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울리는 역외펀드…“국제적 공조 체계 필요” [역외펀드의 민낯④]

현장+ / 성지온 기자 / 2022-06-17 08: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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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 펀드 상품 구조, 일반인 자력으로 파악하기 한계…전문 기관 도움 필요
-부실 판매 진상 밝히려면 해외 투자 대상 운용 현황 신속•정확히 파악해야 유리
-美, 中, 유럽 등 빈번한 투자 및 중개 금융 국가의 금융 감독 기관과 공조 필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역외펀드 부실 피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신장식 변호사(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이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를 중심으로 국내외 수사기관 간 부실한 공조 체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성지온 기자>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잇따른 역외펀드 불완전판매에 평생 일군 재산을 하루아침에 잃었다는 사연이 언론을 통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피해 사건이 재현되지 않도록 전문가들은 국내외 조사, 수사에서의 공조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역외펀드 부실 피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약탈적 금융으로부터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규제와 감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회는 역외펀드 부실 피해 사건의 발생 원인과 문제점,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 대안 등을 제시했다. 특히, 피해 발생 시, 민사소송을 통한 피해구제의 한계를 언급하며 외국 금융당국과의 조사 공조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역외펀드는 절세를 위해 대부분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유령회사를 거치는 등 다수의 금융기관이 개입되는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품 특성상, 일반투자자로서 정확한 상품구조 파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설사 불완전판매 사건으로 인정돼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과실 상계를 통한 일부 피해만 배상받을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국내 민사소송 절차에서 증거 개시 절차의 부재 등 증거 평등의 원칙이 구현되지 않음에 따라 증거가 일방당사자에게 편재된 사건이면 원칙적으로 증명 책임을 부담해야 할 원고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 실행위원은 “국내 경제 규모나 발전 정도를 고려하면 한국이 자본 수출국으로 변모해 나갈 것은 전반적인 흐름이고 이에 따라 역외펀드 판매 증가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합리적인 피해 구제 절차가 마련되지 않으면 유사한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깊어져서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역외펀드 상품 자료를 모두 보관하고 있는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피해구제 절차에서 비전문가인 당사자에게 모든 증명 책임을 맡기는 것은 합리적인 피해구제 절차라고 볼 수 없다”라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담당하는 국가 기구가 문제 되는 역외펀드 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 조사를 진행해야 분쟁조정 절차 또는 민사소송 절차에서 이를 기초로 한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가 이뤄질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역외펀드 부실 피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하나은행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피해자인 양수광 씨가 참석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성지온 기자>


무엇보다 역외펀드 부실 판매 사건의 진상을 알기 위해서는 해외 투자 대상의 운용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보았다. 예컨대, 라임 무역금융 펀드의 경우 투자 대상인 글로벌 무역금융 전문 투자회사인 IIG와 위 회사가 운영하는 STFF 펀드의 운용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긴급조치 내용을 공식적으로 입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도 이탈리아 보건 의료 기구와 관련 유럽 당국으로부터 의료비 매출 채권이 In-Budget 채권과 Extra-Budget 채권으로 구분 관리되는 현황자료 등을 공식적으로 신속하게 입수해야 한다”라며 “독일 헤리티지 펀드도 헤리티지 리모델링 사업의 추진 경과 자료 등을 관련 유럽 당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신속하게 입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은 사인이 할 수 없고 국가의 전담 기구가 지속해서 조사시스템을 구축하고 조사 자료를 축적해야 가능한 작업”이라면서 “특히, 상대적으로 빈번한 투자 및 중개금융 대상국인 미국, 유럽, 중국 등의 금융감독 당국과는 지속해서 조사 공조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역외펀드 부실 피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최창석 기업은행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대책위 위원장이 자신의 피해 사례를 참석자들에게 설명하는 모습이다. <사진=성지온 기자>

이날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인 신장식 변호사 역시 조사, 수사에서의 공조 체계가 부실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신 변호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관련 삼일회계법인의 이탈리아 현지 실사보고서에는 ‘한남어드바이져스’라는 제3의 회사가 확인된다. 해당 회사는 초기 투자설명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한남어드바이져스는 하나은행 등을 이탈리아 현지 운용사와 연결하는 일종의 ‘고리’로 약 4%의 판매수수료(약 47억 원)를 챙겼다. 당시 하나은행 수수료가 1.2%, 국내 자산운용사 수수료가 0.16%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신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구조도를 살펴보면 한남어드바이져스와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CBIM은 서로 동일한 조직이거나 상호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중심에 김현호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면서 “다시 말해, 이 펀드는 초기부터 투자자들을 기만했으며 하나은행 내부자와의 공모나 방지 없이는 해당 펀드가 설계, 구조화, 판매되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사건에서 결국 역외 재간접펀드에 대한 금융기관의 검토 및 심사 기능은 사실상 부재했거나 자체적으로 무력했으며, 금융기관의 규제·관리감독의 부재 역시 문제였다”라면서 “조사·수사 과정에서 국제적 공조 체계는 물론 국내 수사기관 간 공조 체계 역시 부실했던 점, 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해결 의지 부족 역시 드러났다. 결국 투자자들은 제한된 정보에서 자구적·법률적 대응에 한계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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