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유통산업 고속성장의 민낯①] “2명 중 1명, 건강 문제로 단기 내 이탈”

현장+ / 성지온 기자 / 2022-06-24 09:31:00
  • 카카오톡 보내기
-마트노조, 온라인 물류센터 종사자 보호 대책 촉구…“나쁜 일자리 양산 중단”
-하반기 온라인쇼핑협회 산별 교섭 제안 예정, 내달 2일 쓱닷컴 본사 집회 예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동 온라인쇼핑협회 앞에서 온라인 유통사업장 노동환경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성지온 기자>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온라인 유통업체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및 노동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마트, 쓱닷컴, 롯데마트 등으로 구성된 온라인쇼핑협회는 법 제도가 미비한 틈을 타 노동안전 및 기본권 보장을 뒷전에 두고 성장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노동계를 중심으로 제기 되고 있다. <일요주간>은 온라인 유통의 고속 성장 이면에서 신음하고 있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취재했다.

 

온라인 산업 연중 무휴, 24시간 영업으로 야간노동 위험 내몰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동 온라인쇼핑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의 안전과 기본권 보장은 외면한 채 성장에만 몰두하는 유통업계를 규탄했다.


이날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유통산업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유통과 물류의 경계가 사라졌다”라면서 “기존 판매직은 감소하고 피킹이나 패킹 등 새로운 형태의 업무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노동자 대부분은 비정규직 파견직이고 배송업무 역시 특수고용노동자들로 채워져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노동본권 보장도 받지 못하고 사회안전망에 포괄되지 못한 채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내몰려 있다.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은 온라인 산업의 연중 무휴, 24시간 영업으로 야간노동의 위험으로도 내몰리고 있다”라면서 온라인 유통업체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동 온라인쇼핑협회 앞에서 온라인 유통사업장 노동환경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성지온 기자> 


정 위원장은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에는 온라인 판매 관련 규정조차 없다. 신산업에 대한 규제라는 불필요한 논쟁이 아니라 그 속에서 노동권 사각지대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중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지금 당장 유통산업발전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라면서 정부에 ▲온라인산업 종사자 보호 조항 추가 ▲의무휴업 적용 ▲영업시간 제한 등을 제안했다.

이마트, 쓱닷컴, 롯데마트에 재직 중인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 증언도 이어졌다. 이들은 온라인 유통의 고속 성장 이면에는 자신들과 같은 노동자의 희생과 고통이 동반됐다면서 변화된 산업에 맞춰 현장 노동자들의 기본권과 안전을 보호할 규정 신설에 입을 모았다.

현재 이마트 물류센터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온라인 배송노동자 A 씨는 “배송 기사는 너무 힘들다. 중량물 제한이 없어 무거운 물건을 들다 허리가 절단된 사람도 있고 근골격계 질환에 고통받는 기사가 상당수”라면서 “제가 일하는 김포 물류센터는 지난 15개월 동안 1천 명 중 절반가량이 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나 힘들면 차와 번호판을 사기 위해 수천만 원을 썼던 일을 후회하겠느냐”라고 현장 실태를 전했다.

이어 “온라인 배송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아무 보호를 받지 못한다. 필요하면 농장의 가축처럼 일만 하고 필요 없으면 별다른 이유도 없이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대형 마트가 (일감을)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열악하다”라고 증언했다. 

 

쓱닷컴, 작년부터 야간 배송 시작...야간 조 생기고 교대근무까지 업무 과중

쓱닷컴 종사자 B 씨는 야간노동의 고됨을 토로했다. B 씨는 “쓱닷컴은 작년부터 야간 배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군데에서만 하더니 계속 늘려 현재는 전국적으로 50군데에서 배송을 하고 있다”면서 “야간 배송을 위해 늦게까지 주문을 받으면 저희 포장 직원들도 거기에 맞춰 일할 수밖에 없어 전에 없던 야간 조가 생겼고 교대근무가 진행됐다”라고 했다.

이어 “야간 배송으로 일정이 들쭉날쭉해지자 저희는 야간근무를 반대했으나 회사 정책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교대로 야간 조에 들어가야 했다”라면서 “제가 봤을 때 야간 배송 전이나 후나 전체적인 물량 차이가 없다. 어차피 주간에 배송할 상품인데 저녁에 배송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야간 배송의 필요성을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또한 “저희는 소속만 쓱닷컴일뿐 이마트에서 일한다. 주로 이마트 후방 공간을 사용하다 보니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업무도, 휴식도 한 곳에서 처리한다”라면서 “주문량이 많아질 때면 좁은 여기 치이고 저리 치이는 등 위험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부디 정부가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관심가져주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동 온라인쇼핑협회 앞에서 온라인 유통사업장 노동환경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성지온 기자> 


특히, 마트 산업노조는 온라인쇼핑협회 측에 대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했다. 온라인쇼핑협회는 네이버, 쿠팡, 쓱닷컴, 롯데온, 11번가, 티몬 등 온라인 유통을 주도하는 이커머스 기업이 회원사로 있는 곳이다.

정민정 위원장은 “온라인쇼핑협회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열악한 처우를 즉시 개선해야 한다”면서 “퀵커머스와 새벽배송 경쟁으로 현장 노동강도가 증가하고 야간노동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에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송노동자들을 위한 표준계약서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정 위원장은 “지금도 회사의 일방적인 계약 종료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처지”라며 “갑의 일방적인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고 언제든지 나가라하면 나가야 하는 노예계약서는 배송노동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기자회견 직후 마트산업노조 관계자는 온라인쇼핑협회에 기자회견문과 요구안은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측이 언성을 높여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한편, 마트산업노조는 오는 7월 2일 쓱닷컴 본사 앞에서 온라인 유통 근로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온라인쇼핑협회에 산별교섭을 제안하겠다고도 밝혔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