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그 소문의 주인공이 국가라면... 군대가서 임무 수행 잘하고 제대하면 보상금도 많이 주고 국가기관에 취직도 시켜주겠다던 국가가 군복무중 사망했는데 모른척 하고, 세금을 깎아주겠다더니 부자들만 배불리고 서민을 위한 복지는 축소하고... 모두 국민을 한숨 짓게 만드는 한탄 거리와 걱정거리들이다.
부자감세로 연간 16조, 4대강 공사로 연간 10조, 그런데 연간 5조가 필요한 반값 등록금은 세금 낭비이고 포퓰리즘 정책일까? KTX를 민영화하면 정말 일자리가 창출되고 요금이 내려서 우리 국민들의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될까?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107%가 넘고 남아도는 아파트가 많다는데, 왜 서민들은 아파트 한 채 장만하기가 이렇게 힘들까? 사실상 등록금 세계 1위이며 집값 세계 1위의 나라 대한민국.
최저 임금 4580원을 받고 하루 8시간씩 312일 일해야 겨우 1년치 등록금을 벌 수 있는 나라. 연봉 3000만 원 받는 직장인이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모아야 서울의 3억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가까스로 마련할 수 있는 나라. 우리는 지금 이런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양날의 검 ‘국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으로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임승수.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검은 미술관』으로 필력을 입증한 이유리. 두 젊은 저자들의 디테일한 자료 조사와 흡입력 있는 문장으로 만들어낸 이 책에는 반값 등록금과 4대강 사업 같은 국내 문제에서부터 미국의 기후무기와 연방준비은행, IMF, 에셜론의 실체 등의 국제 문제까지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국가의 배신 사전 23개의 파일이 들어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국가의 거짓말들과 팩트를 바탕으로 한 진실의 근거들을 통해 독자들은 국가가 얼마나 내 삶에 속속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소름 끼칠 정도로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가’를 넘어서서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국가’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피부 속 깊이 통감하게 된다. 이 원고의 일부분은 2011년 10월 말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되어 20만 조회수를 이끌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국가는 양날의 검이다, 국가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서 사회를 통제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체이다. 이 서슬 퍼런 ‘국가’라는 검을 누가 이용하느냐에 따라 민중들의 삶은 큰 굴곡과 변화를 겪어왔다. 베네수엘라의 의료제도와 미국의 의료제도는 국가의 행위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소수의 기득권층이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국가’라는 정치권력을 사용할 때는 항상 ‘거짓말’이 존재했다. 우리 두 사람이 이 책에 소개할 23가지 ‘국가의 거짓말’은 국가가 소수의 기득권층을 위해 거짓말을 할 때 민중들에게 어떤 참혹하고 비극적인 결과가 오는지 그 ‘디테일’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거짓말=현재진행형
세계 최고의 선진국 미국 정부가 국민에게 ‘나쁜 피’를 치료해주겠다고 거짓말하고 실제로는 매독 생체 실험을 한다. 아이들은 엄마로부터 강제로 빼앗아 노예로 삼는다. 수도를 민영화해서 물가가 월급의 30%에 이르자 폭등이 일어난다. 전기를 민영화해서 도매가격이 너무 올라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상화되고 계엄령이 선포된다.
국민들의 전화를 도청하고 국가의 중앙은행을 사기업에 넘겨 국민을 대상으로 이자 놀음을 한다. 디스토피아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상 실제로 벌어진 팩트들이다. 과연 이 소설보다 더 기가 막힌 진실들을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대한민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임무만 수행하면 대한민국이 장래를 책임져주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휴전선을 넘다가 목숨을 잃거나 상처를 입은 북파공작원들, 이들은 지금껏 존재해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남편에 의해 억울하게 살해당한 한 여인이 대한민국 정부의 ‘거짓말’에 의해 졸지에 간첩으로 둔갑한 수지김 간첩사건. 이 사건 때문에 수지김의 어머니는 화병으로 죽고 언니인 김옥녀 씨는 ‘간첩가족’으로 낙인 찍혀 직장에서 쫓겨나고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다 시체로 발견됐다.
이미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시피 대한민국에서 ‘국가의 거짓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저자들은 서문을 통해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조롱한다면 우리는 그것이 진실의 첫 단계라고 생각하겠다.
누군가 이 책을 읽고 거세게 반발한다면 벌써 두 번째 단계에 왔다고 기뻐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책의 내용이 모두에 의해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 우리는 진실이 승리한 세계에서 살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유리 작가는 “책쓰기에 앞서 국가 사기사건을 정리했는데 슬프게도, 목록 작성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북한의 수공을 막아내야 한다면 아이들 코 묻은 돈까지 걷어가며 지어낸 ‘평화댐’을 통해 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던 전두환 정부의 꼼수는 물론 사회악을 효과적으로 정화한다는 미명 아래 ‘4주 후에 풀어준다’, ‘훈련 잘 받으면 일찍 보내준다’며 영장도 없이 시민들을 검거한 후 강제노역에 동원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삼청교육대 사건’ 등 분량 문제로 책에 못 들어간 국가사기 사건이 너무나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국가라는 제도 자체를 없애지 않는 한, 국가의 진보는 시민의 몫이다. 국가의 악마적 민낯을 일단은 확인해본 뒤에야 국가의 얼굴을 성을 하든, 윤리교육을 시키든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국가의 23가지 거짓말을 읽으며 마음껏 개탄하고 슬퍼한 뒤 팔을 걷어붙이자”라고 했다.
임승수 작가는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라는 제도를 가진 곳 어디든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해 왔고, 법률, 군대, 감옥 등 수 많은 장치들을 통해 시민들을 강제로 지배해 왔지만 이런 국가의 폭력성은 언론, 종교, 윤리교육 등을 통해 그 파괴의 폭력성이 철저하게 가려져 왔다. 그 너울부터 벗겨내는 것이 제일 먼저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펴냈다”고 말했다.
선거 때마다 간첩 사건이 일어나고 평화의 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사기 치며 코흘리개의 돈까지 걷어가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국민들의 금 모으기 운동을 독려하는 국가의 테두리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 그런 우리 국민들이 이 책을 읽으며 “그땐 그랬지..”하며 웃어넘길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라는 유행어가 일상화되어 버린, 거짓으로 점철된 현재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이 책의 가치는 더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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