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7월 9일, 국회에서 열린 'KT구조조정과 노동자 자살, 긴급정신건강실태조사결과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KT새노조 제공) |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KT 구조조정 이후 다섯 번째 사망자가 발생하자, KT새노조가 이를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며 정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고 나섰다.
KT에서 구조조정 당사자가 또다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확인된 사망자 수는 이번 사건으로 다섯 명에 달한다.
사망한 직원은 KT 토탈영업TF 소속으로, 지난달 31일 회사에서 근무 중 심장에 이상을 느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심정지로 사망했다. KT새노조는 이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김영섭 KT 사장의 무책임한 경영과 강압적인 구조조정, 그리고 현장에서 자행된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의 결과라며 김영섭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 “KT 영업직군 노동자들, 정신 건강 상태 심각한 수준”
KT는 지난해 10월, 약 5800명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과 자회사 전출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당시 이를 거부하고 KT에 잔류한 약 2500명의 기술직 직원들은 ‘토탈영업TF’라는 조직에 강제로 배치됐다. 이들은 수십 년간 기술 업무를 수행해 온 직원들로, 영업 업무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새로운 업무에 대한 부담은 곧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고통이 누적되면서 사망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KT새노조의 주장이다.
KT새노조는 이번 사망자를 포함해 지난 9개월 동안 총 다섯 명의 구조조정 당사자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명예퇴직한 직원이 심장마비로 돌연사했으며, 올해 1월과 5월에는 각각 토탈영업TF 소속 40대 직원 두 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6월에는 자회사인 넷코어로 전출된 직원이 자살했고, 지난달에는 다시 토탈영업TF 소속 직원이 심정지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KT 영업직군 노동자들의 정신 건강 상태 역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책연구소 ‘이음’이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4일까지 KT 영업직군 노동자 3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5%가 고용 불안을, 62.7%가 우울증을, 88.1%가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92%는 현재 수행 중인 업무가 적성이나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답했고, 94.4%는 여전히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KT새노조는 이러한 문제의 근원에 KT 경영진의 조직적 압박과 차별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안창용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모멸감과 자괴감을 느낄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사실상의 협박을 가했고, 도서 산간 지역으로의 원거리 발령을 포함한 부당한 인사 조치들이 연이어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야근 방지 목적의 PC오프제가 감시 수단으로 악용됐으며, 고객 양보 강요, 퇴근 시간 이후나 주말 실적 압박, 저성과자 낙인과 공개 모욕, 법인카드 통제, 유연근무 제한 등 다양한 형태의 직장 내 괴롭힘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KT새노조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사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며, 이재명 정부에 세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첫째, 고용노동부는 KT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즉시 시행해 직장 내 괴롭힘과 강압적 구조조정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둘째, KT는 토탈영업TF의 차별적 인사 발령을 철회하고 조직을 해체해야 하며,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반복되는 구조조정과 노동자 사망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이를 위해 시민사회와 함께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KT새노조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직원 사망 사건이 산업재해로 인정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위협하는 기업의 경영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KT에서 다시는 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다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 KT 사외이사 재선임 후폭풍...새노조 "김영섭 체제, 낙하산·구조조정 후유증 방치"
- KT새노조, '김영섭 사장 경영 평가 보고서' 발표…노동 인권·경쟁력 모두 '위기'
- KT 구조조정 후 3번째 비극…토탈영업TF 직원 또 극단적 선택
- 노조 "KT 사장 선임 외압·낙하산 인사에 통신 공공성 무너져"…김건희 특검에 수사 촉구
- 노동계·국회 "KT 구조조정 뒤 3명 사망…정신건강 붕괴 수준"
- KT 구조조정 영업직군 실태조사, "영업직 전환은 퇴출 통보"…63% 우울증·44% 수면장애 위험군
- KT새노조, 폭우 피해 복구 지연에 김영섭 사장 '구조조정' 책임론 제기
- KT 구조조정 후 5번째 사망자 발생…노조 "경영진 책임" 특별근로감독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