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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장자연의 생전 모습. |
하지만, 전 매니저 유 모 씨가 장 씨 자살 다음 날 자신의 미니홈피에 "장자연이 심경을 토로한 문건을 나에게 줬다. 자연이를 아는 연예계 종사자는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는 글을 올려 장 씨의 자살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유 씨가 언론사 두 곳에 이른바 '장자연 문건'을 보여주면서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이들 언론을 통해 '저는 나약한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문건 일부가 보도됐다. 그러다 며칠 후 한 방송사가 '유력 인사들에게 성상납과 술접대를 강요당했다'는 '장자연 문건'의 알맹이를 터트리면서 파장이 커졌다.
단순 자살사건으로 결론 내렸던 경찰이 수사관 41명을 투입해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다. 이후 언론사, IT업체, 금융업체 대표는 물론 연예계와 재계 인사들이 강요죄 공범 혐의에 대해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4개월 넘게 압수수색 27회, 통화내역 조회 14만여 건, 계좌, 카드 사용내역 조회 955건, 참고인 118명을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갖가지 소문과 억측이 나왔고 인터넷에는 성상납과 술시중을 강요한 인물이라는 '장자연 리스트'가 나돌았다.
4개월 수사…7명만 기소의견 송치
경찰은 초기의 수사의지와 달리, 그 해 7월 소속사 전 대표 김 모 씨와 전 매니저 유씨, 금융인 2명, 기획사 대표 1명, 드라마 PD 2명 등 모두 7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드라마 PD, 기획사 대표, 금융인 등 3명은 강요죄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이 각각 접대를 요구하거나 여성 연예인들과 5회 이상 술자리를 같이하고, 태국에서 골프 접대와 술 접대를 받았다고 당시 경찰은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인과 드라마 PD 등 2명에게는 각각 강제추행 혐의와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일본에서 강제 송환돼 폭행, 협박, 횡령, 도주 혐의로 구속 상태였던 소속사 전 대표 김 씨에게는 강요 혐의가 추가됐고 유 씨에게는 '장자연 문건' 유포에 따른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를 추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족에 의해 고소돼 강요죄 공범 혐의로 입건 후 참고인 중지된 금융인 1명과 기업인 1명은 불기소 처분해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내사 중지했던 드라마PD 3명과 언론인 1명도 내사 종결로 혐의를 벗었다.
수사대상자 20명 중 7명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매듭지은 것이다.
검찰 2명만 기소…수사종결 ▲ 장자연씨가 자살하기 두달 전인 2009년 1월 지인에게 보낸 친필 편지. 내용 중에 "금융업체 간부 글구 I.T 업체대표 글구 일간지 신문사 대표는 제발 아저씨에게 말을 해서라두~ 꼭 복술해죠.."라고 씌여 있다.
검찰 수사 역시 '용두사미' 수사로 종결됐다. 사건을 송치 받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한 달여 수사 끝에 2009년 8월 김 씨와 유씨 2명만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고 나머지는 무혐의 처분했다. 그 과정에서 유 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김 씨는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됐다.
검찰은 강요죄 공범 혐의로 송치된 금융인, 기업인 등 5명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 냈다. 당시 검찰은 "피의자 대부분이 소속사 전 대표 김 씨의 제의로 술자리를 가지던 중 장 씨를 본 일은 있으나 참석시키도록 요구한 일이 없고 참석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며 "소속사 전 대표 김 씨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한 공모범행도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유력언론사 및 인터넷 언론사 대표 등 2명에 대해 "목격자 등의 진술이 맞지 않고 CCTV 등으로 알리바이가 입증됐다"고 했다. 강제추행과 배임수재 혐의로 송치된 금융인과 드라마감독 등 3명도 증거가 부족하고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속사 전 대표 김 씨 혐의 중 유력인사를 접대하며 장 씨를 동석시키거나 골프접대를 강요한 혐의와 유족이 고소한 성접대 알선 의혹에 대해서도 혐의 없음 처분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하고 문건의 문구가 추상적으로 작성돼 수사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성과라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노예계약' 풍조를 바로잡을 연예계 전속계약서 표준약관을 제정한 것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심 징역형…항소심 다시 주목 ▲ SBS '8뉴스'는 6일 "2009년 자살한 탤런트 故 장자연이 남긴 자필편지 50여통을 입수했다"며 "고인은 편지에서 31명을 100번 넘게 접대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8뉴스'는 "고인이 한 지인에게 보낸 이 편지에는 무명의 신인 여배우에게 강요됐던 연예계의 추한 뒷모습이 담겨 있다"며 "이 편지들을 장 씨 본인이 작성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인 전문가에게 필적 감정을 의뢰했으며 장 씨의 필체가 맞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3단독은 15개월의 심리 끝에 지난해 11월 장 씨 소속사 전 대표 김 씨와 전 매니저 유 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씩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사건 발생 20개월 만이다.
