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통해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거짓말, 무책임함 극치...반복되는 야근 등 인력충원 요구 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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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주) 홈페이지 캡처. |
[일요주간 = 이수근 기자] 지난 26일 오후 5시 5분경, 인천국제공항 내 대한항공 지상조업 정비소에서 한국공항 노동자 A씨가 토잉카(항공기 견인차)의 기름 누수를 점검하는 와중에 바퀴와 차체 사이에 두개골이 협착돼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가운데 이승범 한국공항 사장의 부적절한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승범 사장은 올 1월 12일 한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대한항공 부사장에서 한국공항 신임 사장으로 부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공공운수노조 민주한국공항지부는 27일 ‘유족 문전박대에 말장난, 막돼먹은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이란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사고 후 가족과 노동조합은 사고 현장을 찾아 왜 사고가 났는지 확인했다”며 “현장을 본 유족은 부족한 안전조치, 회사의 관리감독 부실, 늘어날 장비와 코로나로 줄어든 인력에 사랑하는 가족을 빼앗겼다고 분노했다”고 밝혔다.
이어 “매일 인력 부족에 피곤함을 호소하던 고인이었다. 오늘(27일) 한국공항 본사에서 열린 노조의 기자회견장에 온 유족은 (이승범) 사장에게 ‘왜 형님이, 오빠가, 아들이 죽어야 했는지를. 회사는 참혹한 죽음에 어떤 사과와 대책을 가지고 더 이상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지를’ 묻고 싶었다”고 유족들의 침통한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승범) 사장을 만나기 위해 본사에 들어간 가족들은 30분이 넘도록 사장을 만날 수 없었다”며 “심지어 (회사측에서는) 사장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오리발을 내밀며 문전박대했다. 이에 분노한 가족은 회사와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며 본사를 떠났다”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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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민주한국공항지부는 27일 오후 12시 30분, 한국공항 본사 앞에서 중대재해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공공운수노조) |
이와 관련, 민주한국공항지부는 한국공항의 이중적인 행보를 비판하며 “회사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연히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확실히 하고 충분한 보상체계를 검토할 것이며, 장례절차 등에 대해 유가족들과 접촉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한국공항은 회사를 방문한 유족을 30분 이상 방치하고, 만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민주한국공항지부는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에 대한 사측의 태도와 발언이 도를 넘었다”며 “책임지는 누구 하나 없을 뿐만 아니라 파렴치하다”고 일갈했다.
민주한국공항지부는 “사측은 노동조합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인력 부족에 대해 ‘장비 가동률과 운항편수가 많이 줄어든 상태기 때문에 인력의 감소치만 놓고 인력이 부족하다 말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항공을 이용하는 승객이 줄어 여객기와 관련한 업무는 줄었지만 카고(화물)을 실어 나르는 항공기는 오히려 늘어나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어 모기업인 대한항공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기간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공항에서 쫓겨나고, 유급휴가를 받을 때 카고 분야 노동자는 단 하루도 유급휴가를 받지 못했다”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폭로했다.
민주한국공항지부는 “노동조합이 확보한 장비점검 카드를 보면 일일점검, 주간점검, 격주점검, 월간점검 등 일상적인 점검업무를 해야 한다. 이번 사고기인 토우바레스(토잉카 종류, 비행이 이동)는 격주 점검하는 항목이 30종, 한 달 점검 항목은 56종, 분기별 110종이 넘는다. 한국공항은 다양한 토잉카를 거의 50여대 보유하고 있다”며 “고인을 포함한 정비노동자들이 점검했던 토잉카, MD로다(화물 이동), 디아이싱(제빙 방빙) 등 꾸준히 늘어왔다. 여객기 조업장비의 가동이 적어도 계획된 점검은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장비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노동조합의 인력부족에 대해 숫자로 판단하지 말라고 한다. 그렇다면 장비가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것도 숫자로 판단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한국공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판단하기 바란다. 이렇게 일말의 반성도 없이 책임 떠넘기기, 유족에 대한 파렴치한 태도와 말장난으로 일관하다가는 제2, 제3의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인력충원을 촉구했다.
앞서 27일 오후 12시 30분, 민주한국공항지부는 한국공항 본사 앞에서 중대재해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 열고 한국공항이 코로나19를 빌미로 인력을 대거 감축하면서 무리하게 회사를 운영한 것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민주한국공항지부는 “화물 운송기의 확대와 코로나에 따른 항공기의 운항편수 확대를 대비하면서도 인력충원은 없었다”며 “반복되는 야근과 폭발적인 업무로 민주한국공항지부는 계속해서 인력충원을 이야기했지만, 회사는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력충원을 미루고 무리하게 작업을 지시한 한국공항과 자회사의 예산 권한을 가진 원청사인 대한항공이 노동자를 죽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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