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인 미만 사업장 58.2%, 50인 미만 사업장 40.6% ‛사업장 내 휴게시설 미설치’
-정부, 지방정부 등 관련 기관의 휴게시설 의무화 법시행에 맞춰 현실적 대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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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에서 ‘전국 산업단지 노동자 휴게권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성지온 기자> |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휴게실 설치 의무화가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노동자 절반 이상이 업무공간에서 휴식까지 취한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도출됐다. 휴게실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협소하거나 눈치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계는 평등한 휴식권 보장과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보완할 대책으로 ‘공동휴게실’을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에서 ‘전국 산업단지 노동자 휴게권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3월21일부터 4월27일까지 전국 13개 지역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휴게실과 복지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총 4,036명 산업단지 노동자가 온·오프라인 설문 조사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 43.8%가 “사업장 내 휴게실이 없다”라고 답했다. 중소벤처 사업장이 밀집된 서울산업단지는 50.6%가 휴게실이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휴게실이 없다고 얘기한 비중은 제조업보다는 비제조업에서, 사업장 규모가 큰 사업장보다는 작은 사업장이 높았다. 실제로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휴게실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23.6%였지만, 20인 미만 사업장은 58.2%로 집계됐다. 20인 미만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40.6%가 휴게실이 없다고 얘기했다.
노동자들은 사업장 내 휴게실이 없는 이유에 대해 ‘좁은 공간(33.0%)’, ‘사업주의 무관심(28.8%)’ 등을 언급했다. 설문 조사에 응한 사무직 노동자 A 씨는 “옛날 사무실에는 휴게실이 있었다. 그런데 새로 이사하면서 없어졌다. 휴게공간을 배제하고 설계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라고 얘기했다.
설령 휴게실이 있더라도 불만족하다고 응답한 비중도 적지 않았다. 인원 및 사업장 규모 대비 휴게실 숫자에 관한 질의에 대해 ‘휴게실이 좁다’라고 응답한 비중은 20인 미만 사업 노동자가 47.7%, 100인 이상 300인 미만 노동자가 60.7%였다.
현재 제조업체에서 생산직을 맡고 있다는 B 씨는 “휴게실 겸 회의실·면담실이 있고, 작은 소파가 있다. 휴게실 말고도 다른 용도로도 사용되고, 공간도 좁아서 휴식하기 어렵다. 정말 피곤한 사람 한두 명만 소파에서 쉬는 정도다. 일찍 출근하고 점심 먹은 사람이 쉬고 있으면 다른 사람은 못 들어간다”라면서 휴게실이 있더라도 인원 대비 공간이 좁거나 개수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파견노동자와 사내하도급 및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충도 이어졌다.
“SI(System Integration) 업무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파견이다. 원청에는 휴게실이 있는데 원청 사원증이 없으면 들어가지 못한다. 카페트리에 가더라도 커피를 사서 먹을 수 없다. 복지포인트로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선 쉴 공간이 없다. (이러한 사실을) 말로만 들었는데 직접 파견 나가보니까 정말 당황스러웠다. 휴게실 문제는 파견받는 회사가 해결해줘야 한다. 그런데 모른 척 한다.” (정보통신업체,사무직 노동자 C 씨)
“원청 휴게실하고 협력업체 휴게실하고 따로 있다. 시설과 설비 차이가 크다. 정규직이 이용하는 헬스장, 샤워실을 이용하면 눈치 준다. 근무지 이탈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휴게실이라기보다 상주하면서 작업도 하고, 정비도 한다. 그곳이 그나마 쉴 곳이다. 곰팡이 슬고, 환풍기도 작동 안 하고 보수해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여기 보수하려면 원청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쉽지 않다. 생활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고, 청결해야 휴게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공간마저도 원청은 자꾸 없애려고 한다.” (제조업, 반숙련직 노동자 D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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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에서 ‘전국 산업단지 노동자 휴게권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부평공단 휴게실의 열악한 실태를 고발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
박준도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파견노동자와 사내하도급,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동력은 원청이 직접 소비하는 만큼 원청이 휴게공간을 제시하거나 기존 휴게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면서 “휴게시설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간도 같이 고려애햐 하는데 원청이 장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관계로 원청이 나서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동자들은 자신이 가장 많이 휴식을 취하는 곳은 ‘자기 자리’였다. 특히, 휴게실이 없거나,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그 비중이 높았다. 일례로 휴게실이 있는 노동자가 업무공간에서 쉰다는 비율은 38.4%였지만 휴게실이 따로 없는 노동자는 56.1%를 기록했다. 20인 미만 사업장 역시 50.0%가 업무와 휴식을 분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사업장 규모별, 휴게실 유무와 관계없이 노동자들이 휴게시설 요건 중 가장 중시하는 것은 ‘눈치를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분위기(88.3점)’로 수렴됐다. 이 외에도 접근성·거리, 휴식시간, 생활편의 등이 중요 요건으로 거론됐다.
박 연구원은 “쉴 수 있는 분위기란 관리자나 상사, 선임 및 후임의 눈치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물리적 여건이 충족시키는 사업장 내 분위기일 수도 있다”라면서 “쉴 수 있는 분위기라는 요건이 휴게실이 있는 노동자에게서는 크게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휴게실의 존재 자체가 쉴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할 수 있다. 독립된 공간에 마련된 휴게실은 그 자체로 눈치를 덜 봐도 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라고 해석했다. 휴게실 자체가 ‘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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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에서 ‘전국 산업단지 노동자 휴게권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성지온 기자> |
이날 민주노총은 실태조사를 통해 휴게시설의 한계 및 개선사항 등을 점검하면서 문제해결 대안으로서 ‘공동휴게실’ 설치를 제안했다. 지식산업센터 내, 식당이나 공원 주변 등과 같은 거점에 휴게실을 설치하면 물리적 한계(좁은 공간 및 불만스러운 환경)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산업단지 내 공동사업 연계로 시너지 창출 효과도 기대했다. 지자체와 노사가 공동휴게실을 매점, 세탁소, 심리상담센터, 근로자건강센터 분소 등과 결합하면 휴게실 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작은 사업장의 열악한 복지 문제도 개선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박 연구원은 “실제로 일부 지식산업센터는 공동휴게실을 입주자 커뮤니티 사업의 목적으로 빠른 분양, 원활한 임대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라면서 “(공동휴게실이 있는)부동산과 관리사무소 직원 말에 따르면 공용휴게공간은 지자체로부터 특혜나 그런 건 없고 시공사에서 자발적으로 만들고 심지어 ‘트렌드’라고까지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태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휴게실 의무화와 함께 진행될 정부의 휴게실 지원 사업은 작은 사업장을 위한 공동 휴게실을 곳곳에 만들고 이를 노·사·정이 공동으로 운영, 관리, 개선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면서 “지식산업센터처럼 대규모 집적 시설에는 층마다 공동 휴게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입주자 대표와 노동자 대표가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라고 제시했다.
이어 “산업단지 식당 주변, 공원 주변 등 여러 곳을 선정해 지자체와 산업단지관리공단, 사용자 단체(예컨대 입주 기업체 대표자협의회)와 노동조합이 공동 휴게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논의를 개시해야 한다”라면서 “원청 대기업과 지역 선도기업이 참여하는 공동 휴게실은 원청·대기업이 참여하는 공동근로복지기금을 활성화하는데도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작은 사업장의 산업안전관리자 운영에도 좋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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