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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우승을 차지한 전라북도 선수단의 모습. |
[일요주간=백대현 프로 8단] 제94회 인천 전국체전 바둑종목이 10월 23, 24일 양일에 걸쳐 인천 신흥초등학교 체육관에서 펼쳐졌다. 하지만 바둑이 정식 종목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바둑은 동호인종목(구 전시종목)으로 참여해야 했다.
올해 동호인 종목에는 19개 종목이 참여했다. 바둑은 11년째 동호인 종목에 들어있다. 통상적으로 동호인 종목들은 약 2~3년 정도의 기간을 거쳐 정식 종목으로 가거나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바둑도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바둑은 본래 일반적으로 예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바둑계가 바둑은 두뇌 스포츠라는 주장을 바탕으로 스포츠화를 추구하여 2002년에 대한 체육회로부터 인정단체 승인을 받아 이제는 예술이 아닌 체육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바둑은 2003년 제84회 부안 전국체전에서 동호인종목으로 채택된다.
또한 바둑은 2006년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 이어서 2009년에는 정가맹단체 승인을 받게 됐다. 정가맹 단체에 속하게 되면 전국체전은 자연스럽게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벌써 11년째 동호인 종목으로 출전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바둑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바둑이 과연 스포츠냐 아니면 예술이냐’라는 해묵은 고민이다.
바둑이 스포츠화 된지 벌써 1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뇌리 속에 바둑을 확실하게 스포츠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둑은 오랫동안 예술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에 이러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희망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 제주체전에는 바둑이 정식 종목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얼마 전 구미에서 열렸던 국무총리배 세계바둑 선수권대회 개막식에는 유례없이 김정행 대한체육회 회장이 내빈으로 참석해 축사를 하며 바둑이 전국체전 정식 종목에 들어가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며 희망적인 내용을 전했다.
또한 23일에 열린 전국체전 개회식에서도 서대원 아시아바둑연맹(AGF) 회장이 참석해 “내년에는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라며 축사에서 정식종목 가능성에 대한 희망적인 내용을 언급했다.
바둑을 정식종목으로 채택해 달라는 신청서는 이미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상태이다. 내년도 체전 종목은 대한체육회(양재완 사무총장)에서 오는 11월, 16개 시도 체육회 사무처장이 참석하는 전국체전위원회를 통해 심의하고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내년 1월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
한편 16개 시도에서 선수와 임원을 포함해 약300여명의 선수들아 참가한 이번 대회는 남녀 일반부, 혼성페어부, 학생부, 어린이부 등 5개 부문에서 접전이 펼쳐졌다.
제94회 전국체전에서 전라북도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개최도시인 인천광역시가 2위에 올랐으며, 3위는 막판에 금메달 2개를 획득한 경남이 차지했다.
전북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비록 금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으나 5개 부문 가운데 3개부문(남녀페어부, 학생부, 어린이부)에서 4강에 진출하는 고른 활약을 펼쳐 종합점수 24.5점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위를 차지한 인천광역시도 메달 수에서는 금메달 없이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에 그쳤다. 하지만 여자일반부에서 4명이 8강에 오르며 이를 바탕으로 개최도시의 체면을 세웠다. 3위에 오른 경남은 남자일반부(장현규)와 여자일반부(박한솔) 우승으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다른 부문에서 부진하며 3위에 만족해야 했다.
남자 일반부 결승에서는 경남의 장현규 선수가 충남의 한문덕 선수에게 흑으로 7집반을 남기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일반부에는 경남의 박한솔 선수와 인천의 송예슬 선수가 치열한 접전을 펼친 끝에 박한솔이 백 3집반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호흡이 중요한 남녀페어부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경기의 김민호-전유진 페어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된 전북의 우동하-채현지 페어에게 178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획득, 환상희 호흡을 보여줬다.
학생부에서는 서울의 김정훈 선수가 부산에 윤성재 선수를 맞아 257수 만에 백 5집반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래의 꿈나무를 만날 수 있는 어린이부에서는 올해 한화생명배에서 우승을 차지한 제주의 강우혁 군이 전북의 김지원 군에게 201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제주도에 금메달을 안겼다.
