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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시장 상인들 모습. (사진=newsis) |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지난해 국내 사업자 폐업이 처음으로 100만 건을 넘어섰지만, 통계 뒤편에는 무점포소매업 급증과 전통 자영업·고부가가치 산업의 구조적 역동성 둔화라는 서로 다른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세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법인을 포함한 폐업 신고는 총 100만 8282건.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최대치다. 폐업률 역시 9.04%로, 2020년 코로나 충격 이후 최고 수준이다.
겉으로만 보면 ‘자영업자 위기론’이 떠오른다. 실제로 소매업이 전체 폐업의 30%, 음식점업이 15%, 부동산업이 11%를 차지했다. 절반은 ‘사업 부진’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일부 언론은 ‘자영업자 폐업 100만 명 시대’를 강조했다. 하지만 산업별로 들여다보면 단순한 위기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변화가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 무점포소매업이 주도한 ‘폐업 급증’…ICT·전문서비스업, ‘양날의 검’
폐업 증가세의 중심에는 통신판매업을 포함한 무점포소매업이 있다. 2015년 6만 3000건 수준이던 폐업은 지난해 세 배 가까이 불어나 전체의 20%를 넘어섰다. 스마트폰 기반 쇼핑몰, 온라인 플랫폼 창업이 폭증하면서 단기 창·폐업이 반복된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오히려 음식점업이나 오프라인 유통업의 폐업은 2023년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소폭 줄었다는 사실이다. 음식점 폐업은 16만 2000건에서 15만 2000건으로 감소했다. 장기적으로는 오프라인 유통업의 창·폐업 모두 줄어드는 추세다. ‘자영업 몰락’이라는 단일 프레임보다는 온라인 전환에 따른 산업 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게 신동한 인구감소·고령화대응연구실 부연구위원의 진단이다.
최근 주목받는 산업인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은 창업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폐업도 함께 증가하는 흐름을 보인다. 정보통신업은 2015년 대비 2021년 창업이 2.4배 늘었으나, 이후 폐업도 동반 증가했다. 전문 서비스업 역시 창업 활발화와 폐업 확대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신동한 부연구위원은 “혁신적 창업이 많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상당수가 영세 사업체라 불안정성이 커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 진짜 위기, ‘역동성 둔화’…첨단 산업도 ‘영세성’의 늪
신 부연구위원은 “음식점업과 오프라인 유통업은 단순히 폐업이 늘어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창업과 폐업이 동시에 줄어들며 산업 자체의 역동성이 약화되고 있다”며 “창·폐업의 활발한 순환은 자원의 효율적 재배분을 의미하는데 이 순환이 약화되면 산업이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폐업은 더 이상 전통 자영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조업, ICT, 전문 서비스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도 90% 안팎이 소규모 사업체다. 겉으로는 첨단 산업이지만 실제 구조는 영세 자영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 전반에 걸친 영세성이 구조적 리스크로 자리 잡은 셈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폐업 100만 건 돌파는 표면적으로는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는 무점포소매업 특수성과 산업 구조 변화가 결합한 결과이기도 하다. 단순히 ‘자영업 위기’로 몰아가기보다, 산업별 동학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산업 구조가 근본적 문제다. 단기적 폐업 지원을 넘어, 창업의 질을 높이고 산업을 고도화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단순 진입 장벽 완화가 아닌, 기술·인력·자본 축적을 통한 산업 역량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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