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의무 없다'는 2심... 노총 "연기·열 확산 고려 안 했나", 민변 "일반 건물도 층별 비상구 필수"
한국노총·민변 "의무 위반과 인과관계 인정하고도 솜방망이 처벌"… 대법원 파기환송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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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6월 27일 오후 경기 화성시 모두누림센터에서 박순관 에스코넥 대표(왼쪽)와 임원이 아리셀 공장 화재 희생자 유족들을 만나 사과하고 있다. (사진=newsis) |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경영진의 형량을 1심의 절반 이하로 대폭 감형하자 노동계와 법조계가 규탄에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이번 판결이 형식적인 법 해석에 매몰되어 생명의 가치를 철저히 외면했으며 사후 수습만 하면 처벌을 면해주는 ‘면책의 기준’을 제시한 최악의 판결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 경영진 형량 대폭 감형… “국민 상식과 너무도 동떨어져”
지난 22일 수원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신현일)는 아리셀 참사 2심 판결에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박순관 대표에게 징역 4년을, 박 대표이사의 아들 박중언 운영총괄본부장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통해 “예견된 참사였음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은 묻지 않은 판결”이라며 “사람이 죽어도 사후 수습만 하면 책임이 줄어든다는 메시지를 남긴 최악의 판결”이라고 분노했다. 민변 역시 “사법부가 국민 상식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음이 드러났다”며 “유가족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은 판결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 “비상구·통로 의무 없다” 현실 외면한 법 해석
재판부는 화재가 발생한 3동 2층에 비상구 설치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안전보건규칙상 건축물 자체에만 비상구를 두면 될 뿐 각 층별 설치 규정은 없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화재 시 연기와 열은 순식간에 확산되며 생사를 가르는 것은 대피 가능성”이라며 “노동자가 실제로 살아 나올 수 있다고 본 것이냐”고 반문했다. 민변은 “위험물질을 취급하지 않는 일반 건축물도 층별 비상구를 두는데 위험물 취급 공장에 의무가 없다는 논거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최근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참사 등을 사례로 들어 비판했다.
또한 재판부는 비상통로 유지 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변은 “사망한 노동자들은 리튬 배터리 폭발 위치가 출입구를 막아 작업장 구석에 갇혀 사망했다”며 “상식과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금지 행위를 알 수 있음에도 명확성 원칙을 내세워 의무 위반을 부정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 한국노총·민변 “모순된 양형 논리와 합의를 통한 ‘면죄부’” 비판
재판부의 양형 사유는 모순적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안전보건관리체계 미비가 23명의 사망 원인임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이 “안전 조치를 완전히 방치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주요 감형 사유로 삼은 점도 문제로 꼽혔다. 한국노총은 “중대재해가 사후 보상으로 환산된다면 처벌 경감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변은 “1심 재판부가 ‘돈으로 합의하고 감형받는 세태’를 지적했음에도 항소심이 이를 무시했다”며 “민사 배상은 당연한 권리일 뿐 가중요소로 반영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 편파적 재판 진행 논란… “대법원 파기환송 촉구”
재판 과정에서의 강압적인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변은 “재판부가 유가족들의 피맺힌 울음을 억누르며 ‘방청 제한’, ‘감치’ 등을 언급하며 위협했다”며 “피해자 대리인에게는 법률 의견서조차 제출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피고인에게 극히 우호적인 진행을 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판결은 책임이 아니라 면책의 기준을 남겼을 뿐”이라며 재판부를 규탄했다. 민변은 “법조인으로서 모멸감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검찰의 즉각적인 상고와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강력히 촉구했다. 양 단체는 참사 책임자들이 온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유가족과 함께 투쟁할 것을 천명했다.
일요주간 / 김성환 기자 jikorea5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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