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택배노동자 1년 6명 사망에 '근로여건 개선' 뒷북...신뢰 못한다는 노조 왜?

스페셜 / 조무정 기자 / 2021-03-11 14: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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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지난 6일 심야배송 후 사망한 이모씨 매일 밤 9시부터 아침 7시 심야・새벽배송 전담
택배 동료들 "고강도 장시간 심야노동, 예고된 과로사...1시간의 무급 휴게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증언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 노동자들의 고통과 죽음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접근 없이 임금만 더 낮춰
▲쿠팡 심야 업무를 담당하던 노동자 이모씨는 휴가 및 휴무 기간이었던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고시원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것과 관련 정진영(왼쪽)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장이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사진=newsis)

 

[일요주간 = 조무정 기자] "지난 1년(2020년 3월-2021년 3월) 동안에만 쿠팡에서 일하던 노동자 7명이 과로로 쓰러져 사망했다(쿠팡맨 관리자로 일했던 분 포함).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6일 쓰러져 돌아가신 쿠팡의 송파1캠프 배송노동자 이모(48)씨는 아직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심야.새벽배송을 전담했고, 뇌출혈과 심장쪽에 문제가 있었다는 1차 부검결과 등의 정황상 과로사의 소지가 다분하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이하 코로나대책위)는 11일 쿠팡이 지난 2월 내놓은 ‘물류센터 근로여건 개선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작년부터 잇따르고 있는 쿠팡 택배노동자들의 사망 현황에 대해 이 같이 운을 뗐다.  

코로나대책위는 "쿠팡은 연이은 노동자들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고인들의 노동을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입장을 내놓고, 쿠팡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핵심적인 문제로 지적되어온 UPH와 관련한 노동통제방식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부인해왔다"고 밝혔다.

앞서 쿠팡은 지난 2월 ‘물류센터 근로여건 개선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상시직 및 일용직 노동자들의 연속 근로일수 제한 야간노동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대상 확대 노동자 개인별 UPH(시간당 생산량, 생산대수) 표시기능 삭제 △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물류센터 근로환경 진단 실시 등을 근로여건 개선 대책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UPH를 지표로 지급하던 인센티브 지급기준을 변경해 '필수관리항목+안전/품질/서비스'를 지표로 해서 지급하고, 최우수 사원을 선발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코로나대책위는 이와 같은 조치들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로서 감당해야 하는 극심한 노동강도와 스트레스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과 죽음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접근 없이 오히려 노동자들의 임금을 더 낮추고, 건강함을 증명해야 하며,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더 움츠러들게 만드는 수단이 될 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센티브 문제 역시 UPH가 지적당하니 이름만 살짝 바꾸어 눈가리고 아웅하는 또 다른 인센티브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에 걸맞는 전반적인 임금 상승이어야 할 것"이라며 "지금 쿠팡이 취해야 할 조치는 고용을 안정화하고, 노동강도를 낮추고 충분한 휴게시간을 보장하며, 쾌적한 노동환경을 제공하고, 노동자를 존중하며 소통하고 협의해 나가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쿠팡맨 1년 6명 사망 


앞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고시원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쿠팡 배송노동자 이모씨의 죽음을 애도하고 “처참한 심야・새벽배송이 부른 예고된 과로사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쿠팡 심야 업무를 담당하던 노동자 이모씨가 휴가 및 휴무 기간이었던 6일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로써 쿠팡에서만 작년 4명, 올해 벌써 2명 등 총 6명의 과로사가 발생했다. 그야말로 (쿠팡은) 죽음의 기업이다”고 성토했다. 


대책위는 “고인은 돈을 벌기 위해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고시원에서 거주해왔다”며 “6일 고인의 배우자는 남편 이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경찰에 신고를 했고 당일 오후 12시경 거주하던 고시원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 발견 당시 고인이 이미 숨이 멈춘 상태였으며 1차 부검에서 이씨 사인은 뇌출혈과 심장 쪽에 문제가 있었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와 관련 대책위는 “이러한 사인은 과로사에 전형적인 유형이다. 정확한 부검결과는 3주 뒤에 나올 예정이다”며 “고인은 평소 아무런 지병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문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과로사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A씨는 작년 초 쿠팡에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계속 심야・새벽배송업무만을 전담해왔다며 평소 밤 9시부터 아침 7시까지 매일 10시간씩(무급휴게시간 1시간 포함) 주 5일을 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작년부터 올해 3월까지 쿠팡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자료=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A씨는 한달 임금으로 280여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간노동에 대한 노동시간 30%, 임금 50% 할증을 반영했을 때 최저임금 수준으로 고강도 심야노동인 택배노동에 비춰봤을 때 심각한 노동착취라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쿠팡에서 심야배송을 하고 있는 동료의 증언에 의하면 쿠팡은 전날 밤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그날 부여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많은 물량을 모두 처리하도록 강요하면서 1시간의 무급휴게시간에도 어플을 확인할 수 있게 해두어 택배노동자들이 그 시간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게 하고 있다. 또한 상대평가제도를 이용해 택배노동자들 간의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대책위는 “지난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심야노동으로 과로사하신 고 장덕준씨의 사망 이후 심야노동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에 대해 과로사 재발방지대책을 쿠팡에 여러 차례 강력히 요구해왔으나 사실상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A씨의 과로사는 쿠팡에 의한 간접적 타살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심야노동에 대한 어려움을 배우자에게 자주 호소했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일하다가 생을 달리한 고인의 죽음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번 A씨의 죽음을 결코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며 쿠팡의 공식적인 사과와 유가족에 대한 보상 그리고 재발방지대책이 세워질 때까지 끝까지 유가족 분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정부에 쿠팡을 중대재해다발사업장으로 지정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끝으로 “A씨의 죽음을 계기로 ‘새벽배송’, ‘심야배송’, ‘로켓배송’, ‘총알 배송’ 등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는 이런 제도에 대한 개선을 해가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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