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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선 칼럼니스트 |
[일요주간 = 서정선 칼럼니스트] 트럼프 대통령의 MAGA 기조로 글로벌 통상 질서는 구조적 전환점에 서 있다. 단순한 보호무역의 재등장이 아니라, 통상·통화·산업 정책이 동시에 재배치되는 복합적 재편의 시작일 수 있다. 고율 관세 공약이 언론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으나, 통상 실무의 관점에서 이번 변화의 본질은 관세 그 자체가 아니라 환율과 자본 흐름의 구조적 재정렬에 있다.
관세는 정책적 압박 수단이지만, 환율은 시장의 가격 체계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움직이는 근본 변수다. 관세는 특정 품목과 국가를 겨냥할 수 있지만, 환율은 글로벌 자금 이동과 투자 방향, 원가 구조와 수익성을 전방위적으로 재조정한다. 특히 달러 강세가 구조화될 경우, 신흥국 통화 전반에 하방 압력이 가해지며 글로벌 공급망의 가격 체계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달러 강세와 위안화 변동성은 한중 통상 구조에 직접적 충격을 준다. 한국은 고부가가치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고, 중국은 이를 가공해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 과정에서 달러 결제 비중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환율 변동은 단순 환산 손익의 문제가 아니라 계약 구조, 투자 의사결정, 생산 배치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환율은 이제 재무 부서의 관리 대상이 아니라 통상 전략의 핵심 변수다.
트럼프 환율 시대의 도래는 한중 통상이 가격 경쟁의 단계를 넘어 통화·산업·금융이 결합된 구조 경쟁의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변화는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통상 질서의 체계적 재편일 가능성이 높다.
1. 달러 강세의 구조적 메커니즘과 통상 질서의 재편
트럼프 관세 인상 발표가 이어질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국제 자금은 안전자산인 달러로 이동했고, 달러 인덱스는 상승 압력을 받았다. 달러 강세는 단순한 통화 가치 상승이 아니라 글로벌 유동성의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자금이 미국으로 집중되면 신흥국 통화는 상대적으로 약세 압력을 받는다. 이는 외채 부담과 자본 유출 가능성을 동시에 확대한다. 특히 달러 표시 부채 비중이 높은 국가와 기업은 환율 상승과 금리 상승의 이중 압박을 받게 된다. 통화가치 하락은 외화 상환 부담을 확대시키며, 이는 금융 안정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위안화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하방 압력을 받는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일정 부분 방어하는 완충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역외 위안화 시장(CNH)의 변동성 확대와 자본 유출 압력을 동반한다. 중국 당국은 외환보유고 활용과 기준환율 고시 조정 등을 통해 급격한 변동을 제어해 왔으나, 환율은 더 이상 단순한 가격 조정 수단이 아니라 금융 안정과 산업 전략을 동시에 시험하는 변수로 부상했다.
따라서 트럼프 환율 시대의 본질은 단순히 ‘관세 인상’이 아니라, 달러 중심 금융 질서 속에서 통상 정책과 통화 정책이 결합되는 구조적 경쟁에 있다. 환율은 보이지 않는 관세이며, 글로벌 자본 흐름은 새로운 통상 질서를 형성하는 배경이 된다.
2. 중국 내부 구조 분석: 통화·부채·산업의 제약 조건
중국이 현재 직면한 가장 구조적인 제약 요인은 지방정부 부채 구조다. 지방정부는 오랜 기간 토지 사용권 판매와 지방정부 융자 플랫폼(LGFV)을 통해 재정을 조달해 왔다. 부동산 시장 조정으로 토지 매각 수입이 감소하면서 지방 재정의 자생적 조달 능력은 약화되었다. 이는 단순한 재정 문제를 넘어 통화 정책 운용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방정부 부채는 국유은행, 정책금융기관, 그림자 금융과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급격한 통화 완화나 환율 절하는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는 단기적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나, 동시에 자본 유출 압력을 자극하고 외환보유고 방어 부담을 확대시킬 수 있다.
