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제도권교육’ 전통음악 국악영역 포함
‘음악교육과정’ 국악전문가 고견 필히 존중
한류의 혁신 ‘국악교육 대폭확대’로 밑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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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전통예술교류협회 박행주 회장 |
● ‘국악 탁월성’ 세계에 널리 알려
필자는 학교교육 현장에서 30년 가까이 국악 교육에 관심을 가지며 실제 지도해온 교사이다. 교직 발령 이후 음악수업에 필요해서 장구를 배우게 되었고, 그 이후에 사물놀이, 소금, 태평소 등 우리의 전통국악기를 하나하나 익히게 되었다.
그러다가 학교동아리 활동으로 풍물부를 만들어서 직접 지도했고 점점 실력이 향상되어 여러 경연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에 이탈리아 공연을 시작으로 운 좋게 14번에 걸쳐 해외공연에 참여했고 신명나는 연주를 했던 풍물부는 다른 나라의 팀에 비해 많은 박수갈채를 받아왔다. 가끔은 기립박수를 받기도 해서 그때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상설동아리로 꾸준히 연습을 해왔던 풍물부가 아니었는데도 10여 년 전에 태국공연에서는 객원으로 특별히 학생 둘을 포함시켜 참가한 적이 있다. 필자가 음악시간에 가르쳤던 소금 악기를 너무도 열심히 익혀 실력이 좋았던 6학년 학생 둘이 함께 참가했던 것이다.
타악기 위주로 구성된 풍물부 연주에 가락악기를 넣어 연주형태를 변화시키려고도 했고 본인들도 해외공연에 참여를 적극적으로 희망하면서 부모님들도 흔쾌히 허락하셨다. 그래서 필자가 별도 지도를 해서 아리랑, 도라지타령 등의 우리 민요와 함께 태국 전통민요를 몇 곡 준비해서 참가하게 되었다.
풍물부의 반주에 맞춰 소금 연주를 했는데 한류열풍도 있었고 태국민요까지 연주해서였는지 기대 이상의 호응을 받았다. 풍물부 단원들은 물론, 그 두 학생도 우리 국악을 배워 해외공연에서 우리나라를 알리면서 우리의 정체성까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소금이라는 국악기를 음악시간에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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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물부와 함께 소금연주를 하고 있는 모습(필자가 별도 지도를 해서 아리랑, 도라지타령 등의 우리 민요와 함께 태국 전통민요를 몇 곡 준비해서 참가하게 되었다.) |
● 국악교육! 민족 정체성의 근간
전통예술은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국악교육 또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역인 것이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그 민족에 오랫동안 면면히 내려왔던 전통을 알고 이를 지키려는 노력하는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붐처럼 밀어닥친 ‘현대화’, ‘세계화’의 열풍은 ‘자신의 전통을 버리고 현대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라는 그릇된 의식으로 치닫게 되면서 많은 폐해를 낳게 되었다.
역사가 짧은 미국도 어떻게든 전통의 끈을 잡으려고 애쓰고 있고 세계의 많은 나라는 자신들의 전통예술을 중시하여 가르치고 있다. 반면 일제는 일제강점기 시기에 치밀한 계획 하에 우리 전통의 기반을 송두리째 말살시키려고 했다. 우리의 말을 없애고, 우리의 이름을 그들의 이름으로 바꾸게 했으며, 우리의 음악 대신 그들의 음악을 부르도록 강요했다.
전래동요만 하더라도 일제강점기 때 이식된 몇몇 일본 전래동요를 최근까지 우리의 노래로 착각하고 불러오면서 음악교과서에 ‘전래동요’라고 소개한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우리의 음악을 잘 모르는 이들은 서양음악과 비교해서 국악이 화음이 없고, 5음계 위주의 음악인데다 구전심수로 내려오며 악보로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수준 낮은 음악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음악뿐 아니라 전통예술은 오랫동안 서양의 예술과도 비교되어 왔다. 그림만 하더라도 형형색색의 물감으로 칠해 있는 것이 먹물로만 그린 단색 산수화보다 우월하고, 화폭에 빈틈없이 색을 넣은 그림을 여백이 훨씬 많은 우리의 사군자보다 뛰어난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았다.
