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 다리 밑 노숙인 텐트촌을 가다...10년 주거지서 강제이주 위기 [리얼줌]

현장+ / 성지온 기자 / 2022-04-13 10: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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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주거 보장, 정부·지자체 몫”

 

▲12일 오전 서울 용산역 신설 공중보행교 공사 구간 내 텐트촌에서 시민사회단체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홈리스들의 주거대책 마련을 용산구청에 촉구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용산역에는 드래곤시티호텔과 연결된 ㄱ자 형태의 보행 육교가 있다. 최근 용산구청은 기존 다리를 허물고 직선 형태의 육교를 새로 짓는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공사 구간 내 거주 중인 주민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음에도 협의 과정에서 배제됐다. 당장 사흘 뒤 퇴거 위기에 놓인 주민들은 용산구청에 주거와 이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빈곤사회연대, 홈리스 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용산역 텐트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설 보행교 공사 구간 내 텐트촌 주민들의 주거 대책을 촉구했다. 시공사가 제시한 퇴거 최종 시한이 사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 가능한 대안이 주거 하향 뿐이라는 것이다.

현재 용산역과 드래곤시티호텔을 연결하고 있는 공중 보행 육교 아래에는 20여명의 홈리스들이 텐트를 치고 살고 있다. 이른바 ‘용산역 텐트촌 주민’들은 평균 10년 이상 이곳에서 머무르며 의식주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 용산역과 드래곤시티호텔을 잇는 교량 아래에는 20여 명의 홈리스가 거주하는 텐트촌이 위치하고 있다. <사진=성지온 기자>


텐트촌 주민들은 오는 15일까지 거처를 옮겨야 한다. 5월 완공을 앞둔 신설 보행교 시공사가 제시한 퇴거 최종 기한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옷가지, 집기류 등을 챙겨서 떠나기엔 2주 가량의 시간이 촉박하다고 얘기했다.

이날 텐트촌 주민 하순철씨는 “약 보름 동안 우리의 일상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공사 구간에 해당하는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모든 것은 말로 전달됐고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슨 협의가 어떻게 가능한지조차 알 수 없었다”라면서 “짧게는 1년 길게는 20년을 현재 거처에서 살아왔다. 거처를 옮기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특히 이들은 주거 및 이주 대책이 부재 한 사실을 지적했다. 

 

빈곤사회연대 관계자는 “현재 주민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텐트촌 내 다른 구역으로 이전하는 것과 노숙인 임시 주거지원을 통한 염가거처(저렴한 비적정 주거공간)로 이전하는 것”이라며 “이미 텐트촌은 포화상태로 사실상 생활반경을 좁히는 것이고 이는 온전한 수평 이동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시 주거지원 역시 좁은 방으로 모든 짐을 전부 옮길 수가 없어서, 코로나19 등 감염 취약성 우려 때문에, 생활 소음과 환기 문제 등으로 다시 텐트촌으로 돌아오거나 일자리 등 복지지원 때문에 실주거를 달리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고시원이나 쪽방 등 염가거처로의 이전은 차라리 주거 하향에 더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신설 보행교 완공 후 거주 안정 보장도 불투명한 점도 꼬집었다. 

 

‘공중보행교 설치 협약서’에 따르면 유지보수 업무는 SDC 운영사인 서부티앤디다. SDC는 지난 2017년 해당 보행교 관리 업체로서 당시 현장에 머무르던 수명의 홈리스들을 강제로 끌어낸 이력이 있다. 

시민 단체 홈리스행동 관계자는 “2017년 말 동일 장소에서 호텔 타운 개장과 동시에 현 보행교에서 쫓겨난 동료들을 기억한다. 우리는 공공장소의 관리 운영 주체가 바뀌는 순간 그 장소에서 가장 먼저 쫓겨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공사 완료 후 어떠한 퇴거 위협 없이 현 거처에서 머물 수 있도록 거주 안전성 보장을 약속하라”라고 목소리 높였다.
 

시민사회단체, 텐트촌 주민 등은 기자회견 직후 ▲주거 대안 없는 퇴거 예고 중단 ▲주거 및 이주 대책 마련 ▲공사 후 거주 안전성 보장 약속 등이 담긴 요구서를 용산구청에 제출했다.

 

▲ 용산구청은 용산역과 드래곤시티호텔을 연결하는 ㄱ자 형태의 기존 다리(아래)를 철거하고 직선 형태의 다리를 새로 짓는 공사에 착수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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