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라는 단어가 성립되지 않는 땅, 북한의 인권 탄압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박해의 현장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는 것이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에 담겨있다. <일요주간>에서는 한 핏줄, 우리 동포인 북한 주민들의 종교의 자유와 박해 실태를 낱낱이 파헤치기 위해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목사를 만나 북한 주민들의 종교의 자유와 박해 실태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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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목사 ⓒ일요주간 |
지난 7월 25일, 북한정의연대와 북한인권개선모임은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이 담긴 ‘박해-북한 지하교회의 실상’ 서적 출판을 기념하며 ‘북한의 종교 박해실태 고발 기자회견’을 가졌다.
책에 담긴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목사는 “책에 담긴 사례와 증언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비밀리에 신앙활동을 이어갔던 기독교인들이 발각되면 일반인들과 격리된 상태에서 노동착취를 당하거나 생체실험대상, 혹은 특수목적군사훈련에 이용되기도 하며 심문과정에서 바로 즉결 처형에 처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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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보위부에 의해 고문 당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 ⓒ북한정의연대 |
일제 시대를 거쳐 6.25가 발발하고 김일성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세우면서 북한의 주체사상은 기독교의 성경을 상당부분 인용하며 그 토대 위에 세워지게 된다. 목사의 설명에 따르면 김일성의 정권수립과정에 있어 기독교 세력은 상당부분 흡수됐으며 이후 통치이념을 강화하기 위해 기독교말살정책을 폈다.
정베드로 목사는 “김일성이 정권 수립이후 1958년 기독교 말살정책을 통해 기독교인들을 집단 수용소(정치범수용소)에 격리시켰다”면서 “하지만 보호감시체제를 피해 지하로 숨어들어 신앙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그 명맥을 이어갔으며 이후 탈북민들이 중국 등에서 기독교를 접한 후 강제 북송되면서 그루터기 기독교인으로 신앙심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북한인권정보센터에 의하면 전체 북한 내 기독교 인지 비율은 1%정도이며 북한 내 완전통제구역 정치범 수용소 5~6군데 전체수감자는 약 20~40만 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억압된 체제에서 나온 탈북자들이 중국 등에서 외부세계를 몸소 겪고 또 기독교단체 등에 보살핌을 받으며 다시 북송되면서 이를 알린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NKDB 통합 인권 DB’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2년 7월 31일까지 입국한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비밀 종교 활동 목격 경험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5.1%로 나타났으며 성경을 본 경험을 갖고 있는 응답자의 비율은 4.1%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 중 2000년 이전 목격자는 단 6명에 불과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284명에 달했으며 2011년에는 8%에 육박하는 등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목사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되자 위기감을 느낀 북한도 종교의 자유를 알리기 위해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개최하며 평양시에 봉수교회를 건립하는 등 겉으로는 종교활동이 허용된 것처럼 위장했으나 이는 사실상 모두 가짜”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조선그리스교회연맹에 의해 신학원을 운영했지만 이 신학원에는 당성이 좋고 당 충성도가 높은 가정의 자녀들을 뽑아 훈련받도록 했고 이후 신학원 출신 학생들은 전국 각지의 그루터기 기독교인들을 색출하고 박해하는 데 동원된 것.
그는 “그루터기 지하교인들이 수감돼 있는 특별수용소 출신 탈북민의 증언에 의하면 신학원 출신이나 김일성 종합대학 종교학과 출신 등이 주로 수용소에서 사람들을 심문하는 연습이나 직접 죽이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북한에서 종교 활동을 하다 발각되면 가장 높은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된다. 북한 형법에는 반국가범죄와 반민족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을 국가안전보위부에서 관할하는데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며 종교 활동도 이 범주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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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 북송된 일가족 중 한 아이가 자신의 눈 앞에서 북한 보위부에 의해 어머니가 폭행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피눈물을 흘리며 입이 있어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심정을 묘사한 그림 ⓒ북한정의연대 |
특히 1990년대 후반 북한이 300만 아사사태를 겪으며 강제 북송된 이들을 이곳에 수감했는데 이들은 1년에 2회 정도 생체실험 대상이 됐다. 실험을 위해 뽑힌 대상자들은 지하 밀실에서 잘 먹인 후 정상인의 신체구조를 만든 뒤 실험약을 먹이거나 독가스 생체실험 등에 동원된다. 또한 특수부대의 훈련용 교보재인 총검찌르기용, 살상훈련과 담력쌓기 훈련용으로 처참히 살해되기도 한다.
중국에서 선교사 활동을 하며 탈북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정베드로 목사는 중국공안에 체포돼 수감생활까지 했다고 한다. 이후 이들의 실상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다짐한 후 한국에 돌아와 2007년 북한정의연대를 설립해 국내외적으로 북한인권 알리기에 앞장서 왔다.
목사는 이번 종교박해 실상을 담은 ‘박해’라는 책을 출판하게 된 이유에 대해 탈북민들의 사례를 접하며 북한의 인권탄압이 종교적인 측면에서 가장 심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정의연대는 비종교적, 비정치적, 비영리적 NGO단체로, 종교적으로 부각되는 것을 배제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한 내 지하교회활동이 왕성해지고 있고 주체사상에 가장 위협적이고 적대적이란 이유로 인권탄압이 가장 심하게 자행되는 것이 기독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목사는 “북한의 종교자유 문제를 종교편향적인 종교운동이라고 해석하기보다 북한 정권 수립의 토대가 기독교와 연관이 되어 있고 김일성이 기독교를 박해하고 주체사상으로 이를 대체했기 때문에 북한을 다시 개혁하고(reform) 새로 세우기 위해서는(rebuilt) 신앙의 자유가 북한에 확산되는 것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북한인권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베드로 목사는 한국기독교와 더불어 전 세계가 나서서 북한인권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북한의 신앙의 자유와 박해받는 그 지하선도들을 위해 아무런 희망도 없이 침묵의 죄를 저지르지 않아야 하며,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이고 모든 인류의 양심이면서 인종, 종교, 국적을 초월하는 문제”라며 “그런 시각으로 종교인, 비종교인을 떠나 북한의 실상에 관심을 갖고 북한을 개혁해야 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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