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연구용역 인용해 카드뮴 기여율 지적… 장항제련소 식 정화 모델 제시
영풍, 460억 투입 ZLD 도입 5주년 성과 발표 속 석포제련소 화재 악재 직면
영풍 "5400억 투자로 수질·대기 개선"... 세계 최초 무방류 시스템 성과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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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제련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경북소방본부 제공) |
낙동강 최상류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화재를 계기로 환경단체들이 제련소 폐쇄와 낙동강 중금속 오염 문제의 국가 차원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반복되는 사고가 구조적 위험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관리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오염원 제거와 정의로운 전환을 포함한 종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10일 공동성명을 통해 “낙동강 중금속 오염의 근원인 영풍 석포제련소를 폐쇄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낙동강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 “화재는 단순 산업재해 아닌 구조적 위험 드러낸 사건”
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12시 36분께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 황산 제조공정의 대기 집진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인력 60여 명과 장비 34대를 투입해 약 1시간 19분 만에 불길을 잡았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봉화군은 유해화학물질 누출 가능성과 대형 화재 확산 우려를 고려해 주민 대피와 차량 우회 등을 안내하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사고를 단순한 산업재해가 아닌 구조적 위험이 드러난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환경오염 사고를 반복해 온 영풍 석포제련소가 여전히 화학사고 위험을 안고 있는 사업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례”라며 “제련소가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만큼 사고 발생 시 피해가 낙동강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봉화경찰서가 소방당국과 환경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황산 제조시설과 대기 집진시설에 대한 합동 감식을 실시해 화재 원인과 범죄 혐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지만, 원인 규명과는 별개로 반복되는 사고 자체가 제련소의 구조적 위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은 영풍 석포제련소가 낙동강 중금속 오염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은 정부 조사에서도 이미 확인됐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환경부가 2022년 5월 발표한 '낙동강 상류 환경관리 협의회 연구용역 결과'에서 납 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한 결과, 카드뮴 오염에 대한 영풍 석포제련소의 기여율은 제련소 인근에서 77~95.2%, 약 40㎞ 하류에서 67~89.8%, 안동댐에서는 57~64%로 분석됐다.
단체들은 제련소 하류의 낙동강과 안동댐에 축적된 막대한 양의 중금속 퇴적물 역시 근본적으로 정화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현재 제련소는 1·2공장 주변에 차수벽과 중금속 오염 지하수 차집시설 등을 설치해 오염 지하수의 낙동강 유입을 차단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적인 관리 대책에 불과하며 공장 내부 오염 토양이 남아 있는 이상 중금속 유출 위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또 하류 하천과 안동댐에 쌓인 중금속 퇴적물 역시 정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환경적 위험은 상시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안동댐은 언제든 문제 현실화될 시한폭탄”
환경단체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연구용역에서도 안동댐에 퇴적된 중금속이 일정한 환경 조건이 형성될 경우 다시 용출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22년 8월과 10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안동댐 메기의 근육에서 식품 기준치(0.5mg/kg)의 약 두 배에 가까운 수은(0.9mg/kg)이 검출됐지만, 정부는 3년이 지난 올해에서야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영풍 석포제련소 하류의 낙동강과 안동댐은 언제든 문제가 현실화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상태”라며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1300만 국민은 여전히 중금속 오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현재 통합환경관리제도를 통해 제련소를 관리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합환경허가를 통해 시설 개선과 투자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일정 부분 의미가 있지만, 오염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는 한 위험은 결국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제는 관리 중심이 아닌 근본적 해결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며 정부가 장기간 축적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국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항제련소 사례 제시… “국가 차원 종합정책 가능”
환경단체들은 장항제련소 사례를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 해결의 대표적인 참고 사례로 제시했다.
성명에 따르면 정부는 장항제련소 오염지역을 브라운필드로 지정한 뒤 약 110만 4000㎡의 토지를 매입해 7년에 걸쳐 오염 토양을 정화했다.
또 정화된 부지 일부에는 국비 685억 원을 투입해 2029년까지 생태습지를 조성할 계획이며, 곰 사육공간 조성(230억 원), 서천갯벌 방문자센터 건립(171억 원), 블루카본 실증연구센터와 국립해양바이오산업진흥원 조성 사업 등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2월에는 환경피해자 5799명을 인정해 총 195억 원 규모의 구제급여를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단체들은 “장항제련소 사례는 오염 정화와 지역 재생, 주민 피해 구제, 새로운 지역 발전 전략을 함께 추진하는 국가 차원의 종합정책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 역시 봉화군이나 안동시, 경상북도 차원에서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 낙동강 유역 전체의 안전과 국민 건강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영풍 석포제련소가 무방류 시스템 구축 등에 약 5400억 원을 투자한 것에 대해서도 “통합환경허가 이행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오염된 토양과 하천, 안동댐에 축적된 중금속 퇴적물의 정화와 복원 책임 역시 영풍 석포제련소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는 반세기 넘게 지속된 낙동강 중금속 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낙동강 유역 13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고 밝혔다.
◇ “석포제련소 폐쇄·정의로운 전환 로드맵 마련해야”
환경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낙동강 중금속 오염원인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 ▲영풍 석포제련소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국가 차원의 로드맵 즉각 마련 ▲석포제련소 폐쇄·이전·복원과 노동자 및 지역사회의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할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즉각 구성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영풍제련소봉화군대책위원회와 안동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지역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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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풍 석포제련소 폐수 무방류시스템(ZLD) 전경. (사진=영풍 제공) |
◇ 영풍 “하류서 수달 서식 등 생태계 안정”
한편, 영풍 측은 이번 화재 발생 전인 지난 5월 29일 발표한 환경개선 자료에 통해 세계 제련소 최초로 도입한 ‘폐수 무방류 시스템(Z.L.D)’이 5월 30일로 가동 5주년을 맞이해 친환경 경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영풍은 총 460억 원을 투입한 ZLD 설비를 통해 하루 평균 2000~2500m³의 공정 사용수를 100% 재이용함으로써 연간 88만 m³의 수자원을 아끼고 있으며, 관련 기술은 지자체와 산업단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9년부터 누적 5400억 원의 환경개선 투자를 집행한 결과, 올해 2월 기준 제련소 하류 주요 국가측정망 지점에서 중금속 항목이 모두 검출한계 미만을 기록했고 대기질 역시 전국 최고 수준의 청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인근 낙동강에서 멸종위기종인 수달 서식이 포착되는 등 생태 환경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풍에 따르면 대규모 환경 투자의 성과는 실제 측정 데이터로도 나타나고 있다. 2026년 2월 기준 석포제련소 하류의 주요 국가측정망 지점에서는 카드뮴·시안·납·비소·구리 등 주요 중금속 항목이 모두 검출한계 미만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환경개선 조치가 실제 수질 개선 효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라고 밝혔다.
대기질 역시 국내 최고 수준의 청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는 게 영풍 측 설명이다. 에어코리아(Air Korea) 자료에 따르면, 석포제련소 반경 1km 내 위치한 석포면사무소 측정소의 주요 대기질 수치는 청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ZLD 도입 5주년은 단순한 환경 설비 운영의 의미를 넘어 국내 산업계의 환경 패러다임을 바꾼 상징적인 이정표”라며 “앞으로도 친환경 제련 기술과 환경 안전 투자 확대를 통해 지속가능한 제련소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일요주간 / 임태경 기자 allonbe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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