부동산 디레버리징은 소비 구조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중국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으며, 자산 가격 하락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청년 실업률 상승과 민간 기업 투자 위축이 겹치면서 정책 당국은 금융 안정·고용 유지·산업 전환이라는 복합 과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 속에서 중국은 ‘공격적 환율 절하’보다 ‘관리 가능한 범위 내 점진적 조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 통화 경쟁이 아니라 금융 안정·산업 고도화·내수 회복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대응을 의미한다.
3. 위안화 국제화 전략과 지정학적 의미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단기적 통화 경쟁이 아닌 장기적 구조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달러 체제를 대체하려는 급진적 시도가 아니라, 달러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려는 리스크 분산 전략이다.
홍콩 역외 위안화 시장(CNH)은 핵심 허브다. 위안화 채권 발행, 무역 결제,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본토와 글로벌 금융시장 사이의 완충 지대 역할을 수행한다. 일대일로 참여국과의 위안화 결제 확대, 통화 스와프 협정 강화는 결제 네트워크를 다변화하려는 단계적 접근이다.
디지털 위안화(e-CNY)는 결제 인프라 경쟁의 새로운 변수다. 이는 단기간에 달러 체제를 대체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금융 제재 리스크와 달러 강세 압력에 대비한 장기적 완충 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위안화 국제화는 중국 내부 안정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결제 통화 다변화는 한중 통상의 금융 기반을 재설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4. 한중 통상의 재정렬과 동반 성장의 구조적 가능성
한중 통상은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한국은 고부가가치 기술·소재·부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은 대규모 제조 인프라와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 이 구조는 단순한 공급 관계를 넘어 상호 의존적 산업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
트럼프 환율 시대는 한중 통상을 단절시키는 구조가 아니라, 오히려 정교한 재설계를 요구하는 구조로 변화시킨다. 공급망 다변화는 불가피하지만, 전략적 핵심 분야에서는 협력의 밀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2차전지,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 산업은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영역이다. 중국은 기술 자립과 내수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은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브랜드 신뢰를 갖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갈등 속에서도 협력의 공간을 남긴다.
동반 성장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경제적 구조에서 비롯된다. 통화 안정, 금융 협력, 공동 연구개발, 전략 산업 투자 모델이 결합될 때 한중 통상은 가격 경쟁을 넘어 가치 경쟁 단계로 이동할 수 있다.
5. 한국 정부의 전략적 방향
트럼프 환율 시대는 위기이면서 동시에 구조 재편의 기회다. 한국 정부에는 새로운 전략적 과제가 제시되고 있다. 한중 동반 성장은 미국과 중국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환율을 읽고, 산업을 연결하고, 금융을 설계하는 국가만이 통상 재편의 트럼프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
첫째, 통화 외교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원·위안·달러 삼각 구조 속에서 환율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협의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 통화 스와프 확대, 위안화 결제 인프라 개선은 기업 리스크 완화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전략 산업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와 한국의 기술 경쟁력을 연결할 수 있는 공동 펀드, 공동 연구 플랫폼, 정책 협의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는 탈중국이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하는 협력 전략이다.
셋째, 공급망 다변화와 협력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 구조 속에서 전략적 일관성을 유지하되,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실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감정적 대응이 아닌 구조적 계산이 필요하다.
트럼프 환율 시대는 단순한 통상 갈등의 국면이 아니다. 통화·산업·금융이 결합된 구조 경쟁의 시대다. 환율은 보이지 않는 관세이며, 통상은 통화의 그림자 속에서 움직인다. 한중 통상의 미래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구조적 전략 위에서 결정된다.
동반 성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보호무역과 달러 강세가 반복되는 환경 속에서 한국과 중국은 상호 보완적 강점을 결합하는 정교한 계산이 필요하다. 그 계산은 관세율이 아니라 달러와 위안화의 방향에서 시작된다.
트럼프 환율 시대는 단순한 통상 갈등의 국면이 아니다.
통화·산업·금융이 결합된 구조 경쟁의 시대다.
환율은 보이지 않는 관세이며,
통상은 통화의 그림자 속에서 움직인다.
한중 통상의 미래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구조적 전략 위에서 결정된다.
동반 성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이것이다.
환율을 읽지 못하는 국가는 통상을 설계할 수 없고,
통상을 설계하지 못하는 국가는 자본의 흐름을 주도할 수 없다.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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