 한정할 것인지, 소비자의 피해라면 제조물 책임법 상의 피해에 한정하는지, 아니면 금융기관의 파생상품 판매로 인한 피해, 기업의 공동행위로 인한 피해 등을 모두 포괄할 것인지, 아니면 소비자의 피해를 포함하여 공해, 국가의 불법행위 등을 모두 포괄할 것인지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대상의 확정이 선행되면 법안의 명칭이 결정될 것이다.

이후 논의를 거쳐 단일의 집단소송법안을 제정한다면 기존의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은 위 법안에 편입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 대상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존치하고 새로 제정되는 법안에 그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집단소송의 경험이 일천하고 해당 법의 제정에 대한 기업 측의 부담도 많은 현실을 고려하여 일단 소비자(금융소비자 포함)에 한정하여 추진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집단소송법의 대표적인 예인 ‘증권관련집단소송법(증권관련법)’을 예로 들어보자. 해당 법안의 경우 지나치게 복잡한 절차 및 규정, 그리고 높은 소송비용으로 그 실효성에 문제점이 부각된 바 있다. 예상되는 개선사항에 대해 설명해 달라.

▲증권관련법 집단소송은 언급된 바와 같이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왔다. 이에 몇 가지 개선점이 부각되고 있다.

첫 번째는 피고의 즉시항고 규정을 삭제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송허가결정 단계에서 이미 원고와 피고는 법원에 출석하여 심문절차로 소송의 적법여부를 판단하도록 규정된 마당에 다시 그 허가결정 후 피고의 즉시항고를 허용한다는 것은 또다시 시간의 지연을 초래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경우에는 소송불허가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다툴 방법이 없는 문제가 있으나, 피고의 경우 굳이 다툰다면 본 소송에서 본안 전 항변으로 다투면 되는 것이므로, 해당 규정은 불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소송비용의 상한액 인하 및 소송종료 후 원고의 비용 면제를 들 수 있다. 집단소송 자체가 승패가 불확실한데다 그 기간 또한 수년이 예상되는 힘든 소송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송 실무상 대표당사자들은 소송 대리인에게 그 비용의 부담을 지우는 경우도 발생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상한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해당 소송을 담당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인지대의 상한액을 현 5,000만원에서 500만원(정도)으로 낮추고, 대표당사자의 자력 등을 감안하여 담보제공을 유예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비용 역시 국고로 체당하는 방안, 원고의 패소(敗訴)시 소송비용 부담과정에서 일부 면제를 해주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추가로 고지, 감정 비용 등을 국고로 체당하는 방안 등도 추가 고려대상으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손해배상액 산정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나.

▲현재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은 손해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표본적, 평균적, 통계적 방법 또는 그 밖의 합리적 방법으로 정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 등이 원고가 되는 집단소송의 특성상 불가피한 것인데, 다만 그 손해액 산정에서 피해자의 총원범위에 속한 사람들의 손해를 모두 산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법원의 실무상 이렇게 산정할 가능성이 많은데, 가령 가습기 피해자들의 손해규모를 정할 경우 그 피해규모는 각각 다를 것인데, 이를 총합하여 손해를 산정하는 것인지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많은 발의안과 같이 opt-out방식*으로 할 경우, 손해액은 총원의 범위를 고려하여 산정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제외신고를 한 사람들의 손해는 공제하는 것인지 여부도 문제될 수 있다. 왜냐하면 제외신고를 한 사람들은 추후 별 소를 제기할 것이고, 만약 공제하지 않는다면 제외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들을 제외신고를 한 사람들의 분배 몫을 가져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인적인 소송이 이미 진행된 경우, 그 병합처리에 대한 논의는 있나.

▲물론 이 역시 논의 대상에 들어간다. 집단소송과 무관하게 이미 개인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병합할 것인지 여부도 문제이다. 현행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은 집단소송이 중복하여 제기되는 경우 그 병합처리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에 대하여는 규정이 없고, 이는 여러 의원 발의 안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굳이 시일이 오래 걸리고 복잡한 집단소송으로의 병합을 원치 않을 수 있고, 각각 진행된다면 같은 사실관계에 의한 소송인데 결과는 상반되게 나올 수도 있어 향후 이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은 계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을 통해 심도 있는 토론이 뒷받침되어야한다.

특히 집단소송제의 경우 그 배상절차를 간이화 시켜주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고, 당연히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의 경험을 반성적으로 고려한 바탕 위에서 이러한 논의가 되어야 한다. 법원실무, 기업의 부담 등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나 여우를 초청한 두루미가 병에 고기를 넣어 대접하는 일은 방지해야 할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의의를 말한다면.

