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자: 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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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태 시인 |
▼ 김종태는 1971년 경상북도 김천 출생으로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시 창작과 문학 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학사,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정지용 시 연구」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호서대학교 벤처대학원 및 호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으로 『떠나온 것들의 밤길』 「오각의 방」 일본어시집으로 「복화술사」 문학평론집으로 「문학의 미로」 「자연과 동심의 시학」 「운명의 시학」 등이 있고, 연구서로 「한국현대시와 전통성」 「정지용 시의 공간과 죽음」 「한국현대시와 서정성」 「대중문화와 뉴미디어」(공저) 「문화콘텐츠와 인문학적 상상력」(공저) 등이 있다. 고등학교 및 대학 교재로 「시와 소설을 읽는 문학교실」(편저) 「사고와 표현」(공저) 「고등학교 문학 1, 2」(공저) 등을 간행했다. 제19회 고대문화상, 제4회 청마문학 연구상, 제3회 시와표현 작품상, 제5회 문학의식 작품상, 제3회 문학청춘 작품상, 제19회 모던포헴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안녕하세요. 오늘은 호서대학교 교수이자 시인과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계신 김종태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문화콘텐츠창작가, 포토그래퍼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창작 활동을 펼치고 계시는데요. 서로 다른 매체와 장르를 아우르는 작업 과정에서 얻은 창작적 영감이나 시너지 효과가 있다면 어떤 것들인지 들려주세요.
▼ 제가 살아온 삶은 다소 입체적인 면이 있습니다. 저는 국문학을 전공해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2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대중문화 관련한 책도 여러 권 발표했습니다. 또한 2010년 처음으로 전임교수가 된 곳은 ‘문화콘텐츠학과’였습니다. 지금은 예술의 순수성과 대중성이 구분하기 힘든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시인, 문학평론가, 시나리오작가, 사진작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 데에는 이러한 예술관이 그 바탕에 있을 것입니다.
● 현재 호서대학교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문화예술경영’ 등에 대한 강의를 하고 계시는데, 실제 창작자로서 쌓아오신 경험을 학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특히 이론 교육과 실무 현장 사이의 틈을 메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 저는 1소속이 호서대 서울캠퍼스 벤처대학원이고, 2소속이 호서대 천안캠퍼스 미디어커뮤니이션학과입니다. 서울캠퍼스에서는 석박사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경영에 관하여 강의하고 있고, 천안캠퍼스에서는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에 관하여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떤 강의를 하든지 현장에서의 제 경험을 많이 녹여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학 교육은 이론만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에게 제가 언론사, 출판사, 잡지사 등에서 일했던 경험을 많이 이야기해 주곤 합니다.
● 2023년 모던포엠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전통과 현대의 융합’이라는 시의 지향점에 대해 언급해 주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전통적 정서와 현대적 감각을 작품 속에서 조화시키고 계신지, 그리고 이러한 시적 추구가 현재 한국 문학계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세요.
▼ 오늘날 한국시의 경향은 여러 분야가 있겠으나 그 중 특히 전통적인 서정성이냐 현대적인 실험성이냐 하는 두 가지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어느 한쪽을 택한 시인들은 다른 쪽 경향의 시인들을 우습게 보거나 비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이 두 경향성 모두 우리 문학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제 작품은 이 두 가지 요소의 장점을 살리려는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제 시에 나타난 이미지주의가 현대성을 대변한다면 제 시에 나타난 서정성은 전통성과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저의 문학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은 정지용 시인입니다.
