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A 특별기획④] 자동차 한 대는 정말 ‘하나의 경제권’을 달릴 수 있는가

국제 / 서영현 기자 / 2026-10-12 10: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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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에서 홍콩까지, 자율주행차 한 대를 따라가며 확인한 GBA의 보이지 않는 경계
▲ 중국 선전과 홍콩을 잇는 도로망과 차량의 초국경 이동은 확대되고 있지만, 자율주행차의 운행에는 여전히 서로 다른 법과 제도가 적용된다. 선전에서 등록된 자율주행차라도 홍콩에서 동일한 기능을 사용하려면 별도의 운행허가와 안전기준, 보험 및 데이터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 중국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GBA)가 자율주행 시험과 운행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서로 다른 규제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차량과 기술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연계가 지역통합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사진=챗GPT)

 

 

선전에서 자율주행차 한 대가 출발한다고 가정해보자. 목적지는 홍콩이다. 도로는 이미 연결돼 있다. 사람과 상품, 자본도 두 도시 사이를 오간다. 홍콩 차량의 중국 본토 진입에 이어 광둥 차량의 홍콩 진입도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선전에서 합법적으로 등록된 자율주행차도 같은 방식으로 홍콩까지 달릴 수 있을까.


자동차 한 대를 국경으로 보내자 질문이 예상보다 복잡해진다. 차량 자체가 홍콩에 들어갈 수 있는가. 선전에서 허용된 자율주행 기능을 홍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가. 사고가 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보험은 어느 지역의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 차량의 카메라와 센서가 수집하는 도로·위치·주행 데이터는 경계를 넘어갈 수 있는가. 자동차 한 대를 따라가자 ‘하나의 경제권’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GBA의 경계가 나타난다.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뒤따른다.


※ GBA는 지금 이 경계를 어떻게 넘으려 하고 있는가.


● 자동차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광둥과 홍콩 사이에서 자동차의 초국경 이동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홍콩 차량이 홍콩–주하이–마카오대교를 이용해 광둥성으로 들어가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고, 2025년 말에는 반대 방향인 ‘광둥 차량 남하’도 시작됐다. 2026년에는 대상 범위가 확대됐다. 자동차가 물리적인 경계를 넘을 수 있는 통로는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에서는 문제가 달라진다.


선전은 2026년 3월부터 L3 조건부 자율주행과 L4 고도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스마트 커넥티드 차량에 대한 별도 등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상 차량은 국가 자동차제품 목록 또는 선전의 관련 제품목록에 포함돼야 하고, 등록 전 차량 장비를 정부 감독플랫폼에 연결해 운행안전 관련 데이터를 전송해야 한다. 필요한 보험증빙도 갖춰야 한다. 선전에서 ‘자율주행차’로 인정받기 위해 자동차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보험까지 관리체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차가 홍콩 경계에 도착하는 순간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 선전에서 받은 허가는 홍콩에서도 유효한가
홍콩에도 별도의 자율주행차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홍콩은 2024년 3월 새로운 자율주행차 규제체계를 시행했다. 홍콩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시험하고 운행하려면 홍콩 교통당국의 허가와 기술·안전·운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선전에서 합법적으로 등록된 자율주행차라는 이유만으로 홍콩에서도 같은 자율주행 기능을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자동차가 이동할 수 있다는 것과 자동차의 기술적 권한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자율주행차 한 대가 국경 앞에서 처음 만나는 것은 도로가 아니라 ‘제도’다.


● 사고가 발생하면 또 다른 경계가 나타난다
이 차가 홍콩 도로에서 자율주행 중 사고를 냈다고 생각해보자.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라면 우선 운전자의 과실을 확인한다. 자율주행차에서는 질문이 늘어난다. 사고 당시 자율주행 시스템이 차량을 제어하고 있었는가.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는가. 차량 밖에서 원격으로 자동차를 관리하고 있었다면 원격운영자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차량 또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결함이 사고 원인이라면 제조사와 시스템 공급자의 책임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보험도 연결된다. 실제 광둥·홍콩 초국경 차량에는 별도의 허가와 보험요건이 존재한다. 홍콩 교통당국은 초국경 차량 관련 허가에서 홍콩에서 유효한 제3자 책임보험 증빙을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가 경계를 넘는다고 책임과 보험까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자율주행차의 초국경 이동에는 차량뿐 아니라 책임과 보험을 연결하는 규칙도 필요하다.


● 자동차보다 먼저 국경에 걸리는 것은 데이터일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데이터다. 카메라와 라이다, 레이더와 각종 센서는 도로와 차량, 보행자, 위치와 운행상태에 관한 정보를 계속 만들어낸다. 이 정보가 없으면 자율주행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선전에서 홍콩으로 자동차가 이동한다는 것은 기계 한 대만이 아니라 데이터도 함께 이동한다는 뜻이다. 홍콩 정부가 2026년 홍콩–주하이–마카오대교를 이용한 초국경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중국 본토 당국과 논의하면서 실제 협의과제로 제시한 것도 규제·감독체계의 조정과 안전기준뿐만이 아니었다. 초국경 데이터 규정 준수, 차량 데이터와 사이버보안도 협의 대상에 포함됐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도로 위의 국경만 넘는다고 이동이 완성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규제가 다른데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여기에서 GBA의 실험이 흥미로워진다. 선전과 홍콩이 선택한 방향은 지금까지 확인되는 범위에서는 모든 법과 규제를 하나로 만드는 방식이 아니다. 대신 특정 차량과 특정 지역에서 먼저 시험하고, 실제 운행 결과를 확인한 뒤 허용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에 가깝다. 홍콩은 2024년 별도의 자율주행차 규제체계를 마련한 뒤 파일럿 라이선스를 발급해 제한된 지역에서 시험을 시작했고 이후 시험지역과 차량을 늘렸다.