남자일반부에서는 경남의 장현규 선수가 충남의 한문덕 선수를 흑 7집반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여자일반부는 경남의 박한솔 선수가 인천의 송예슬 선수를 백 3집반 차로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전국체전 토너먼트 채점방식을 적용하여 시·도별 출전선수의 각 부별 입상점수를 합산해 종합점수로 순위를 정했고, 동점이 나오면 남자일반부→여자일반부→남․여 페어부→학생부→어린이부 입상 순으로 가렸다. 모든 대국은 총 호선에 덤은 6집반이며 제한시간 각 10분에 3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졌다.
제15회 농심신라면배 본선 2국
흑: 판팅위 백: 최기훈
결과: 226수 흑 6집반승
제7회 응씨배 결승에서 박정환을 물리치며 우승한 바 있는 판팅위는 과연 강했다. 제 15회 농심배 첫 주자로 출전한 판팅위는 일본과 한국의 신예 기사들을 차례로 물리치며 현재 3연승을 기록 중이다.
한국의 신예 최기훈과의 대국에서 판팅위의 스타일과 장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판팅위에 대해 집중 분석해보자.
초반에 판팅위는 두터운 운영을 보이며 확정가를 많이 챙겨두었다. 좌변 백 모양이 얼마나 집이 되느냐 따라 유불 리가 갈리는 상황. 판팅위는 1도 흑 △로 두며 차분하게 좌변 삭감을 시작한다. 흑 △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며, 한편으로는 상변 백 돌에 대한 공격을 노리는 의미가 있다.
2도 백 1이 일감이다. 하지만 최기훈은 이수를 선택하지 않았다. 일단 이렇게 받아주는 것은 상대방의 의도대로 해주는 의미가 있고, 또한 흑 2이하 8까지 백 진에 직접 침투했을 때 공격이 쉽지 않다.
최기훈이 선택한 수는 3도 백 1이다. 직접적인 지킴이 아닌 중앙에 힘을 실어 두며 침임을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상대가 이렇게 나오면 십중팔구 어떤 형식이든지 직접적인 침투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판팅위는 전혀 요동함이 없다. 흑 4는 응수타진 실전처럼 받아주면 후속 끝내기가 남는다. 이후 흑 6으로 한 칸 뛰며 가장 단순한 진행을 선택한다. 얼마든지 기교를 부릴 수 있지만 이를 절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차분한 행마는 정확한 형세판단과 끝내기에 대한 자신감 없이는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침입한다면 4도 흑 1이 일감이다. 백 2의 차단에 흑 3, 5로 두며 중앙으로 머리를 내민다. 백 12까지 예상되는 수순. 이후 흑 돌이 사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백의 약점이었던 상변 백 △가 두터워지는 것이 판팅위는 싫었던 거 같다.
최기훈은 연구를 통해 판팅위가 후반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슷한 형세에서 후반으로 간다면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일까?
최기훈은 상변 백 대마를 타개하는 과정에서 서두르다가 판단미스를 범하며 비세에 빠지게 된다. 5도 백 1이 가장 평범한 탈출법이다. 흑 2로 모자 씌움도 백 3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기훈은 자체적으로 모양을 갖추기를 원했다. 그래서 6도 백 1로 붙여가는 상용의 수법을 선택한다. 그냥 7도 흑 1로 늘어서 받아준다면 백 2로 자체 안형이 나오는 형태이며 더 이상 공격이 어려워진다.
8도 흑 1로 아래로 젖혀가는 것도 백 2의 차단으로 흑이 활용당하는 모습. 실전에 판팅위는 9도 흑 1로 위로 젖히는 수를 선택했다. 백 2로 늘어두고 백 4로 젖혀가며 패를 유도하는 것이 최기훈이 준비한 작전. 하지만 판단미스였다.
막상 패싸움이 시작되니 팻감이 여의치 않다. 여기서라도 10도 백 1로 밀어가는 것이 냉정했다. 흑 2로 패를 해소하면 백 3으로 젖혀가는 것이 기분 좋다. 이하 흑 8까지 상변에서 실리로는 손실이 있지만, 중앙 흑 △ 세점 공격에 초점을 맞추며 풀어 나갈 수 있었다.
11도 흑 1로 팻감을 받아주면 흑은 다음 팻감이 없다. 흑 3정도인데 백 4, 6으로 패를 해소하며 흑이 망한 그림이다. 최기훈은 실전에 백 1로 차단하는 팻감을 사용한다. 하지만 하변에서의 흑의 손실보다.
상변 백 대마가 잡힌 것이 휠씬 손실이 커 보인다. 여기서 우세를 점한 판팅위는 흔들림 없는 반면 운영을 선보이며 최기훈에게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판팅위의 명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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