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신 붕당 정치의 폐해

칼럼 / 최철원 논설위원 / 2026-07-14 10: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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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의 상황은 조선시대의 대표적 정치 폐해인 붕당 정치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 과장이 아니다. 오히려 덧붙이고 싶다. 주변 모든 환경이 그때보다 더 열악하다. 약육강식의 콜롬비아, 이란의 국제정세가 그렇고, 그와는 아랑곳없이 국내 정치도 날로 커지며 시끄러운 내부 분열이 그렇다. 이재명 정권 1년 동안 정치는 집요한 싸움밖에 한 일이 없었고 분쟁에 시달리던 정치권은 여ㆍ야당 가릴 것 없이 끝내 쪼개지며 부지불식간 정당의 거버넌스는 금이 갔다. 국민의 건강한 판단력도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국민은 철벽보다 견고한 '요세 정치' 앞에 지쳤고 '산발 공세'와 참호전을 끈질기게 감행하는 유튜브 비난 세력의 '훈수 정치'에도 넌더리가 났다. 과연 이 모든 국면이 우리 실정에 정말 맞는 것인지, 수 백개의 댓글에 더해 침묵하는 '회피정치'가 과연 옳은 것인지, 민주적 리더쉽인지 헷갈린다. 구한말(舊韓末) 정치권의 분열, 쪼개진 사회, 비전의 소멸, 그리고 열강의 충돌, 이것의 결말은 민족의 파멸이었다. 그 악몽은 오늘날 한국과 여러 모에서 닮은 꼴이다.

요즘 국회는 싸움박질로 시끄럽다. 여ㆍ야당도 서로 물고 뜯으며 참호전투에서 시작한 싸움이 고지의 구부능선을 올라갔다. 보통 시민들은 왜 이렇게 시끄러워야 하는가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내 삶과 직접적으로 인과가 맞물려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것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냥 그 동네는 늘 싸우기 때문에 시끄러워도 그러려니 한다.

이른바 '명청대전'으로 좌파 정권 내부에 균열이 일며 싸움이 일어났다.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성 좌파와 합리적 온건 좌파가 당권에 명운을 걸고 골육상쟁을 벌이고 있다. 조선시대에나 볼법한 전근대적 적통(嫡統) 논쟁부터 벌어졌다. 과거 행적을 '파묘' 하듯 파헤치는 낯 뜨거운 일들이 번갈아 일어나며 여당의 책임인 민생 경제에 대한 담론은 실종되었다.

계엄 이후에 우파도 분열되었다. 계엄을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친윤'세력과 그래도 계엄은 잘못되었다고 보는 '반윤'세력이 갈라져 싸우고 있다. 계엄 찬성을 강성 우파로 보고 계엄 반대파를 온건 우파로 볼 수 있다. 특히 당권을 쥐고 있는 당권파와 한동훈계의 싸움은 필살기를 펼치고 있다. 자중지란으로 지지율이 7%나 폭락했지만 눈 하나 깜짝 않고 싸우고 있다.

실학파의 실제적 토대를 마련한 성호(星湖) 이익(李瀷)은 풍당의 패해를 논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한 솥에서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이 싸움을 벌이는 이유를 그들에게 물어보면, 어떤 경우에는 옳지 않은 언사 때문에 또 다른 어떤 때는 옳지 않은 표정 때문에, 또 다른 때는 옳지 않은 행동 때문에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나온다.

그러나 정황을 따져보면 이들의 싸움은 한 그릇의 음식을 다투어 먹으려 한다는 사실에서 연유한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은 대체로 몇 겹의 원인이 겹쳐서 일어난다. 우선 눈앞에 벌어지는 것은 입에 오르내리는 시빗거리지만, 그 시비에는 배경이 되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중요한 원인은 거기에 있기가 쉽다.

뭐 하나 시원하게 해결된 일도 없이 새로운 싸움으로 이어지는 볼썽사나운 정국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에 국민은 간 곳 없고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싸움이다. 이 복잡한 싸움을 국민은 그냥 침묵하며 못 본 체하며 가끔 헛웃음이 나왔는데 속울음은 가시지 않은 채였다. 이른바 내란 청산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상당수 국민이 느끼는 속내는 두려움이다. 새 정부나 여당에 동조하지 않거나 잘못을 지적하며 합리적 비판만 해도 내란 동조 세력으로 낙인찍혀 극우로 몰아세우는 분위기 만연해 있다.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다툴까. 대한민국이 정치인들만의 공화국인가?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는 갈등을 보면 여당 안에는 여당이 없다. 민주당에는 민주당이 없고 사실도 진실도 없고 풍문만 있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全無), 내 편 아니면 네 편만 있지 중간이 없다. 우리라는 단어는 저만치 던져두고 개개인의 영달을 위해 사람들은 감투를 위해 싸우며 주변을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되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것을 보며 잃어버린 당심(黨心)은 어떻게 찾을까. 논리보다 감정에 호소하여 논점을 흐려버리는 오류가 예사로 벌어지고 있다.

적장자 논란으로 불을 댕긴 여당 내 권력투쟁은 끝 간데없이 번지며 여당의 권력 지형을 갈라놓았다. 논란이 여기에까지 이른 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필요도 있겠지만, 현실을 다룬다는 것은 그것을 내 마음대로 부린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논리에 따르면서 그것을 목표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것을 뜻한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혼미의 혼미가 과중 대는 여당 내의 분화는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치의 전체 상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공히 여ㆍ야 정치인이 우리 사회의 당면한 문제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며, 또 나은 미래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대충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해주지 못했다는 말이다. 여당은 공소 취소와 권력 쟁취에 올인하고 있다. 야당은 내분으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할 겨를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이후에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설령 여ㆍ야당이 우리 사회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정치 불신의 풍토에서 그것이 현실적인 의미를 갖기는 어려운 일이다. 적대감을 에너지를 이용하는 정치는 자신을 지지하는 집단에는 거의 무한적 관용을 가진다. 세력간의 강한 결속력은 대개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것이 일체감이나 그 이상 동일시로까지 진전되는 것은 그 사회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그 지지 세력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것은 못 된다.

왜냐면 그때의 지지는 무조건적인 것이 되기 쉽고 그 열기는 상대방 집단과 그 지지 세력에게도 옮게 되기 마련이다. 한 사회에 절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객관적인 세력은 없고 상대주의 판단으로 정치 집단과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지지 세력의 집합만 있다면 그 후의 진행은 적대감과 충돌뿐이다.

상대방에게 대한 맹목적인 불신과 거부는 바라보는 자틀 눈멀게 한다. 담론은 보이지 않고 기어이 바라보려는 자의 시선은 떠도는 신기루에 묻혀 시선의 방향을 잃는다. 이 시점에서 정치권은 초라한 자화상을 냉철히 인정하자. 죽여야만 사는 정치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관력을 향한 욕심을 국민은 말할 수 없다. 끝끝내 말하여질 수 없는 정치 속성의 무서움이, 신붕당 정치의 폐해가 여의도 나루에 가득하다.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ch258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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