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땡
김왕노
허물을 벗다 말고 죽은 매미가 붙어있는
저 나무 오래 침통하겠다.
삶의 무대가 아니라 죽음의 무대가 된
저 처치 곤란의 풍경
오가다 바라보는 나도 슬프고 난감하다.
나도 꽃 피는 봄날인데 누가 얼음 땡을 해
그대로 멈추었던 상처가 아직도 깊은데
매미는 죽은 날개와 울음에 분통이 터져
우화로 가는 순간 얼음 땡을 해버린
누군가를 향해 죽어도 분루를 삼킬 것이다.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감상 ) 얼음 땡 놀이에서 “얼음”은 두렵지 않습니다. 누군가 다가와 “땡” 하고 불러주면 다시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시가 그려내는 땡의 의미는 풀림이 아니라 가둠과 닫힘에 가깝습니다. 이로 인해 우화의 순간을 눈앞에 두고 멈춰버린 매미를 바라보는 화자 역시 “슬프고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매미의 죽음에서 끝내 완성되지 못한 자신의 시간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꽃 피는 봄날” 얼음에 갇혀 그 상처가 아직 풀리지 않은 화자, 그리고 자신을 얼린 존재를 향해 울음조차 터뜨리지 못하는 매미. 결국 화자와 매미는 규칙마저 배반한 정지 앞에 멈춰 있습니다. 우리도 절실하게 매달린 것들에서 갇혀 사는 것은 아닌지. 삶에는 끝내 풀리지 않는 얼음도 있겠지요. 나무에 매달린 매미처럼요. 이 시는 그래서 묻습니다. 우리 안에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은 무엇인지. 그리고 살아보겠다고 매달리던 매미처럼, 우리가 붙들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를요.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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