2026년 4월 기준 홍콩 교통당국이 발급한 파일럿 라이선스는 6건, 시험차량은 62대, 시험지역은 6곳으로 확대됐다. 공항섬에서 진행된 시험의 누적 주행거리는 약 14만㎞에 이르렀다. 규제를 먼저 전면 철폐한 것이 아니다. 시험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확인된 범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 ‘사람이 탄 자율주행차’에서 ‘무인차’로
제도 변화의 순서를 보면 이 방식이 더 분명하게 보인다. 처음에는 차량 안에 백업 운전자를 두고 시험한다. 일정한 시험주행과 안전조건을 충족하면 다음 단계에서 차량 밖의 원격운영자가 자동차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넘어간다. 2026년 홍콩은 공항섬과 홍콩–주하이–마카오대교 홍콩항 자동주차장 등에서 운전자가 차량 내부에 탑승하지 않는 무인 자율주행 시험 단계까지 확대했다.


시험지역 역시 한 지점에 머물지 않는다. 공항 주변에서 퉁청과 서니베이 등으로 확대되고, 카이탁 일대에서는 행정구역을 넘어가는 시험도 진행됐다. 제도개선의 과정이 보인다. 제한구역 시험 → 운행범위 확대 → 원격운영 → 무인운행 → 상업운영. 기술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법을 한 번에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제도가 실제 도로에서 서로를 확인하면서 함께 움직이는 방식이다.


● 다음 단계는 ‘국경’을 넘는 것이다
하지만 홍콩 안에서 자율주행차가 여러 지역을 이동하는 것과 선전·주하이·마카오 등 다른 제도권으로 넘어가는 것은 또 다른 단계다. 그래서 최근 정책의 초점도 달라지고 있다. 홍콩 정부는 2026년 홍콩–주하이–마카오대교를 이용해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연결하는 초국경 자율주행 셔틀의 시험과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록마차우 루프에서는 초국경 자율주행버스의 도로시험도 추진하고 있다.


홍콩–주하이–마카오대교 홍콩항과 공항지역의 SKYCITY를 연결하는 Airportcity Link에서는 이미 자율주행 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홍콩 정부는 이를 상업운영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9월 홍콩 교통물류 당국은 자율주행 사업자의 상업운영 신청을 받기 시작하고, 2027년에는 홍콩–주하이–마카오대교 홍콩 구간까지 자율주행 적용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향도 밝혔다. 자율주행차의 이동범위가 시험구역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국경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 제도를 하나로 만드는 대신 ‘넘어가는 방법’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홍콩과 중국 본토의 차량등록제도가 하나로 합쳐진 것은 아니다. 교통법규도 같아진 것이 아니다. 보험과 사고책임, 데이터 규칙도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 그런데도 초국경 자율주행을 추진하고 있다. 필요한 것은 모든 제도를 없애거나 통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제도 사이에서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시 확인하며, 어느 조건에서 다음 제도로 넘어가게 할 것인지를 정하는 일이다.


선전에서 이미 안전성을 확인한 차량의 어떤 정보를 홍콩이 활용할 것인가. 어떤 안전검사는 다시 해야 하는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과 보험은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 차량 데이터는 어떤 조건에서 경계를 넘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규칙이 만들어져야 자동차 한 대의 이동이 가능해진다. 현재 GBA가 자율주행차에 대한 포괄적인 상호인증을 완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지금은 시험과 제한적 허가를 통해 그 연결규칙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 자동차 한 대가 보여주는 지역통합
다시 선전에서 출발한 자동차 한 대로 돌아가보자. 처음의 질문은 단순했다. 선전에서 홍콩까지 갈 수 있는가. 그러나 자동차를 따라가자 질문은 달라졌다. 선전에서 인정받은 기술을 홍콩은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이것은 자율주행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이동하면 법인과 영업규칙을 만나고, 기술이 이동하면 인증이 필요하다. 전문인력이 이동하면 자격 문제가 생기고, 데이터가 이동하면 개인정보와 보안규칙을 통과해야 한다. 자본 역시 서로 다른 금융규제와 투자제도를 만난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졌다고 하나의 경제권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경제활동이 서로 다른 제도의 경계를 반복해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차 한 대는 그 복잡한 과정을 도로 위에서 보여준다. GBA는 지금 제한된 시험에서 시작해 운행지역을 확대하고, 원격운영과 무인운행을 거쳐 초국경 운행과 상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차량인증과 운행허가, 책임과 보험, 데이터의 경계는 남아 있지만 그 경계를 넘기 위한 규칙도 함께 만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GBA의 지역통합을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경계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다.


서로 다른 제도를 가진 도시들이 하나의 경제활동을 어디까지 함께 수행할 수 있는가. 경계가 있기 때문에 지역통합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도를 모두 같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실제 경제활동이 그 경계를 반복해서 넘어갈 수 있는 규칙을 만들 수 있느냐다.


선전에서 출발한 자율주행차 한 대가 언젠가 기능을 끄지 않고 홍콩 도심까지 달릴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 다른 제도를 가진 도시들이 하나의 경제활동을 실제로 연결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GBA가 하나의 경제권인지 확인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어쩌면 자동차 한 대를 국경까지 보내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요주간 / 서영현 국제경제부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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