이 사건은 검찰과 피고인 2명이 모두 항소해 수원지법 형사합의3부에 계류 중이다. 사건 기록 일체도 항소심 재판부로 넘겨졌다. 이후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이 사건 공판은 지난 6일 SBS가 '31명에게 100여 차례 접대했다'는 내용의 장 씨 자필편지 50여 통을 입수했다고 보도해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항소심 첫 공판은 지난 1월 11일 김 씨와 유씨, 변호인들이 출석한 가운데 진행됐고 8일 예정됐던 2차 공판은 공판기일 변경에 따라 오는 22일로 미뤄졌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김영준 전 성남지청 차장검사는 현재 수원지검 1차장 검사로 항소심을 수행하는 공판송무부를 관할하고 있다.
장자연 재수사의 키 '필적 감정'
한편 지난해 11월 장 씨의 소속사 전 대표와 매니저가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일단락된 이번 사건은 장 씨가 지인인 전 모(31.왕첸첸)씨에게 보냈다는 문건 즉 '편지'의 원본 확보 여부가 재수사의 키를 쥐고 있다.
경찰은 2005년부터 장 씨의 편지를 받았다는 전 씨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기위해 전 씨가 수감된 감방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편지 원본 확보에 나선 것은 원본 확보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감정 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을 재수사할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원본 확보가 '재수사의 키'인 셈이다.
경찰은 확보되는 문건이 장 씨가 직접 쓴 원본으로 확인되면 재수사에 착수해 문건 내용에 대한 사실 관계를 가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확보되는 문건이 사본이라면 필적감정을 거치더라도 필체의 동일 여부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압흔(눌러쓴 흔적) 등이 없어 장 씨가 직접 썼는지에 대한 판독이 어렵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따라서 친필 판독이 어려운 사본이라면 필적감정을 할 필요가 없고, 설사 감정을 한다 해도 신뢰성 이 떨어져 2년 전 수사 당시 '장자연 문건'과 동일한 수준의 의혹 제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어 재수사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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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여성의원과 전국여성위원들이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고 장자연 사건의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이런 감정 결과에도 당시 경찰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고, 문제의 문건 출처와 방송사의 입수경위 등 여러 정황상 장 씨의 친필로 판단된다며 문건에 거론된 인사 등의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초기 수사의지와 달리 장자연 자살사건 발생 20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장 씨의 소속사 전 대표와 전 매니저 등 2명이 징역형을 받아 사법 처리되면서 사건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
2년 전 공개된 '장자연 문건'과 최근 공개된 '친필편지'의 필체가 다르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지만 동일한 인물이 썼어도 필체는 다를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2년 전 방송사에서 입수한 장자연 문건의 경우 'ㅎ', 'ㅊ'자의 머리 삐침이 모두 기울어져 표기됐는데, 최근 언론이 공개한 장 씨 편지에는 이 자음의 머리 삐침이 모두 반듯이 세워져 있어 필체가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2년 전 수사팀이 장자연씨 집에서 확보한 장 씨가 쓴 여러 문건 중에도 정자체로 쓴 것과 날려 쓴 필체 등 각기 다른 필체가 존재했다며 이런 점이 필체는 달라도 필적은 동일한 인물이 쓴 것으로 감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당시 수사 관계자는 전했다.
원본 문건의 진위를 확인하는 국과수의 필적감정은 글자체마다 힘이 들어간 부위(압흔)나 습관적으로 자음을 쓸 때 시작하는 형태 등 10여 가지를 분석해 이뤄진다. 따라서 경찰이 이번에 언론을 통해 공개된 장 씨의 문건 원본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건을 수사 중인 분당서 관계자는 "장자연 사건 1심 재판과정에서 당시 그의 지인이라는 전 씨가 장 씨에게 받은 편지를 제출한 사실을 확인한 뒤 법원에 협조를 요청해 재판기록에 첨부된 편지 50여 통 230쪽 분량의 복사본을 받았다"며 "원본으로 제출했다는 이야기가 있어 이 부분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단체 "故 장자연 사건 재수사해야"
탤런트 故 장자연씨의 '성상납 강요 자필 편지'가 공개되면서 여성단체들이 8일 "사건을 즉각 재수사해 장 씨 죽음의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등 6개 단체는 이날 오후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의 참담한 심경이 담긴 50여 통의 편지가 공개된 이상 문건의 진위를 떠나 경찰이 故 장자연씨의 죽음을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이제라도 수사기관은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또 "앞으로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연예 산업의 여성 연예인 성 착취 구조와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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