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소유 회사까지 싹 뺐다, 3년간 대기업 규제망 비웃은 '유령 경영'
차녀 지분 증여 등 경영권 대물림 '공시 무풍지대'서 은밀히 진행
2021년부터 이미 대기업인데… 성래은 부회장 승계 공시도 없이 '깜깜이'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 근간 훼손"… 간소화 자료 악용에 고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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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기학 영원아웃도어 회장. (사진=newsis) |
[일요주간 = 이수근 기자]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로 알려진 영원그룹 성기학 회장이 본인과 자녀들이 소유한 계열사 82곳을 조직적으로 은폐해 3년간 대기업 규제를 통째로 회피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를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의 근간을 뒤흔든 '역대급 허위 제출'로 규정하고 행정 편의를 악용한 총수의 위법 행위에 대해 사상 첫 고발이라는 강력한 철퇴를 내렸다.
◇ 역대 최장기간 대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한 혐의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영원’의 동일인(총수)인 성기학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성 회장은 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수십 개의 계열사를 고의로 누락해 역대 최장기간 대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성 회장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본인과 딸, 남동생 등 친족 및 임원이 소유한 회사 총 82개 사(중복 제외)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했다. 연도별 누락 규모는 2021년 69개 사, 2022년 74개 사, 2023년 60개 사에 달한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적발한 지정자료 허위 제출 행위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영원그룹은 이 같은 누락 행위 덕분에 2021년부터 이미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에 지정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23년까지 3년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영원은 지난 2024년에서야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성 회장이 누락한 회사 중에는 본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솜톰을 비롯해 차녀 성래은 부회장의 래이앤코(유), 삼녀 성가은 사장의 ㈜이케이텍 등 친족 소유 회사가 대거 포함됐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주력 계열사인 ㈜영원무역홀딩스 등과 내부 거래 관계까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자료 제출의 간소화 형식 악용해 책임 회피
영원 측은 “자산총액이 5조 원에 못 미치는 기업에 대해 공정위가 요청한 간소화된 핵심 자료만 제출하는 과정에서 실무자의 보고 누락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 회장이 1974년 창업 이래 장기간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계열사 범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자료 제출의 간소화 형식을 악용해 책임을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영원이 지정을 회피한 기간 동안 소속 회사들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및 ‘공시 의무’ 등 대기업집단 시책 적용을 전혀 받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성래은 부회장에 대한 지분 증여 등 경영 승계 과정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자료 제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간소화 제도의 취지를 왜곡한 행위에 엄중한 책임을 물은 최초의 고발 심결”이라며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의 근간을 흔드는 허위 제출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엄정 제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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