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이은화 작가 시 읽기 73] 짱돌

문화 / 이은화 작가 / 2026-03-09 13: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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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돌

권순자



물가에서 짱돌을 찾아 
수십 번 수백 번 물속으로 서러움과 
울분의 날개를 날려 보냈다

짱돌은 거칠게 물 위를 날아오르다가
첨벙첨벙 
물속으로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해 
아리고 덜 자란 몸을 쑤셔 박고 말았다 

물수제비로 수면을 네댓 번 
가볍게 제 몸을 날려 물결 잔등을 튕기어 
새도 아닌 것이 
새라도 되고 싶어서 
돌은, 날개를 펴고 날아갔다

물결도 
돌이 뜨겁게 날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다는 듯 
손바닥으로 받쳐주고 
제 품을 열어 멀리 흘러가 주었다

낮게 날던 제비마저 
돌을 물고 비상이라도 해주고 싶었을까

물결을 뜨겁게 끌어안고 
돌은, 자글거리며 흘렀다 



▲ 이은화 작가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감상 ) 돌은 날 수 없다. 이것은 자연의 법칙이며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날고 싶은 돌의 강렬한 열망을 품은 채 물가에 서본 적이 있다. 억울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날, 혹은 아무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출렁이는 날. 시인은 바로 그 자리에서 “서러움과 울분의 날개를 날려 보냈다”라고 말한다. 온 힘을 실어 던지는 순간, 수면을 튕기며 날아오르는 물수제비.

“새도 아닌 것이 / 새라도 되고 싶어서 / 돌은, 날개를 펴고 날아갔다” “새도 아닌 것이”라는 자기 인식과 “새라도 되고 싶어서”라는 열망 사이의 간극은 시의 긴장감을 더한다. 이 간극을 건너는 순간 시인은 쉼표를 하나 놓는다. “돌은,”이라고 쓰고 잠시 멈춘다. 돌이 수면을 박차고 오르기 직전의 그 0.1초, 숨을 참고 날아오르는 그 순간의 정지. 현대시에서 쉼표가 이토록 존재론적 무게를 지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어 뜨겁게 날고 싶어 하는 돌의 간절함을 자신의 몸으로 받쳐주는 “물결”과 “돌을 물고 비상이라도 해주고 싶었을” 제비는 돌의 꿈에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대리한다. 어쩌면 살아오는 동안 우리에게 건네진 도움의 손길들은 바로 물결의 잔등이고 제비의 날개였을지 모른다.

달궈진 쇠가 물에 닿을 때처럼 “자글”거리는 돌, 그 자글거림은 온도의 충돌이자 에너지의 발산이다. 가라앉으면서도 여전히 뜨거운 돌. 멈추지 않고 흐르는 꿈. 이것이 이 시가 제안하는 또 다른 존재의 방식이 아닐까. 날고 싶지만 날 수 없는 존재, 그럼에도 수면을 튕겨 단 몇 초라도 새처럼 날아오르려는 열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 시의 “짱돌”은 인간의 보편적인 초상이다. 작은 돌 하나가 수 겹의 물결을 만들듯,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짱돌」. 이 열망 앞에서 한참 동안 물가를 떠나지 못한다. 시인의 시가 이토록 물이랑이 이는 까닭은 언어의 기적으로 세운 시 가장자리에 우리가 서 있기 때문이다.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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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장후용님 2026-03-10 02:37:27
이제 너하고 말 아네!
장후용님 2026-03-10 02:37:29
이제 너하고 말 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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