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연차 휴가 못쓰고 식사 시간 보장도 없는 현장 문화...관리자, 가스누출·화재경보에도 작업 지시"
파업 첫 줄에 선 기흥사업장 6, 7, 8라인 여성 노동자들...쟁의권 확보한 정당한 파업임에도 불이익 협박
삼성전자 관계자 "휴게시간 제한, 연차 사용제한 등 전혀 사실무근...근골격계 질환 유발 노동환경 개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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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반도체 제조 여성 노동자들의 실제 손가락 사진. (사진=전국삼성전자 노동조합 제공) |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공장에서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지난 40여 년 동안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의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노동환경에서 가혹한 육체노동을 해왔다고 폭로하고 노동환경의 개선을 촉구하는 파업에 나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는 기흥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들 중 8인치 반도체 파운드리 기흥사업장 6, 7, 8라인 여성 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와 관련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지난 14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6, 7, 8라인은 자동화가 되지 않은 수작업 반도체 생산 라인으로 6, 7, 8라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다”며 “6, 7, 8라인의 여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4조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주로 웨이퍼가 들어 있는 상자(Carrier)를 직접 설비에 투입하고 공정이 끝난 뒤에는 이를 회수해서 다음 설비에 투입하는 노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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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반도체 제조 여성 노동자들의 실제 손가락 사진. (사진=전국삼성전자 노동조합 제공) |
◇ "기흥사업장 반도체 6, 7, 8라인 여성 노동자들 대부분 손목터널증후군과 하지정맥류 경험...열악한 노동환경서 근무"
노조에 따르면 6, 7, 8라인의 여성 노동자들은 ▲7라인에 온 이후 퇴행성 관절염을 얻었다. ▲가혹한 육체노동으로 정신과를 다니게 됐고 병가 휴직 중이다.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어서 신우신염이 발병했다. ▲6라인에서 일하면서 손가락 류머티즘 관절염이 생겼다. ▲6, 7, 8라인의 여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손목터널증후군과 하지정맥류를 경험하는 등 매우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외에도 비뇨기 질환, 하지정맥류, 수부 습진은 물론 정신 질환까지 겪으며 노동하고 있으며 가혹한 수작업으로 인해서 손가락이 뒤틀리고 변형되는 것은 일상다반사라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6, 7, 8라인 여성 노동자들은 현행 근로기준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휴게시간, 생리휴가, 연차유급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며 “오죽하면 6, 7, 8라인 여성 노동자들은 밥을 먹는다고 표현하지 않고 밥을 마신다고 표현하고 있을 정도이다. 절대 라인을 비우면 안 되기 때문에 교대로 식사하면서도 다음 식사할 동료들을 위해서 40분 안에 식사하고 바로 일을 해야 한다”고 노동 현장의 실태를 고발했다.
노조는 항상 라인에 인력이 부족해서 연차유급휴가 사용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과권자(부서장)는 휴가를 사용하는 것에 눈치를 주고 한 교대근무 조에서 2명 이상 연차를 사용하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면서 “고과권자들이 여성 노동자들의 생리 주기까지 집요하게 물어보면서 생리휴가를 쓰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생리통으로 인해서 아파서 울면서도 자신을 포함 주위 여성 동료들이 생리휴가를 사용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여성 노동자들의 증언을 전했다.
이어 “회사는 기흥사업장에서 수작업 반도체 생산을 하는 노동환경이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노동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은 전혀 시도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곧 회사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근본적인 노동환경 개선 노력은 회피하고 여성 노동자들에게 개인적인 노력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성 노동자들은 일하는 날에는 병을 얻고 쉬는 날에는 제대로 쉬지 못하고 치료를 받고 있다”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수작업으로 일하는 6, 7, 8라인 여성 노동자들은 시시때때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며 “회사는 환경안전이 경영의 제1원칙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라인 내에서 가스 냄새가 나면 여성 노동자들을 시켜 냄새의 원인을 찾게 하고 있다. 또한 라인에서 화재 대피 방송이 울려도 고과권자들이 그냥 계속 일하라고 지시하는 등 안전불감증도 만연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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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반도체 제조 여성 노동자들의 실제 하지정맥류 사진. (사진=전국삼성전자 노동조합 제공) |
이미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백혈병을 비롯한 직업성 암, 생식독성 피해(유산, 불임, 자녀의 건강손상), 난치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그중 기흥사업장 여성노동자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겪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 노조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 경제의 일익 책임져 왔던 반도체 제조 여성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하고자 파업"
일례로 2007년 23세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였다. 또한 지난 2018년 9월 이산화탄소 누출로 2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1명이 다치는 사고도 바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6라인에서 발생했다. 올해 5월 2명의 노동자가 방사선에 노출된 사고도 바로 기흥사업장 6라인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노조는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삼성전자의 무노조 경영을 중단시키고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 전면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 경제의 일익을 책임져 왔던 반도체 제조 여성 노동자들의 매우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파업을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라인에서 함께 일하는 기술팀 설비직군들의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삼성전자 사측이 지난 8일 시작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총파업에 대해서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고과권자들에 의한 파업 파괴 행위를 시도하고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고과권자들은 거의 동일하게 파업 참가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시사하며 협박을 자행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파업)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전한 무노조경영과 파업 파괴 범죄를 자행하는 회사에 맞서 우리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라면서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 삼성전자 관계자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작업환경 기준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이번 파업 사태에 대한 본지의 취재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조와 여성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휴게시간 제한, 연차 사용제한 등은 전혀 사실무근이다”고 밝히고,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수작업이 필요한 환경에 대해 투자를 지속해 자동화율을 향상 중이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흥사업장 내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해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작업환경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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