세계의 수많은 민족은 다양한 자연환경과 풍습의 차이 때문에 식생활, 의복, 주거 형태 등은 물론, 그들의 전통예술도 서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것의 우열을 가리려는 것이 얼마나 무지의 소치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이제는 지역적 특성이 남아있는 예술이 강조되는 흐름이고, 그러한 전통예술은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국악교육 또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역인 것이다.
● 1987년 제5차 교육과정…‘전통음악’
학교에서의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활동의 기준을 체계적으로 선정하고 조직하며 이를 실행하는 과정과 성취 결과를 포함하는 일련의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것이 교육과정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때 교육과정이 시작되었는데 당시에는 음악교육이 ‘황국신민으로서의 정조 함양’이 목적이었던 만큼 결국 식민지교육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해방과 전쟁을 거치고 나서 1955년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제1차 교육과정이 시작되었지만, 그로부터 오랫동안 국악교육이 제대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1987년 제5차 교육과정이 나오면서 ‘건강하고 자주적이며 창의적이고 도덕적인 한국인 육성’을 강조하였고 음악과에서도 우리의 전통음악이 중요시되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하여 지금까지 음악교과 중에 다양한 국악영역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교육과정이라는 것은 잘 모르기 때문에 당장 배우게 되는 교과서에만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교과서는 철저하게 교육과정에 제시된 기준 안에서 집필진들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교육에 있어서 뼈대가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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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시간에 소금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다소 늦었기는 했지만 제5차 교육과정 때부터라도 국악이 정식으로 들어오면서 우리는 음악교과서 속에서 다양한 민요, 판소리, 장단, 악기, 국악감상 등을 배울 수 있었다.) |
다소 늦었기는 했지만 제5차 교육과정 때부터라도 국악이 정식으로 들어오면서 우리는 음악교과서 속에서 다양한 민요, 판소리, 장단, 악기, 국악감상 등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35년을 이어져 온 국악 교육에 있어서 커다란 위기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들린다.
국악도 어차피 ‘음악’의 한 영역이므로 세계의 다양한 음악 중의 하나인 것이니 국악적 요소와 개념을 버리고 하나로 묶으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국악이라고 하는 것이 결국 세계음악에 속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아프리카음악이나 남미음악처럼만 다뤄진다면 실제로는 국악교육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큰 틀의 음악’ 안에 넣으려고 하는 그 ‘음악’이라는 것이 결국은 서양음악을 가리키고 있으니 더욱 큰 문제이다.
수많은 학자, 교육자들이 오랜 기간 그 필요성을 느껴왔기 때문에 국악교육이 음악교육에서 35~40% 정도 되는 영역을 차지하며 교육이 이루어져 왔는데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소수의 편향된 학자들에 의해 국악영역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는 방향으로 교육과정 개발이 이루어져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 ‘미래 국악교육’ 고유 전통예술에 뿌리
얼마 전 필자는 BTS가 수년 전 프랑스 공연 당시 수만 명의 관객 앞에서 새로운 춤사위와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진 일이 있었다. 아이돌의 활동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지만,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아리랑을 메들리로 엮어서 수많은 외국 관객 앞에서 부르고 그 관객들도 흥겨운 마음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의 한류가 나아가야 할 또 다른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다 할 지하자원이 없어 오로지 교육의 힘으로 세계 10대 강국 안에 들어왔지만 4차 산업혁명,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맞으며 과거의 산업화 시대에 필요했던 두뇌인력 개발 못지않게 한류 콘텐츠를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직면해 있다. 방탄소년단 BTS와 같은 아이돌 그룹으로 대표되는 K-pop은 끊임없이 다른 나라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일본만 하더라도 방탄소년단을 본떠서 만든 ‘탄도소년단’을 만들어져서 활동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고구려의 역사를 자신들의 것으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에 더해 김치, 한복, 태권도 등 우리에게 전통으로 이어져 오는 많은 것들이 원래는 자신들의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만약 전통을 잃어버리면 중국의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암담할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우리 고유의 역사와 전통문화, 전통예술을 더 깊이 있게 알아가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것에 뿌리를 둔 한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언제든 모방이 가능한 콘텐츠는 지속력이 약하고 어느 순간엔가는 추월당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한류콘텐츠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그 뿌리가 탄탄하고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으며 도약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면에서 국악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육과정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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