▲난폭하고 고의적인 불법행위를 한 당사자를 제재하기 위하여 피고로 하여금 보전적 또는 명목적 배상액을 초과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서 행위자의 악의적 가해행위를 억제하고, 피해자의 손실보전을 두텁게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도입 논의 배경과 예상되는 범위를 설명 해달라.

▲민법의 일반조항으로 하는 방안, 징벌적 배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 개개의 분야별 법률에 규정하는 방안 등이 있다.이 가운데 민법조항으로 두는 경우 징벌적 배상제도를 통일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다양한 유형의 불법행위를 포함하여 불법행위 전반에 걸쳐 동종 또는 유사한 불법행위의 재발방지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피해자 간에도 형평을 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행 민법상 실손해배상원칙이 오랜 관행이고, 그 유형을 일반법인 민법에 세부적으로 규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일부 법률에서 시범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점차 확대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도입의 범위는 사개추위의 징벌적 손해배상법(안)은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제조물책임법, 식품위생법, 환경범죄의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 5가지 경우로 한정한 바 있다.

여기서 구체적인 법률로 들어가 보면, 공정거래법의 경우 그 범위 문제가 대두된다. 즉,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자체의 경우, 행위자의 고의나 악의입증 및 기업결합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입증이 어렵고, 경제력 집중의 경우, 이로 인하여 다른 사업자나 일반 소비자의 손해발생사실을 입증하기 곤란한 점 등에서 그 대상으로 적절치 않다. 따라서 부당공동행위,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기타 불공정거래행위,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등에 대하여 추가적으로 검토되어야할 부분이다.

또한 타 법률의 경우, 소액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고, 사업자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며, 남소의 경우 시정전치주의와 입증책임의 전환 등으로 제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조물 책임법과 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에서 규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법률사례와 비교해서 설명한다면.

▲미국의 경우, 피고의 악의 내지 중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원고에게 부여하는 경우가 많고, 주로 불법행위법에서 인정되고, 계약법에서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된다. 한국의 경우에도 그 한계설정 차원에서 가해자의 비난이 가능한 심적인 상태를 당해 법에 명시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단 배상액 산정에 있어서 영국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겠다. 영국은 배심원이 사실관계를 고려하여 재량적으로 산정하는 반면 미국은 배심원단이 산정하고, 과다하여 위헌시비가 있는 경우 법원에 제소가능하다.

한국은 배심제가 없는 상태에서 법관이 재량적으로 판단 가능하고 재량의 일탈 남용 여부는 상급심에서 판단하면 되는 문제다.

이와 함께 산정기준 역시 2배 배상, 3배 배상 등의 방법이 있고, 미국 클레이튼법은 입증된 실손해액의 3배액을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3배 배상액을 상한액으로 정하는 방법도 검토가능하다. 참고로 미국 모델 징벌적배상법안은 배상액 산정 시 불법행위의 성격, 피고의 재산상태, 피고의 이익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법관이 배심원에게 적정한 가액을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끝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대한 개인적은 소견을 말씀 해달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1992년 맥도날드 할머니 사건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49센트에 구입한 커피가 너무 뜨거워 화상을 입은 할머니에게 미국 법원은 치료비 등 일반 손해금은 물론 48만 달러를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민사와 형사의 중간 영역의 형태로 분류되는 악의적인 불법 행위에 내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실효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다만 이 제도가 생소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한국형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만드는 게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opt-out방식이란

권리실현을 위한 소송에서 굳이 제외신고를 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현실이라는 점, 승소 시 권리신고만으로 분배절차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 기업이나 국가의 입장에서 소송을 한 번에 해결하여 추가 소송의 위험이 없다는 점 등의 장점이 있는 반면, 제외신고도 하지 않고 권리신고도 하지 않은 구성원은 기판력은 미치면서 분배절차 및 별개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즉, 소제기 사실과 소송허가사항은 주로 일간지를 통하여 공개될 것인데, 실제 이러한 공고에 대하여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대단히 많은 것이 현실이며, 만약 소송에 패소할 경우 제외신고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별소를 제기하여 승소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봉쇄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하여는 권리신고 기간을 연장하든 지 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반면 opt-in방식은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신고한 사람들에 한하여 기판력을 미치는 제도로서 현재 스웨덴, 중국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는 반대로 원고 패소 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별도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한편 피고의 입장에서는 같은 소송이 반복되는 문제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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