● 시집 『오각의 방』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어요? 표제시 「오각의 밤」에서 ‘고도를 넘는다’라는 표현이 인상적인데, 여기에서 고도는 높이(高度)의 의미와 베케트의 고도(Godot) 등 여러 층위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선생님께서 이 은유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인지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날카롭고 정확한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오각의 방』은 죽음 혹은 생사에 관한 사유를 담고 있는 시집입니다. 삶은 곧 죽음이고 죽음은 곧 삶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시에 죽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표제시 「오각의 방」은 생사의 경계에서 헤매고 있는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생과 사의 경계에 대한 고뇌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 「오각의 방」에 실린 「나방의 나날」의 나방과 애벌레는 적극적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반면, 「지하실 고양이」는 차 밑에서 웅크리거나 시동 소리에 달려드는 등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두 작품을 통해 현대인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 현대인의 고독한 삶에 대한 성찰의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습니다. 나방이나 길고양이는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는 동물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삶에는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그 결여가 현대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 유성호 평론가는 선생님의 시가 정지용 시인과 상호텍스트적 관계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 「예장」에는 정지용 시인의 「禮裝」에 관련된 표현이 직접 나오기도 합니다. 유 평론가는 선생님 시에 나오는 다양한 표현들이 정지용 시와의 연관성을 보여준다고 했는데요. 정지용 시 연구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신 선생님께서는 이런 문학적 계승을 통해서 어떤 새로운 의미를 지향하게 되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 흔히들 정지용 시인을 ‘현대시의 아버지’라고 칭합니다. 정지용은 우리나라 최초의 직업적이고 전문적인 시인입니다. 그는 영문학을 전공했고 한시에도 조예가 깊었습니다. 그의 시에는 현대성과 전통성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지용 시인이 지닌 이러한 입체적 성격을 따르고 싶었고 그런 의도와 의지를 가지고 제 문학의 길을 개척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 2014년 <시와 표현 작품상>을 받으신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요즘 시를 읽는 독자층이 줄어들고 시가 점점 난해해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AI가 주도하는 디지털미디어 시대에 선생님께서는 독자들과 어떻게 소통하려고 노력하시는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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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현대문예 비평학회 전국 학술대회 |
▼ 오늘날 한국문학은 여러 맥락에서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독자들의 수가 현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 있더라도 독자가 없으면 그 작품의 존재 의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디지털미디어 시대의 독자들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영상전문가들의 협조를 받아 영상시를 유튜브에 올려보았더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또한 제가 발표하고 있는 디카시도 새로운 시대의 독자들에게 좋은 호응을 받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일본의 권위 있는 출판사인 죽림관(竹林館)에서 현대 아시아 시인선의 첫 번째 작품집으로 시집 『복화술사』를 출간하셨습니다. 앞으로 한국 현대시가 일본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견해를 들어보고 싶네요.
▼ 한국인의 문학적 정서와 일본인의 문학적 정서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문학은 인간 정서의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집 『복화술사』는 일본인만을 위한 시집도, 한국인만을 위한 시집도 아닙니다. 인간 삶의 보편적 정서를 형상화한 시집입니다. 이 시집이 일본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받게 된 것은 이러한 보편적 정서의 덕분이었습니다.
● ‘등단 후 20여 년 동안 시인의 삶에 대한 궁리를 단 하루도 멈춘 적이 없다’고 하신 말씀을 읽은 적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시적 세계를 펼쳐나가고 싶으신지 포부의 말씀 부탁드리며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 더 열심히 창작 활동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양에 집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매일매일 시를 생각하지만 매일매일 시를 쓰지는 않습니다. 시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무르익었을 때 첫 번째 한 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저에게 시는 매우 신중하고 고독한 커뮤니케이션 행위입니다. 현대인의 삶 속에 깃든 현대적인 정서에 반응하는 작품을 많이 쓸 계획입니다. 소재 역시 현대적인 세계에서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김종태 시인은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현재 호서대학교에서 문화예술경영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시인, 문학평론가, 시나리오작가, 사진작가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펼치며 입체적 문학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의 문학관은 정지용 시인의 영향을 받아 전통적 서정성과 현대적 실험성을 조화시키는 것을 지향한다. 시집 『오각의 방』에서는 생사의 경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았으며, 현대인의 고독과 결여를 동물의 삶을 통해 형상화했다. 독자층 감소에 대응하여 영상시, 디카시 등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소통을 시도하고 있으며, 일본에서 출간된 시집 『복화술사』를 통해 문학의 보편적 정서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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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화 시인 |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일요주간 문화예술 전문 주필위원.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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