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은 잊어요
날개는 반성 없이 퇴화하고 발로 뛰는 새는 신버전
나는 요리사죠
슬픔의 미각에 길들여진 혀 짧은 새
냄새에 취해 길어지는 코도 잊어요
풀들이 햇빛 쪽으로 키가 크는 것처럼
그건 원칙이니까요
한계 너무 분명한 젊음 따위 버렸다고 믿지만
쿡쿡, 그럴 리가요
세상에, 갈수록 신파도 그런 신파 본 적 없지만
모든 게 너무 늦은 거 알지만
하지만 뭐, 어때요
사랑이 있는 쪽으로 코가 마구 자란대도
그게 뭐 어때서요
나는 아직 누구나를 사랑해요
제발, 이란 파도는 이미 서쪽으로 간지 몇몇 해
새벽처럼 영롱한 모모
떠날까요? 그래요 떠날래요
까짓, 놓지 못할 건 없어요
손아귀 아귀아귀 붉더니 칫, 그믐 달빛에 홀려서는
손바닥 골목 어귀 가로등 별빛 복사하는
혀는 짧고 코는 긴 음이월
밖을 향한 손가락은 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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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화 작가 |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감상 ) 음이월은 몸과 마음이 풀리는 계절. “까짓, 놓지 못할 건 없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시간. 화자는 풀들이 자라는 방향으로 걷는다. 이 과정에서 만나는 “혀는 짧고 코는 긴 음이월” 언어보다 감각이 앞서는 사랑, 이 사랑 앞에서 “누구나”라는 대상은 추상적 타자와 같다. 이 타자를 향한 시선은 지시되는 대상보다 더 외로운 아이러니, 밖을 향한 손가락은 정작 자신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이 있는 쪽으로 코가 마구 자란대도” 그 변형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의지. 사랑하는 이를 향한 진실의 변형 앞에서 “그게 뭐 어때서요”라는 도발적 선언처럼, 우리는 일탈을 꿈꾸는 용기를 얻는다. 그러나 “제발”이라는 간절함 뒤에 오는 것은 이미 끝난 일에 대한 진술. 파도는 사라지고 화자의 제발은 타이밍을 놓친 기도와 같다. 간절함과 무용함 사이의 거리, 그 거리가 바로 음이월의 폭이 아닐까.
그래도 늦은 사랑을 “뭐 어때서요”라고 되묻는 이 시처럼. 함부로 사랑할 용기와 함부로 망가지는 자유. “반성 없이 퇴화”한 존재들의 일상처럼 마음껏 달리는 도발적 사랑을 해보면 어떨까. 이 시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날지 못하면 걸어도 된다고 말한다. 완연한 봄을 기다리는 음이월. “떠날까요”라고 묻는 시인의 열려있는 용기처럼, 이 봄이 지나기 전 어떤 사랑이든 해보면 어떨까. 긴 망설임보다 짧은 후회가 더 용기 있지 않을까. 까짓, 음이월이니까.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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