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시장은 정의로운가

문화 / 박지영 / 2012-03-19 16: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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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시장을 돌파할 방법은 무엇인가

김영사/저 이정전/1만 4천원
시장의 힘은 점점 더 우리의 삶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철학자와 사회학자가 시장의 비대화가 현대사회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경제학자가 이런 책을 써주길 기다렸다. 『정의는 무엇인가』이후 자유경쟁시장이 마주해야 할 질문! 승자독식, 부당거래, 불공정으로 흔들리는 ‘시장’을 돌파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 책은 ‘시장과 경제의 정의’에 대한 과감한 문제의식과 진심어린 해답을 담았다.


왜, 더 자유로운 시장보다 더 정의로운 시장이 되어야 하는가? 경제성장은 부자와 빈자를 함께 부유하게 하는가? 무한 경쟁은 나와 이웃을 모두 행복하게 하는가? 상생과 승자독식, 효율과 공평, 협동과 무한경쟁, 개인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견이 난무하는 시장과 경제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시장의 부정의, 불공평, 불공정에 신랄한 일침을 날리는 한국의 경제학자 이정전 교수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시장 경제를 위한 길을 제시한다. 이제 ‘정치 사회의 정의’를 넘어 ‘시장의 정의, 경제의 정의’를 심각하게 묻고 신중한 해답을 구해야 한다.


시장의 정의


세계경제가 암울하다. 우리나라의 경제도 불안하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게 자본주의 시장을 꽃 피웠던 미국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그 여파는 마침내 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믿음을 급속히 무너뜨리고 있다. 지금 세계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모색에 열중하고 있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지옥 끝까지 좇아가는 자본주의가 아닌,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의 새 모델을 찾고 있다. 이 새 모델에 어떤 내용을 채워 넣을 것인지를 두고 세계 각지에서 뜨거운 논쟁과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 이것은, 한국 사회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숙제이다.


하버드대 교수인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한국 사회를 ‘정의 열풍’으로 휩싸이게 했다. 법과 정치의 영역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마침내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 공정사회를 주요 화두로 제창하며 그 논쟁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2011년 2월 한국경제학회 역시 ‘공정사회와 경제학’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정의에 대한 대토론회를 가졌다. 한국제도경제학회도 “우리 사회, 그렇게 불공정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명색이 토론회였지만, 자본주의 시장이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주장이 거의 일방적으로 전개되었다. 이에 대한 체계적인 반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제학계 최고의 학술모임이었지만 과감하고 진지하며 신랄한 공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2년 한국 사회는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을 마주해야 한다. 빈자와 부자의 격차는 날로 심해지고, 정치와 사회는 좌우로 나뉘어 있으며, 경제 근본주의로의 내달리고 있는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이다. 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시장의 눈물


전 세계가 존경하는 대표적인 정치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를 아는가? 그는 클린턴 행정부와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을 거치면서 미국의 신경제를 주도한 경제학자이다. 그러나 그는 최신작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를 통해 세계대불황을 초래한 위기 상황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자본주의 시장의 도전 과제와 해법을 총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미국의 저력이 되고 있는 뛰어난 석학이다.


미국의 로버트 라이시에 비견할 경제학자로, 한국에서는 이 책의 저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 녹색 경제학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고, 경실련환경개발센터 대표와 환경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하면서 환경시민운동을 초창기부터 주도해오며, 이론과 실천력을 동시에 겸비한 경제학자이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을 재직하였고,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세계경제 위기, 부동산 정책, 환경정책 등을 망라한 대중적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시장의 공정성과 경제의 정의’를 묻는 질문을 통해, 세계 자본주의 경제와 사회의 중요한 변화를 가장 신속하고 예리하게 진단하고 비판적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주가폭락, 물가상승, 빈익빈 부익부, 만성적 실업 앞에서 우리는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 시장은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이 책은 이 질문에 대답해보기 위한 것이다.
정의에 관하여 수준 높은 이야기는 철학자들의 몫이다. 그리고 이미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의의 관점에서 ‘시장’을 깊이 파헤치는 국내 학자들의 논쟁과 토론이 없었다. 우리는 ‘시장과 경제의 정의’에 대해서도 과감히 문제의식을 던지고 답해줄 책이 필요하다.


이 책의 의도는 시장의 위력과 시장의 원리를 정의의 관점에서 풀이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는 정의에 대한 이론보다는 시장에 대한 이론이 더 많이 소개된다. 시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정의의 관점에서 풀어쓴 경제학 원론이자, 혹은 정의의 관점에서 우리 경제와 사회를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다.


더 정의로운 시장


청년실업,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잠식, 부유세 도입 여부, 보편적 사회복지와 선별적 사회복지의 선택, 경제민주화 등... 이 문제들은 시장 원리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시장의 힘이 우리의 삶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시장의 공정성과 사회의 정의는 함께 이야기되어야 한다.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학자들도 많다. 그런 만큼 ‘보이지 않는 손’의 정의를 묻고 답하는 신랄한 비판, 치열한 공방, 매서운 진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에 한 가지 더 추가된 의도가 있다. 시장이 공정하다고 보느냐 아니냐에 따라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갈라며,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시작된다. 각종 사회적 현안들을 놓고 이 양쪽 진영은 사사건건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소득분재의 양극화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지식인 사회의 양극화도 걱정스럽다. 그래서 시장의 공정성에 관하여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왜 다른지를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안을 생각해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소망을 담아낸 것이다.


우리 삶의 의미 그리고 현대사회의 위기를 염두에 두면서 자본주의 시장의 위력을 보다 큰 틀에서 그리고 보다 근원적인 시각에서 생각해보자. 그래야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자본주의의 미래를 제대로 구상해 볼 수 있다.


저자 이정전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객원교수를 거쳐 한국자원경제학회장, 한국환경경제학회 이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 경실련환경환경개발센터 대표, 환경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으며 행복경제학 및 세계경제 위기, 부동산 정책, 환경정책 등을 망라한 대중적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활발한 기고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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